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성공적인 민관협력 사례?

위기 속 민낯 드러낸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자활지원과장.jpg

115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자활지원과장 강재신.  그는 집단급식소 미신고 등 따스한채움터의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의원의 질타에 거리 노숙인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종합지원센터나 25개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무리 없이 노숙인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출처=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화면 캡처>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는 서울역 인근에서 행해지던 민간의 거리급식 관행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10년 5월 개소하였다. 당시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따스한채움터의 설립이 “민‧관의 성공적인 협력사례”라고 밝혔다. 그러나 만 10년이 지난 오늘날, 서울시가 ‘성공적’이라고 했던 민관협력의 결과는 한없이 처참하기만 하다.


따스한채움터는 급식소가 아니다? 민간협력허울에 가려진 편법적 운영방식

개소 이후 줄곧 따스한채움터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집단급식소가 아닌 채로 운영돼 왔다. 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서울시는 따스한채움터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며, <노숙인복지법>이 정하는 노숙인급식시설도 아니기에 집단급식소 신고 대상이 아님을 주장했다. 또한 시는 민간과 종교기관에 급식을 시행할 장소를 제공할 뿐임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은 현재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지난 115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따스한채움터는 무료급식소로, 사회복지시설로 설치된 게 아니고요 (...) 저희가 무료급식소를 하게 되면 현재 민간단체들이 또 밖으로 나가서 길거리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상황이 반복이 되는 상황입니다.”

- 2020115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 출석한 서울시 자활지원과 강재신의 발언

 

결국 서울시가 따스한채움터를 민관협력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리급식을 통제하기 위함이지 이용자에게 위생적이고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닌 셈이다. 만약 후자를 고려했다면, 따스한채움터에서 급식을 제공하는 민간단체와 종교기관이 어떤 식자재를 사용했는지, 적절한 위생설비와 조리도구를 갖춘 곳에서 조리가 이루어졌는지, 자격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가 조리과정에 적절히 관여했는지 여부를 전연 알 길 없는 현재의 운영방식이 지속 유지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결국 이처럼 법과 공공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따스한채움터의 운영방식은 그 자체 급식지원 서비스의 공공성이 결여돼 있음을 의미하나, 동시에 안전과 위생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피해는 온전히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위기 봉착한 민간협력, 일관성 결여된 복지행정

따스한채움터를 둘러싼 민과 관의 동행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채움터에서 급식을 제공하던 상당수 민간종교기관이 급식 제공을 중단하여 간편식 위주의 자체급식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운영이 멈추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시 따스한채움터의 소장이던 박광빈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급증한 이용자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민간의 후원과 자선에 기초한 따스한채움터 운영방식의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같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따스한채움터의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길이 아닌 이용대상을 축소하고 선별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지9월초 서울시는 65세 이상에겐 급식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노숙인복지법 2노숙인 등에 한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수정된 내용의 방침을 다시 내놓았다. 과거 서울시가 따스한채움터의 낮은 문턱다양한 계층의 이용을 자찬하며 정책의 성과로 내세웠다는 점, 공공연히 '노숙인복지시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정 기준을 지키지 않았던 점을 상기할 때,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일관성이 결여된 복지행정을 행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일 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건물을 짓고, ()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가 위탁 운영하는 따스한 채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저소득층의 배고픔을 달래는 따뜻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도 기존 18개에서 24개 단체로 늘어나면서 더 많은 노숙인, 노인 등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급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 2010818일 서울시 보도자료 중

 

더욱 황당한 것은 이용대상을 <노숙인복지법>노숙인 등으로 한정한 서울시가, 편법운영에 관한 지적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료급식소가 되려면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신고를 해야 되는데,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사항은 신고대상이 아닌 사항인 거고요.

- 2020115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 출석한 서울시 자활지원과 강재신의 발언

 

결국 이는 상황과 시류에 따라 따스한채움터의 지원대상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또한 임의시설로 운영되는 한 따스한채움터의 운영상의 일관성은 결코 담보되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가의 보도가 된 방역강화, 근본 원인에 관한 분석과 성찰은 없어

따스한채움터의 이용대상을 축소한 서울시는 직후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강화를 명분으로 이용자를 대상으로 전자회원증을 발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914일부터 시작된 전자회원증은 노숙인 정보시스템을 통한 노숙이력 조회와 신분증 확인, 사진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 발급이 이뤄지며, 정보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 등록 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서울시는 전자회원증을 발급하지 않아도 기존처럼 따스한채움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앞서 보듯, 서울시는 이미 <노숙인복지법>상 노숙인 등을 따스한채움터의 이용 대상으로 한정한 바 있다. 이는 그 자체 따스한채움터 이용 자격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노숙이력 조회를 요건으로 삼는 전자회원증의 발급은 전자회원증을 가진 자를 자격 있는 자로 간주하고 전자회원증을 발급받지 않고 수기 방역명부를 작성하는 자를 자격 없는 자로 간주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그 결과, 실제 노숙인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노숙이력 조회를 거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수기식 방역명부 작성)을 택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자격 없는 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위축된 태도를 갖게 되어 이용을 중단하거나 낙인을 감수하게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숙이력’이 복지지원을 축소하거나 대상자를 거르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노숙이력 조회라는 절차 자체는 따스한채움터 이용자들에게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730,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사업가운데 일부 사업에서 노숙인의 참여를 제한한다고 발표하였고, ‘노숙인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복지정보시스템을 조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처럼 노숙이력이 공적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노숙이력의 정보시스템화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한편, 서울시는 전자회원증이 활성화될 경우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급식수요를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현행 서울시의 노숙인 등공적급식지원 서비스의 절대량은 시가 집계한 규모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급식수요의 파악과 관련 정책의 수립은 정책적행정적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지 전자회원증도입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방역강화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 시급한 일은 따스한채움터의 방역상 취약함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판별해내는 것이지, 이용자를 선별하는 효과만 가중하는 전자회원증 따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상황에서 그 민낯이 드러난 민관협력의 결과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외려 방역강화를 내세워 면책의 활로를 모색하는 서울시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행보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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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묻고 미리 답하는 Q&A]


따스한채움터도 '자체급식'을 한다?

 서울시 예산으로 자체급식 이뤄지나, 공공성과 적절성 기대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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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민간단체와 종교기관이 급식을 중단하자 따스한채움터 '자체급식'과 '결식'의 비중이 매우 높아진 바 있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따스한채움터에서의 급식 제공은 대부분 민간단체와 종교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더러 자체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예산서에 따르면, 따스한채움터 운영을 위한 예산은 종사자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사업비명목의 예산이 주말급식지원이란 명칭으로 자체 급식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주말급식지원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의 경우, 다른 노숙인 등공적 급식지원에 소요되는 예산과는 그 산출근거를 달리 적용하고 있음. 노숙인시설의 경우 1일 급식단가(2020년 기준 2,500)와 제공일수, 대상 인원을 근거로 예산을 산출하고 집행하지만, 따스한채움터의 자체 급식은 정해진 월 정량액을 지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실제 서울시의 2020년도 예산서는 따스한채움터의 사업비(주말급식지원)의 내역을 월 200만원씩 12개월로 정해놓고 있지만 구체 산출근거는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

 

만약 노숙인생활시설과 노숙인이용시설과 동일하게 1일 급식단가를 2,500원으로 설정하여 볼 때, 200만원의 예산액으로는 한 달에 약 800명의 인원에게 급식제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따스한채움터의 이용인원이 1회에 300명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정기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자체급식 제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예산책정은 공금횡령과 유용 등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실제 이번 서울시의회 행정감사 과정에서 지난 2018년 회계담당자에 의한 3억여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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