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꼬집는 카메라]는 홈리스상태로 인해 겪게 되는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글을 담은 꼭지 

 

테러 위험이 아니라, ‘짐’입니다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누명을 뒤집어 쓴 저는 ‘개인 짐’입니다. 서울역, 용산역 여기저기에는 테러를 예방한다며 개인 짐을 두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붙어 있곤 합니다. 테러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손톱깎이나 여분 양말과 같은 별 것 아닌 물건으로 가득 찬 저는 값나가는 몸은 아니지만 주인으로서는 전 재산입니다. 아무리 아끼는 물건이라도 하루 종일 들고 다니기는 고역입니다. 요즘 곧잘 다리가 퉁퉁 붓는 주인은 꼬지 돌고 밥 먹으러 갈 때면 안 보이는 곳에 저를 잘 짱박아 두기도 하는데요, 사실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보다 사람들이 오가고 카메라도 달린 이쪽이 더 안전하지요. 그런데 역사 측은 제가 영 못마땅한가 봅니다. 테러니 뭐니 윽박지르지만 사실 제 주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처럼 저를 밉게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 닫고 들어갈 방이 없는 제 주인의 사정상 제가 남의 눈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래도 이번에는 좀 나은 편입니다. 저를 ‘적치물’이라고 부르거나 폐기처분 하겠다고 윽박질러서 무척 분하기도 했죠. 짐을 둘 곳 없는 사람들은 제 짐을 부리는데도 여기저기 간섭이 많습니다. 내가 뻔히 여기 있는데 보이지 말라고 하는 게 우습습니다. 자기 눈앞에만 안 보이면 신경도 안 쓴다는 걸 저는 잘 알거든요. 그래서 저는 절대 어디 가지 않고 주인이 놓아둔 그대로 잘 있습니다. 저는 주인과 약속을 지키는 ‘개인 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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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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