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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9
2022.01.29 (15:30:31)

[현장스케치]

 

2021 홈리스추모제 현장스케치

“먼저 떠난 동료를 함께 추모하며”  

 

<김경민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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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1홈리스추모문화제 <사진=홈리스행동>

 

2021년 동짓날인 12월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홈리스추모제는 거리와 시설, 쪽방, 고시원 등지의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 당사자를 추모하는 자리이다. 그 뿐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의 박탈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음을 직시하고 홈리스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기획단)에는 홈리스행동을 비롯해 38개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했다.

 

기획단 내 각 팀은 “살고 있는 사람이 만드는 쪽방개발, 홈리스의 온전한 주거권을 보장”, “공영 장례 조례를 넘어, 장사법 개정으로 홈리스의 존엄한 마무리 보장”, “홈리스의 존재 부정하는 형벌화 조치 중단”을 핵심 기조로 정하고 관련한 활동들을 전개하며 추모제를 준비했다. 

 

기획단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사망 홈리스의 수는 395명이다. 이는 집계된 것일 뿐 파악하지 못한 사망자가 여전히 많다.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가 홈리스 사망통계를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홈리스가 어떤 이유로 사망에 이르는지 알지 못한다.

 

이번 홈리스추모제가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오랜만에 서울역 광장에서 추모문화제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2020년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집회금지 조치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추모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역지침을 지키는 한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역 인근에 있던 홈리스 당사자, 길을 지나가던 시민 등이 자리를 메워주어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세상을 떠난 홈리스 동료를 추모하는 마음을 나누고, 홈리스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모으며 힘을 얻었다. 

 

추모문화제는 3명의 동료에 대한 추모발언이 있었다. 동자동사랑방 정대철씨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에서 함께 하였던 고(故)유영기 씨와의 기억을 추억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짐의 발언을 했다. 

 

“지금 동자동 공공개발 지구지정이 늦춰져서 많이 불안하고 혹시라도 민간개발로 넘어갈까 불안하지만 유영기 이사장님의 뜻을 잘 이어나가서 활동 잘해내겠다고 다짐합니다.”

 

양동쪽방주민회 장례위원 이차복씨는 쪽방은 주민들의 건강을 망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살다 먼저 세상을 뜬 동료들을 추모했다. 현재 추진되는 양동 쪽방 개발은 임대주택뿐 아니라 주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시스템도 마련해야 함을 주장했다. 

 

“금년에만 양동 쪽방촌에 살다 돌아가신 분이 스물 아홉분이나 됩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평균 연령이 48세 뿐이 안됩니다 (…) 돌아가신 분 대부분이 무연고 사망자입니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사무국장은 고(故)주광석씨에 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또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선별적이고 지난한 지원제도 절차와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지적하며 더 이상 권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의 발언을 했다. 

 

“광석님을 빈곤과 때 이른 죽음으로 내몬 것은 그이의 팔자가 아닙니다.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의 삶을 언제고 가장 위태로운 상태에 방치해온 불평등한 사회가 만든 죽음입니다.” 

 

추모발언 외에도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추모영상을 통해 세상을 떠나간 동료들을 추모하고, 올 한해 경험한 차별과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삶 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어서 장호경 감독이 연출한 인권영상인 <코로나19와 홈리스: 방역의 조건>이 상영됐다. 영상은 홈리스 당사자들의 환경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었다는 것, 코로나19에 감염된 홈리스에 적절한 치료와 격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 코로나19를 이유로 더욱 열악해진 당사자들의 삶의 환경 등을 차례로 조명했다. 방역당국의 무책임함을 지적했고, 근본적인 대책은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추모문화제는 정부와 서울시를 향한 요구를 담은 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와 구호로 끝이 났다. 서울역에서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행진 등을 진행하지 못 하는 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동료들을 함께 추모하고, 권리보장이라는 목소리를 모았던 추모제 자리는 분명 각자에게 어떤 힘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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