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인터뷰]

 

6% 올랐다는 기초생활수급비,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수급당사자의 목소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오히려 희망을 꺾는다

 

<림보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편집자 주] 홈리스뉴스 편집부는 기초생활보장법 수급당사자이자, 홈리스행동 회원인 임○○씨와 은○○씨에게 수급비에 대한 당사자들의 경험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1개월의 지출명세를 살펴본 후, 비용부족으로 포기했던 지출, 수급비가 동결돼도 줄이기 힘든 지출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인상돼야 적정한지 등을 물었다. 

 

먹고 싶은 것 잘 챙겨 먹어도 돈 걱정 하지 않을 까

 
희귀난치성 뇌질환이 있어 매년 뇌검사를 받아야 하는 은○○씨는 홈리스야학 학생회장도 여러 차례 했던 홈리스행동 회원이다. 
 
기초생활수급 의료급여 수급자지만, 지병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뇌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50만원에 달하는 검사비가 늘 은씨를 난감하게 한다. 뇌혈관 크기를 측정하는 검사라 입원도 해야 하는데 수급자 살림에 쉽지 않은 일이다. 3~4년 전에 한번 홈리스야학 학생복지기금 대여로 검사한 적이 있지만, 대여금을 갚는 건 꽤 힘들었다. 그래서인가, 은씨는 수급비 인상이 동결돼도 포기할 수 없는 비용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낫기 힘든 병이 있다고 죽고 싶은 사람이 있겠나. 살아야 하니 검사도 제대로 잘 받고 검사비도 걱정 없이 쓰고 싶다. 그리고 죽기 전에 크루즈 여행 꼭 한번 갈 거라 여행계로 나가는 돈은 꼭 모으고 있다.
 
피부 질환과 당뇨가 있는 은씨는 작년에 건강이 나빠져서 한 달 정도 입원한 적이 있다고 했다. 홈리스야학을 쉬면서 여건상 식사를 못 챙기며 인슐린 주사와 약도 거른 채 누워만 있다가 저혈당증이 심해졌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급박한 지출은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일뿐이다. 작년에도 돈이 없는 상태에서 입원했는데, 다행히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100만원을 받았다. 또 그렇게 실려갈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다. 매번 지원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은씨에게 적정한 수급비 인상 폭을 결정한다면 얼마 정도 돼야 하겠는지 물었다.
 
전체적인 비용을 생각했을 때 100만원 이상이여야 한다. 열심히 싸워야지.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간지 벌써 5년 정도 됐는데, 오래 살 수 있으면 집 걱정은 좀 덜 것 같다. 늘리고 싶은 1순위는 병원비인데, 응급상황에 들어갈 돈 걱정 때문이다. 2순위는 맛있는 거 건강하게 잘 챙겨 먹고 싶어서 식비. 아무리 못해도 지금보다 식비나 병원비에 20만원 정도씩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망을 접게 만드는 기초생활수급제도 자체를 바꿔야

 
외환위기 때 실직하고 이혼한 후 10대 딸과도 헤어져 지내게 됐던 임○○씨가 아랫마을을 알게 된 건 800만원의 채무 때문이었다. 2007년 초,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이하 ‘해오름’)에서 파산에 대해 도움을 받았던 임씨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되갚고자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해오름’ 파산 지원상담 자원활동가가 됐다. 홈리스행동 영상팀과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수급자가 되어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되면서 주어진 수입에 맞춰 적응하며 산 지 오래된 그는, 낮은 수급비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묻자 조금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많이 준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얼마나 주면 만족할지는 모르겠다. ‘처음처럼’이란 붓글씨 액자가 집에 있는데, 그걸 보면서 초심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안 그러면 살기 힘들다.
 
임씨는 연로하여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와 함께 산다. 수급비가 적어서 포기한 지출이 없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써야 하는데 자제하는 건 없다. 아예 바라보지를 않으니까. 내 처지에 안 되는 걸 아는데 마음을 품으면 좌절하고 속상하니까, 아예 들여다보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고 싶다.
 
임씨는 주거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이사하려고 보즘금을 모으는 중이다.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딸에게 보증금이나마 남기는 게 그의 바람이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서 고생만 하다 나이 든 어머니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찍 헤어져 살던 딸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임씨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쓰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수급비가 어느 정도 오르면 좋겠냐고 묻자, 임씨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수급자가 된다는 게, 없이 산다는 것보다 마음의 상처가 훨씬 더 큰 것 같다. 목줄 매듯이 사람에게 있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욕망까지도 통제하는 게 수급이다. 수급비 받는 거 말고 다른 수입이 생겨도 안 되고, 명절 떡값이나 받고 말라는 거 아닌가? 
 
