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에서 발표한 성명과 논평입니다.

 

 

서울역 노숙인퇴거조치의 명분

 

철도공사의 노숙인 일자리 지원사업 기만이다

 

 

오늘(28일)부터 철도공사, 서울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노숙인 일자리지원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철도공사가 서울역 거리홈리스 20명에게 월급여 40만원의 일자리를 6개월 간 지원하고, 서울시가 6개월 간 월세지원 및 작업 교육 등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숙인들의 “변신”으로, 홈리스지원의 새로운 모델로 홍보되고 있고, 여론의 긍정적 반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위 대책의 배경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홈리스 지원의 목적이 아닌 작년 8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에 따른 민심 수습책일 뿐이며, 이를 위해 피해자인 서울역 홈리스들을 활용하는 계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철도공사가 홈리스들의 자립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홈리스들을 ‘묻지마 테러’ 범죄자로 낙인찍고 이들을 서울역사 내에서 내모는 서울역 노숙금지조치부터 폐지했어야 했다. 서울시가 “노숙인들은 자립을 하고 싶어도 고용을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듯, 홈리스들은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편견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다름 아닌 철도공사 자신이다.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를 통해 모든 홈리스들을 테러분자로, 사회위협세력으로 공식화시켜놓고 이제 20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그것도 6개월 간 일자리를 지원한다는 계획에 대해 어떤 진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범사업 후 우수근로자에게 보다 전문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도 기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190여 명의 철도노동자를 해고시키고, 대책없는 인력감축과 외주화로 철도의 안전을 포기한 철도공사가 스스로도 백안시하는 홈리스들을 고용한다? 한쪽에서는 대량해고, 한쪽에서는 선별적인 홈리스 고용, 그야말로 철도공사의 이미지 상술에 홈리스들을 도구로 쓴다는 것 외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이에 부화뇌동하는 서울시 역시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 후속대책으로 ‘자유카페’를 개소할 계획이었으나 홈리스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서울시 스스로도 철도공사가 조장한 홈리스에 대한 낙인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홈리스에 대한 낙인을 구조화시키는 서울역 노숙인퇴거조치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며, 철도공사의 이미지 상술에 합류하려는 서울시의 태도는 원칙도 영혼도 없는 행정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역에 취업한 홈리스 20명에게 6개월 간 임시주거지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올 한 해 책정된 서울시의 임시주거지원 물량 350호 중 20호를 이들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말 현재 서울지역 거리홈리스 수는 1,395명에 달한다. 턱 없이 모자란 임시주거지원 물량을 서울역 취업 홈리스들에게 제공한다는 것, 그것도 기존보다 3개월이 더 긴 6개월 간 지원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유례없는 지원을 이들에게만 실시할까? 다름 아닌, 홈리스 자립자활의 성공사례 창출과 철도공사의 이미지 개선이라는 서울시와 철도공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3월 15일부터 여성 홈리스들의 응급잠자리 기능을 수행했던 ‘희망지원센터’를 야간에 폐쇄조치하였다. 그로인해 여성 홈리스들은 무방비한 상태로 아직도 추운 밤을 홀로, 아무런 안전장치없이 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희망 온돌”로 유명세를 탔던 서울역 지하도의 ‘응급대피소(남성 응급잠자리)’ 역시 4월 15일 이후 운영이 불투명한 상태다.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 홈리스 대책 역시 치장만 요란했지 질적인 변화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가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서울역 거리홈리스들은 주야간 가릴 것 없이 강행되는 노숙인 퇴거조치로 인해 공공역사에 머물 권리마저 박탈 당하고 있다. 또한 강제퇴거가 조장한 홈리스에 대한 범죄자적 인식과 열등 처우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만큼 확장되었다. 철도공사가 조금이라도 홈리스들의 복지와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지 정치에 홈리스들을 활용하려는 가식을 거두고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부터 폐기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또한 홈리스에 대한 구조적 폭력을 확대하는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의 철회 없이는 철도공사의 그 어떤 선의도 강제퇴거 조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함을 직시하기 바란다.

 

<끝>

 

강제퇴거금지법제정특별위원회,거리의천사들,공익변호사그룹-공감,나눔과미래,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노점노동연대,동자동사랑방,민주노동당,부산실직노숙자자활추진위원회,빈곤사회연대,서울복지시민연대,서울사회복지사협회,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전국홈리스연대,(사)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주거권운동네트워크,진보신당,해보자모임,홈리스행동 / 이상 21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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