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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방역패스 잠정 중단한 정부…홈리스는 또다시 “예외”다

 

<김경민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작년 1월부터 서울지역 노숙인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주기적 선제검사’가 이뤄지면서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곧 시설 출입과 서비스 이용의 조건이 되었다. 거리홈리스에게 유독 가혹한 방역조치에 대한 불만과 설움을 삼켜내면서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더럽고 치사해서 이용하지 않겠다며 사적 구호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지난 8일, 한 거리홈리스 당사자와 임시주거지원 신청을 위해 브릿지종합지원센터(이하 브릿지)에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방문하기 전, 당사자가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출입요건이 있는지 문의했다. 브릿지는 신속항원검사 후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검사를 통해 음성임을 증명해야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적이다. 다만, 기존 방식인 PCR검사(유전자증폭검사)는 검사결과를 받기 위해 보통 하루 정도를 꼬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PCR검사는 서울역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와 같은 노숙인지원기관의 의뢰서가 있어야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신속항원검사는 30분의 대기시간을 거쳐 검사결과를 받을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수월해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 검사를 위해 방문한 선별진료소에서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검사신청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야 했다. 전화번호와 주소가 없는 분이라는 것을 알렸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 해서 활동가의 번호와 주소를 기입했다. 또 이제 신속항원검사의 음성확인서가 발부되지 않으며,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확인서 대신 휴대폰 카메라로 검사신청서와 여러 명이 번호로 나열된 검사결과지를 찍어 브릿지에 음성임을 증명해야 했다.

 

현 방역체계에서 신속항원검사는 거리홈리스 당사자들이 혼자서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대부분의 당사자에게는 주소와 전화번호가 없고, 휴대폰 혹은 카메라 등 검사결과를 증명할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병원에서 5천원이라는 금액을 주고 검사하기도 어렵다. 현재 지원기관들은 변화된 방역체계와 제대로 조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만일 활동가가 동행했기 때문에 신속항원검사로 안내한 것이라면, 검사결과를 증명할 동행자가 없는 당사자의 경우 지원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지도 없이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PCR검사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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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시설의 방역패스 적용 잠정 중단을 알리는 복지부 문서 <자료 제공=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3월 1일, 정부는 기존의 백신접종 여부를 증명하거나 코로나19 검사결과를 통해 음성여부를 확인하는 소위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또한 지난 3일 사회복지복지시설의 방역패스 또한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숙인복지시설에 적용하던 방역지침도 완화됐다. 시설 출입에 있어 기존 접종증명 혹은 음성확인 절차를 중단하고,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통해 출입할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생활시설 정기외출자의 경우 주기적 선제검사조치가 그대로 유지되며, 이용시설 내 취식 또한 기존대로 접종자와 음성확인자에 한에서만 허용된다. 복지부는 위와 같이 거의 변화가 없는 지침에 대해 노숙인시설의 특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노숙인시설의 특성이 문제라면, 그 특성을 바꾸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옳다. 집단 잠자리 제공, 단체급식 등 ‘집합적 복지’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복지부는 정작 바꿔야 할 틀은 유지한 채 그에 따르는 부담을 홈리스 당사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홈리스 복지 주무부서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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