사실 임씨도 수급 상태를 벗어나려고 한 적이 있었지만, 임대주택을 비롯해 수급을 포기하면 같이 놓아야 하는 복지혜택도 너무 많았다. 그 모든 게 자신을 옭아매는 느낌이었고, 생활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도, 부수입이 생기면 수급비가 깎이니 이래저래 억울했다. 수급자가 된 게 사회적 환경 탓이기도 하지만 자기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임씨는 수급자로 사는 지금 자신의 상태가 만족스럽진 않다. 할 수 있는 게 많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댈 언덕이 없는 상태에서 이제는 사회생활 하기에 나이도 많기도 하며, 동기부여도 안 되고 용기도 다 사라진 듯하다. 
 
수급제도 자체가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의 싹을 자르는 것이니까, 수급자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제도로 바꿔가야 한다는 게 임씨의 생각이다. 2021년 7월,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임씨는 “수급자 당사자가 생계비 측정의 지표고, 실질적 표본이다. 우리를 중생보위 위원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우리들의 의견을 듣고 기초생활보장제도에 관해 함께 토론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사자가 느끼는 생활의 필요를 현재 중생보위 위원들이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수급자 당사자가 들어가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씨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게 중요하다며, 한마디를 보탰다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같이 사다리 옮기고, 감 따러 손잡고 올라가서 우리가 바꿔야지.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1056 <홈리스뉴스 122호> 특집 Ⅰ - 2024년 서울시 ‘노숙인 등’ 정책과 예산 훑어보기 파일
홈리스행동
46 2024-03-25
1055 <홈리스뉴스 122호> 홈리스인권 아우성 - 여전히 횡행하는 홈리스 대상 불심검문 파일
홈리스행동
37 2024-03-25
1054 <홈리스뉴스 122호> 기고 - 송파세모녀10주기, 빈곤과 차별 철폐를 위한 추모 행동 파일
홈리스행동
29 2024-03-25
Selected <홈리스뉴스 122호> 인터뷰 - 6% 올랐다는 기초생활수급비,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홈리스행동
32 2024-03-25
1052 <홈리스뉴스 122호> 진단 - 홈리스에 대한 배제와 축출 제도화한 서울시 의회 파일
홈리스행동
22 2024-03-25
1051 <홈리스뉴스 122호> 특집 Ⅱ - ‘비행 청소년’ 낙인을 넘어, 주거권 주체로서 청소년을 말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7 2024-03-25
1050 <홈리스뉴스 122호> 세계의 홈리스 - 폐기될 위기에 처한 영국의 ‘홈리스 사망자 통계' 파일
홈리스행동
23 2024-03-25
1049 <홈리스뉴스 122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선거가 끝나고, 그가 만나는 ‘국민’은 누구? 파일
홈리스행동
19 2024-03-25
1048 <쪽방신문 19호> 동네소식 - 양동 쪽방 주민회의 바람 파일
홈리스행동
150 2024-03-13
1047 <쪽방신문 19호> 정보 -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변경 사항을 확인하세요! 파일
홈리스행동
144 2024-03-13
1046 <쪽방신문 19호> 정책비판 - 2024년 서울시 쪽방 주민 지원사업 내다보기 파일
홈리스행동
158 2024-03-13
1045 <쪽방신문 19호>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들이 모여 주거권을 외치다 파일
홈리스행동
150 2024-03-13
1044 <홈리스뉴스 121호> 특집 - 2024년, 홈리스를 둘러싼 현실과 전망 파일
홈리스행동
53 2024-02-24
1043 <홈리스뉴스 121호> 진단 Ⅰ - 여전히 ‘거리노숙 근절책’에 머무는 서울시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사업 파일
홈리스행동
40 2024-02-24
1042 <홈리스뉴스 121호> 세계의 홈리스 -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거리 아웃리치 이야기 (下) 파일
홈리스행동
38 2024-02-24
1041 <홈리스뉴스 121호> 진단 Ⅱ -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올해도 존치 파일
홈리스행동
34 2024-02-24
1040 <홈리스뉴스 120호> 특집 Ⅰ - “말해지지 않는 이들의 죽음, 홈리스의 목소리를 들어라!” 파일
홈리스행동
48 2024-02-06
1039 <홈리스뉴스 120호> 특집Ⅱ - 세상을 떠난 동료를 추모하며 파일
홈리스행동
43 2024-02-06
1038 <홈리스뉴스 120호> 진단 Ⅰ - 쪽방, 장애인이 살 수 없지만, 많은 장애인이 살고 있는 곳 파일
홈리스행동
52 2024-02-06
1037 <홈리스뉴스 120호> 세계의 홈리스 -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거리 아웃리치 이야기 (上) 파일
홈리스행동
40 2024-02-05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