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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적법하지 않은 행정대집행으로 물품을 잃어버린 홈리스

종각역 4번 출구 앞 행정대집행 피해자 인터뷰  

 

<김경민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종각역 4번 출구 앞에서 지내던 두 분이 날이 추워지자 박스집을 만들어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1년 11월 17일부터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라는 이름의 행정대집행 계고장이 붙게 되었다. 당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분의 자리는 18일 저녁 방문 시 이미 집행되었고, 다른 분의 자리는 19일 집행이 이루어졌다. 당사자들은 집행으로 인해 겨울 옷 등 중요한 물품들을 잃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 자리가 집행된 당사자 한 분은 집행 이후 거리에서 피를 여러 차례 토한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17일에 계고가 이뤄지고 19일경 모든 집행이 완료되었다. 이는 충분한 계도기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고, 외에도 이 집행이 적법한 집행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활동가들은 남아있던 당사자와 소통 후 종로구청에 항의하기 위한 면담을 잡았다. 해당 면담에 당사자도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차례 현장방문에도 계시지 않아 활동가들만 면담에 임했다. 
 
면담에 들어온 구청의 담당자의 말을 정리해보면 보통 동절기에는 진행하지 않으나, 한 자리에서 악취가 심해 행인들의 불편을 초래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주변에 모든 자리를 집행했다고 했다. 담당자는 원래 계고장이 붙은 후 즉결 집행도 가능한 것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라 했다.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당사자의 자리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에서 집행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만일 했더라면 청소행정과가 진행했을 것이나 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활동가들은 집행의 적법성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항의했으나, 이에 대해 종로구청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면담 말미에 약속을 받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행을 하기 앞서 구청 사회복지과와 논의를 통해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 (단, 사회복지과가 당사자와 더 논의가 어렵다고 판단할 시에 집행하겠다.) 둘째, 집행을 하더라도 충분한 예고기간을 두고 집행하겠다. 셋째, 집행 시, 집행 후 당사자가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현장에 나가 안내문 혹은 구두 설명을 하겠다.
 
종로구청과의 면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거리에서 머무는 사람들보다 행인들의 작은 불편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종로구청이 집행의 적법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것과 낮은 수준의 약속을 받아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약속사항들에 대해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또 최소한의 적법한 집행이 이뤄지도록 하고, 더 나아가 행인들의 불편보다 여기 머무는 사람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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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대집행 직후 치워진 당사자의 물품들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인터뷰] 종각역 4번 출구 앞 행정대집행 피해자 인터뷰
 
Q. 종각에서 지낸지는 얼마나 되었나.
A. 3년쯤 된다. 그 전에는 안나의집에 있었다. 그 곳은 술을 먹으면 쫓겨나기 때문에 4년 동안 술을 한 잔도 먹지 않았다. 여기서 지내면서 친구와 함께 술을 먹기도 했다.
 
Q.  박스집에 계고장이 붙고, 후에 집행이 이뤄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A.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러냐면 고생해서 벌어가지고 옷하고 뭐 사고 그런 물건들이니까. 그래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괜히 뭐 싸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아 그냥 잊어 먹었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그러는 건데 어떻게 이기나. 그래도 마음은 좀 그렇다.
 
Q.  집행으로 인한 피해는 어떤 것이 있었나.
A.  옷, 휴대폰 등 여러 가지 물품을 잃어버렸다. 마음에 조금 상처를 받았다. "정부가 이렇구나", 그냥 이뿐이다. 
 
Q.  전에도 집행을 당한 적이 있었나.
A.  다른 이가 훔쳐간 적은 있어도 구청에서 집행을 당해 물건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다. 이번에 처음 당했다. 자리가 두 곳이었는데 두 곳 모두 당했다.
 
Q.  집행을 당한 후 활동가들이 종로구청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 
A.  만약에 (구청에서) 또 그러면 난리 난다. 나만 (집행이 잘못됐다는 걸) 아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알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그런 건 없다. 그냥 이렇게 깨끗하게 내가 청소도 잘하고 깨끗하게 하고 있다. 사람들도 서로 잘하니까 말다툼이나 그런 게 없다. 다만 나는 앞으로 안나의집에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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