홈리스행동에서 발표한 성명과 논평입니다.
조회 수 : 1550
2013.07.07 (14:56:24)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환영한다 

노숙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지난 610일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연고자가 없는 시신의 해부를 금지하는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그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는 무연고 시신이 발견되면, 현행법에 따라 60일 동안 기다린 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의과대학에 시신을 해부실습용으로 이용 가능함을 통보해왔다. 이학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법률개정안은 관련 조항을 삭제해 무연고 시신을 해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단지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무연고 시신의 상당수가 노숙인을 비롯한 가난한 사람의 시신인 점을 감안한다면 죽음마저도, 망자를 기억하는 사회의 시선마저 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장례는 죽은 이를 위한 의례가 아니다. 살아 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떠나보낸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죽은 이를 애도하며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벌이는 한 판 굿이다. 사람들은 장례를 통해 망자를 애도하고 기억하며, 그가 없는 이승의 삶을 수용하고 새롭게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무연고 시신이란, 병원, 길거리, 주거지 등에서 낯선 이에게 발견되었지만 끝내 연고자가 나오지 않거나 연고자가 인수를 거부한 시신이다.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사람들, 그를 애도하며 관계를 정리하려는 사람조차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삶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그런 불평등과 차별의 깊은 상흔은 죽음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렇게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이 쓸쓸이 죽어간 사람들을, 사회가 나서서 애도하며, 철저히 고립되고 차별받아왔던 이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남겨준 의미를 곱씹어야 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이들의 시신을 의과대학 해부실습용으로 제공해왔다. 이들이 살아 있을 때 보여준 차별과 혐오를 일관되게 실천했다. 지금도 거리에서, 쪽방에서 힘들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후에 이들에게 행할 차별과 혐오를 선전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뒤늦었지만 이학영 의원의 개정 법률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신속한 통과를 바란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개최해왔다. 쓸쓸히 거리에서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면서, 진정한 추모와 애도는 이들이 겪었던 차별과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다짐하면서 말이다. 개정 법률안에서 보여준 거리에서 죽어간 가난한 이들을 향한 존중과 애도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 이 사회에서 노숙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선 운동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201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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