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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비행 청소년’ 낙인을 넘어, 주거권 주체로서 청소년을 말하다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읽기

 

<유가람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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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서 생활하게 되는 주된 이유 <자료=국가인권위원회,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2023)>

 

국가인권위원회 용역의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흔히 가정 밖 청소년은 ‘가출 청소년’으로 불리며 ‘반사회적’인 ‘비행 청소년’으로 인식된다. 또한 청소년이 집에서 나오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인식에 따라 이들이 제공받는 지원 정책은 주로 원가정 복귀에 치중돼 있다. 

 

이 보고서는 가정 밖 청소년을 둘러싼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들의 구체적인 생활 조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돌아갈 수 없는 집

작년 실태조사에서는 총 43명의 가정 밖 청소년을 면담했다. 탈선과 비행 때문에 집을 나온 게 아니냐는 세간의 편견은 탈가정의 원인을 청소년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가정에서 폭력, 학대, 방임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더는 감내할 수 없게 되자 불가피하게 집을 떠난 것이다. 
 
우선은 어렸을 때부터 이제 좀 심하게 맞았는데 그때마다 다짐했던 것 같아요. 나는 이 집에서 성인이 되면 꼭 나가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사건이 하필 이제 그날 터지게 됐고, 그래서 집을 나오게 됐죠. /면담 참여자 혜진
 
가정 밖 청소년 730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통계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응답자의 약 70%가 가정과 관련된 이유로 집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부모님 등 가족과의 갈등’을 원인으로 짚은 비율은 40%에 달했고 ‘가정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는 20%가 넘었다. 
 

가정 밖에서의 삶

이렇듯 청소년들의 탈가정은 대부분 원가정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떠난 후에도 이들은 적절한 생계와 주거를 보장받지 못해 고시원, 찜질방, 24시간 상점 등을 떠돌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쉼터 또한 아르바이트를 금지하는 등 인권침해적인 내부 규칙이 있었고 원가정 복귀라는 단편적 접근을 취해 거주하기 적절하지 않았다. 시설 내에서 집단 괴롭힘, 금전 갈취 등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쉼터는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집을 나온 후 주로 청소년 복지시설에서 생활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31%), 친구·선후배 집(25.4%), 24시간 상점(11.9%)이 그 뒤를 이었다. 
 
쉼터 측에서 계속 가정복귀를 푸시를 했었어요. 왜냐면 다른 애들은 부모님이 버리고 애를 버리고 애를 때리고 좀 심각하고 심지어 애를 칼로 찔러서. (...) 너 정도면 양호하다 가정 복귀해라. /면담 참여자 미나
 
탈가정 이후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해진 청소년들은 일상적으로 끼니를 굶었다. 2018년 조사에서 일(아르바이트)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 중 84%가 생계가 목적이었던 만큼 경제적 문제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발목을 잡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번 돈마저도 대부분을 월세로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노숙할 때)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같은 거 사 먹었어요.(...) (집에서 살 때) 돈 벌면서 모아놨던 돈들로 조금씩 샀어요. /면담 참여자 준호
 

지원은 없었다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학교, 경찰, 행정기관은 지원체계로서 작동하지 못했다. 미흡하게나마 존재하는 지원제도에 대해서도 이들 중 많은 수가 알지 못했고,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원가정과의 단절을 증명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찾아봤어요. 청소년의 집을 지원받을 수 있는 거. 엄마 아빠가 죽어야 돼요. 엄마 아빠가 등본상에 있으면 의료 지원금도 못 받아지고요. /면담 참여자 수명
 

차별없는 주거권을 위해

통계 자료와 면담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는 적절한 거주지가 시급했다. 2018년 조사에서도 가정 밖 청소년들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서비스로 ‘주거지(숙식장소) 및 주거비(전월세) 지원’이 83%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주거 정책은 미비해서, 관련된 법 조항에서도 청소년 주거권은 찾아보기 힘들거나 가정 밖 청소년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주거권은 공간 점유나 소유의 권리를 넘어 “안전하고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로서 필연적으로 시민권과 연결된다. 이에 따라 청소년도 주거권의 주체로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주거 복지 대상에 가정 밖 청소년을 포함하고, 미성년자인 이들의 행위능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주거뿐만 아니라 교육, 취업, 건강, 진로 등의 서비스를 연계한 통합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원가정 복귀와 시설 수용을 넘어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차별 없는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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