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어도 유령은 될 수 없다!
거리홈리스 서울역 집단 전입신고 기자회견
○.일시 : 4월 25일(수) 오전 10시 30분
○.장소 : 서울역 정문 앞
○.주최 :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제퇴거금지법제정특별위원회,거리의천사들,공익변호사그룹-공감,나눔과미래,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노점노동연대,동자동사랑방,부산실직노숙자자활추진위원회,빈곤사회연대,서울복지시민연대,서울사회복지사협회,서울시노숙인복지시설협회,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전국홈리스연대,(사)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주거권운동네트워크,진보신당,해보자모임,홈리스행동)
<기자회견문>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철회하라!
한국철도공사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를 강행한지 250여 일이 지나고 있다. 지하보도에서, 쉼터에서 한 겨울 한파를 견뎌내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하지만 거리 홈리스들이 250여 일 동안 견뎌내야 했던 게 겨울 추위만은 아니었다. 홈리스들은 서울역이라는, 그 동안 암묵적으로 인정되어온 홈리스들의 생활공간에서조차 쫓겨나는 상실감과 막막함도 견뎌내야 했다. 그 동안 서울역과 같은 공간은 이미 숱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면서 거리 생활을 하게 된 홈리스들이, 유일하게 홈리스로서 사회와 대면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이었다. 홀로 있을 때는 투명인간 취급당하던 홈리스들도 서울역에서는 예배를 보는 신자로, 식사를 제공받는 사람으로, 자활근로자로, 친구들과 술 먹는 사람들로 등장할 수 있었다. 서울역이 바로 거리 홈리스들의 생활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단지 거리홈리스들이 잠 잘 곳을, 추위를 피할 곳을 없앤 조치가 아니다. 서울역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생활해 왔던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 그럼으로써 홈리스들을 다시 투명인간으로 만들고 홈리스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 내 야간 취침만을 금지한다고 알려져 있는 강제퇴거 조치가 이미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경비용역을 동원해 역사에서 홈리스들을 쫒아내는 것으로 이어지고, 역사에 입주한 상업시설들이 서울역 광장 계단에 앉아 있는 홈리스들을 내쫒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거리홈리스들은 서울역을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하고자 한다. 거리홈리스들이 바로 여기 서울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새삼스레 선언하고 공식화하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사회의 홈리스 관련 정책이 제대로 된 홈리스 실태와 현황조차 구비하지 못한 채, 홈리스가 눈에 띄지 않도록 시설수용과 단속 위주의 활동을 펼쳐왔던 것 역시 홈리스의 존재를 투명하게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역을 떠나는 것, 탈노숙은 많은 거리홈리스들이 서울역에 존재하고 있음을, 노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역, 서울시, 한국사회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와 달리 거리홈리스를 서울역에 없어야 하는 사람 또는 없는 사람 취급하는 지금의 강제퇴거 조치는 오로지 서울역에서 거리홈리스를 배제하고 축출하려는 것일 뿐 탈노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하루 종일 서울역에서 생활하면서, 자고, TV를 보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다른 이들이 서울역을 약속장소로, 기차를 타기 위해,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서울역 인근에서 하루 종일 생활할 수밖에 없는 거리홈리스의 주소지는 당연히 서울역이다.
'여기 서울역에 살고 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철회하라!
2012년 4월 25일
‘거리홈리스 서울역 집단 전입신고 기자회견’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