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여전히 ‘거리노숙 근절책’에 머무는 서울시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사업

 

<림보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조선일보 기사_1.png

▲서울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2월 6일자 조선일보 기사 

 

지난 2월 6일, 서울시가 거리 홈리스를 주 대상으로 한시적인 월세와 생활용품,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사업’의 성과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시주거지원을 받은 사람들의 ‘재(再)노숙’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였고, 곧이어 여러 언론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다루었다. 물론 임시주거지원 사업은 거리노숙 상태에 있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주거지원 정책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대단히 높다. 하지만 ‘거리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며 사업 시행 10년이 넘도록 아무런 질적 개선 없이 매년 ‘낮은 재노숙 비율’만을 반복하여 홍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복지행정인지는 의문이다. 

 

 

열악한 거처에서 열악한 거처로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636명에게 임시주거지원을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주거 유형과 상태를 밝히지 않았다. 
2019년 현황에 따르면 임시주거지원을 받은 880명 중 고시원·여인숙 746명, 쪽방 127명, 가정집 월세 7명 등이다. 쪽방과 고시원 등의 과소·과밀하고 열악한 환경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 서울지역에서 빈대 발생 건수의 절반 가까이(44%) 차지한 거처 역시 고시원이었다. 거리홈리스 가운데에는 임시주거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으나 과밀, 환기, 소음, 해충 등 위생, 필수 편의시설(부엌, 세면장 등)의 부족과 불량 등 제공된 주거의 열악함을 견디지 못해 다시 거리로 되돌아온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임대료 지원 상한액을 주거급여(2024년 34.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였으나, 단지 금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고시원과 쪽방 등 소유주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역 등 노숙 밀집 지역의 고시원들은 공실률이 제로에 가깝고, 임시주거지원 상한액에 맞춰 임대료도 같이 오르고 있다. 무장애 설비가 필요한 장애인이나 고령자,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의 고시원을 찾고, 입주 승낙을 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임시주거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춘 ‘주거’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뀔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노후 고시원 매입·리모델링 사업, 서울시의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직접 매입형) 사업 등 참고할 만한 정책들도 이미 존재한다. 
 
임시주거지원 비용이 고시원이나 쪽방의 임대료로 사용되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서울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쓴 여러 언론 기사에 등장한 ‘정착’, ‘다시서기’, ‘집으로’ 등의 표현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거리’라는 비적정 거처에서 ‘쪽방, 고시원’이라는 비적정 거처로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 「노숙인복지법」이 규정하는 ‘노숙인 등’의 상태는 비적정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을 일컫기 때문이다. 
 
 

'엿장수 맘대로'인 주거유지율 기준

 
이해할 수 없는 주거유지율 측정 방식 역시 문제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임시주거지원을 받은 사람 중 주거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이 82.1%에 이른다고 하였다(636명 중 522명). 서울시가 밝힌 임시주거지원 사업의 주거유지율은 대체로 이 수준을 유지해 왔다(2019년 82.0%, 2020년 84.2%).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측정 방식이다. 서울시가 밝힌 주거유지율은 2024년 1월 말 기준 측정치로 지원 종결 인원뿐 아니라 지원이 진행 중인 인원까지 포함하고 있다. 온전한 주거유지율을 구하려면, ‘지원 종결 후 1년 경과 시점에서의 주거유지자 비율’과 같은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물론 서울시가 이런 비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도 한몫 하고 있다. 임시주거지원이 「노숙인복지법」이 규정한 사업이나 구속력 없는 임의규정인 탓에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광역시도는 8개에 불과한 데다 지자체 간 편차도 크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시주거지원 이후 주거유지율 측정 자체를 하지 않거나(인천), 다음해 1월 측정(대전), 2월 측정(부산, 대구, 광주), 3월 측정(경기 수원), 10월에 측정(충남 천안) 등 멋대로다. 지역별 지원대상 1인당 사업비(예산 기준)도 2021년 기준 최소 47.9만원(경기 수원)에서 최대 231.9만원(대전)으로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동일한 법률에 의한 사업임에도 이렇듯 큰 편차가 나는 것은 중앙정부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임시주거지원 사업으로 활용되는 주거의 수준과 유형, 임대료, 지원 기간, 지역사회 정착 서비스의 구성, 평가 틀 등을 담은 구체 지침을 마련하여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는 2023년도 임시주거지원을 받은 이들 중 21명이 전세임대주택 등으로 주거 상향을 이뤘다고 하나, 전체 지원자의 3.3%에 그친다. 임시주거지원 이후 주거 상향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입임대, 지원주택, 건설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확대가 필수다. 서울시는 임시주거지원의 성과를 홍보하는데 급급하기보다는 SH공사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홈리스 주거지원을 위한 실효적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거리노숙 인구 몇 명이 줄었는지가 아니라, 그들의 주거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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