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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면 안 된다 - 갈매기를 기억하며 ▶◀

 

2003년 동자동에 살면서 서울역에 나가 술 한 잔 먹다 고향 바로 옆집에 살던 형님을 만났다. 국민학교 두 해 선배이고 동생은 나하고 같은 동기 동창이었다. 갈매기라고 불렀던 그의 이름은 이종호. 

 

당시 나는 고양시에 있는 비인가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시설에 있는 사람들의 수급비와 내가 재활용 수거를 해오며 생겼던 수입, 그리고 시설에 지원되는 후원금을 원장이 착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자식한테는 이백만 원짜리 옷을 입힌다는 것을 알고 봉사를 그만둬야겠다고 갈등하던 때 이종호 형이 고양시로 찾아 왔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저 새끼 사기꾼이다. 니 몸이 고달픈데 무슨 봉사를 하냐”며 나를 설득했다. 

갈매기 형과 함께 다시 돌아와 동네에서 생활하다 함께 양계장에서 일하게 됐는데, 형은 양계장 일이 힘들어서 두 달 정도 일하더니 서울에 가겠다고 했다. 나는 일을 하고 6개월에 한 번 서울에 가면 수급받는 갈매기 형에게 50만원이고 70만원이고 용돈을 줬다. 그래서인가 돈이 없으면 늘 나한테 돈을 달라기 일쑤였다. 용돈 벌이라도 하기 위해 계속 일을 했던 나와는 달리 갈매기 형은 수급비를 받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술 살 돈이 없다며 낮이고 새벽이고 돈을 빌리러 왔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나도 지쳐 어느 순간부터 갈매기 형을 멀리하게 되었다.

 

수급연장을 위해 요양병원과 양동 쪽방을 오가며 생활하던 갈매기 형은 2019년에 위암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하고 18일 만에 퇴원했지만, 치료에는 관심 없이 생활은 여전했다. 

그렇게 지내던 형이 어느 날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쪽방에 있을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갔던 형은 작년 2월에 세상을 떠났다.

 

갈매기 형은 부인과 딸 둘이 있었지만 빚을 지고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다. 무연고자가 되어 장례를 치르게 되면서 나는 상주 아닌 상주를 맡아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그동안 쌓였던 미움도 그를 보내며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한 줌의 재가 된 형을 보내며 명복을 빌었다. 갈매기라는 별명처럼 저 넓은 바다에서 훨훨 자유롭기를 바라본다.

 

강홍렬(양동쪽방주민회 조직위원, 양동 쪽방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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