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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짤막한 홈리스 소식] 

 

일년에 단 한 번 열리는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 

 

 

<황성철 / 홈리스행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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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은 간판도 없고, 위치를 안내하는 도로표지판도 없다. 오직 주소로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이 열리는 날은 1년에 단 한 번,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 당일 뿐이다. <사진=홈리스행동>

 

나무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는 회색 바닥 위의 회색 건물. 마치 용도를 모르게, 연고가 없는 것처럼 지 은, 이 건물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이하 추모의 집)이다. 아무런 표시도 없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지만, 매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추모의 집은 1년 중에 딱 하루 문이 열린다. 2017년부터 매년 빈곤철폐의 날 주간 행사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진행하는 날에만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문을 열어준다. 오늘 문이 열리길 1년 동안 기다린 사람들 50여 명이 추모의 집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동자동, 양동, 돈의동 쪽방 주민들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승려들, 홈리스야학 학생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연이 있는 분들이다. 아마 더 많은 이들이 참석하고 싶었겠지만, 단 하루 개방이라는 조건이 맞지 않아 오지 못한 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한다. 

 

위령제는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로 시작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제단에 헌화 후 추모의 집 내부로 들어가 봉안된 그리운 이의 유골함을 찾아 추모한다. 그러나 봉안당 내부가 너무 좁고, 고인을 찾기도 쉽지 않아 한참 줄을 서야 차례가 온다. 추모의 집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추모를 위한 배려는 없고, 보관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인들의 추모사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결의문을 낭독한다. 추모만으로 어떠한 사회적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무연고 사망자를 양산하는 ‘빈곤 철폐’를 위해 참석자 모두 결의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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