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거리 아웃리치 이야기 (下)

 

<이경희 / 플랫폼씨 회원, 홍콩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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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피소의 개소를 알리는 안내문 <사진=필자>

 

이번 한국의 겨울은 특히 추웠다. 뉴스는 ‘극한 날씨’, ‘최강 한파’라며 시끄럽게 보도했고, 한파를 대비하지 못한 주거취약계층과 홈리스들은 조용히 추위에 노출되어 견딜 수밖에 없었다. 홍콩은 한국보다 남쪽에 위치해있어 평균적으로 한국보다 겨울이 덜 추운 편이다. 그러나 홍콩은 습하고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어 한국 겨울만큼 추운 날도 있다. 바닷바람과 고층 빌딩이 만나 바람이 더 거세게 불기도 한다. 1월 23일,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날 함께 아웃리치를 나섰다. 이 날은 여러 지역에서 기온이 12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홍콩의 12도는 한국의 12도보다 춥다.) 추위가 계속되어서 홍콩 당국은 18개 지역에 임시 대피소를 열고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정부는 임시 대피소를 열었고, 소코(SoCO-Society for Community Organization, 지역사회단체협의회香港社區組織協會,) 등의 단체를 통해 음식과 방한 용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2007년에서 2015년 사이 홈리스는 400명에서 1,400명으로 증가했다. 오늘날, 24시간 맥도날드 매장에서 하룻밤을 자는 ‘맥난민’의 수는 2013년 이후 6배나 급증하여 330명이 넘는다. 사실 홍콩 맥난민의 70%가 집과 일자리를 갖고 있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비좁은 쪽방이나 빈대가 가득한 나무 칸막이 방에서 주거한다. 추운 겨울과 습하고 더운 여름에 맥난민들은 에어컨이 있는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기로 선택한다. 동료 맥난민들 사이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외로움을 해소하기도 한다. 

 

홍콩의 과도한 주거비는 빈곤 위기의 중심이다. 국제공공정책 자문기구 데모그라피아(Demographia)의 ‘2023년 국제 주택가격조사(2023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 Survey)’에 따르면 홍콩은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8.8배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홍콩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월 2만달러 (약 325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이는 가구당 평균소득의 70퍼센트 이상이다. 또한 소득불평등은 아시아에서 단연 최악으로, 지니계수(*소등불평등의 수준을 나타내는 계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함을,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0.3보다 높으면 소득격차가 심한 것으로 간주하며, 0.4 이상이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본다.)가 무려 0.539에 이르고 있으며, 인구의 5분의 1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불평등은 공공복지보다 기득권에 맞춘 정책에서 비롯된다. 홍콩은 자유방임적 경제정책을 택해 세금, 사회적 지출 및 규제를 폐기하여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엘리트를 육성하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다. 이로 인해 금융계, 부동산계가 부를 독식하고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홍콩 정부는 연간 GDP의 0.6%만을 복지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공임대 주택을 더 많이 짓고, 근본적인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임시 대피소로 아웃리치를 나가고, 동사무소 체육관 같은 곳에 잠자리를 깔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홈리스들과 만나면서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날은 비교적 따뜻한 홍콩에서도 아주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은 추운 날이었는데, 반팔에 가벼운 겉옷을 걸치면 되는 낮 날씨가 지속되다가 예고 없이 찾아온 추위는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종류의 재난이었다. 대피소들을 하나씩 찾아가 방한 용품을 나눠주었다. 함께 간 활동가는 이렇게 임시 대피소에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고 한다. 임시 대피소는 홈리스들이 일주일 정도 묵곤 하는 이층 침대 가득한 호스텔보다도 열악했다. 맨바닥에 요가매트 정도 하나 깔아서 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시 대피소마저 없다면 이 추위에 거리에서는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이 날 아웃리치에서는 대피소들을 돌고 난 후 홍함에 있는 홍콩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밤10시까지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콘서트장이지만 이후에는 홈리스들의 잠자리다. 완전히 노출된 야외에서 매표소 창구 위에 올라 잠을 청하는 사람들 뒤로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가르는 바다가 흐르며 야경이 반짝였다. 홍콩이 이렇게 추울 걸 예상하지 못해서 패딩 등 겨울옷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목도리로 칭칭 감싼 얼굴의 털들에 엉기는 습기들이 가혹한 현실을 더욱 일깨우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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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함에 위치한 홍콩 스타디움의 야경<사진=필자>

 

필자가 함께 아웃리치를 나가고 있는 소코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회복지 단체이기도 하다. 당국이나 자선 단체에서 지원받은 침구, 방한용품, 음식들을 거리의 홈리스들에게 나눠주며 아웃리치를 진행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시민사회 단체들에서는 소코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친(親)개발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시민사회단체가 국가가 아닌 개인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려면, 개인들에게 후원금을 받기 위한 또 다른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심사는 통과하기 어려울뿐더러 홍콩의 상황에서 당국을 위협할 것으로 여겨지면 바로 취소되기도 쉽다. 소코에서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 물품을 ‘거리 미화’의 목적이라며 폐기해버린 정부를 상대로 하는 홈리스들의 소송을 돕고,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주최한다. 함께 아웃리치를 나가며 함께하는 활동가들 모두 시혜적으로 물품을 배부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거리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울고 웃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음을 느꼈다. 홍콩의 겨울은 영상 10도 내외의 날씨이지만 매년 한파에 추위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홍콩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높은 임대료,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사고파는 곳이 되어버린 집,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임시 대피소는 임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홈리스를 비롯한 민중들이 함께 모여 변화를 열망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시민사회 활동이 깜깜한 홍콩의 현실에는 더 많은 관심과 교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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