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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6 (19:27:44)



서울지역 5대 쪽방의 실태 : 남대문 편



<정제형 /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편집자 주]  쪽방신문은 서울지역 5대 쪽방촌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쪽방촌의 실태와 관련한 자료는 서울시의 ‘2019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와 2019년 한국일보의 연속 기획기사 ‘지옥고아래 쪽방’을 참조했다.



▲  매주 수요일 저녁, 양동 쪽방지역에서 주민들의 주거권을 요구하는 ‘길거리 사랑방’이 열린다. <사진 출처=홈리스주거팀>

서울역 맞은편, 서울역 11번 출구를 나와 남대문 경찰서를 끼고 언덕길을 조금 올라가면 높은 빌딩숲 사이에 이질적이고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인적이 드문 좁디좁은 골목을 따라 곳곳에 낡을 대로 낡은 건물들, 수리를 이유로 폐쇄된 건물들, 사람의 흔적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무허가 건물들이 펼쳐져 있다. ‘양동 쪽방촌’, 밀려난 도시빈민의 최후의 보금자리들이 모여 있다. 예전 ‘양동’이라 불리던 남대문 경찰서에서부터 힐튼 호텔까지의 일대는 오래 전 종로3가와 함께 서울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로 유명했던 곳이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빈민들이 무허가 판자촌과 하숙집 등에 머물며 날품팔이,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역 건너편, 최대 규모의 사창가, 무허가건물, 하숙집이 몰려있던 양동은 1980년대 올림픽 등의 행사를 위해 여러 재개발을 거치며 퇴락하였고, ‘남대문 쪽방촌’ 만이 유일하게 그 시절의 면면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2019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대문 쪽방촌’은 쪽방으로 이용되는 건물이 33개, 쪽방의 수가 809개이다. 주택 당 평균 방 개수가 24.5 개에 이르고 있어서 서울 쪽방 지역 중 건물의 수에 비해서 쪽방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거주하는 주민들도 704명에 다다르고 있어서 작은 지역에 많은 이들이 밀집되어 거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쪽방 건물의 환경 역시 다른 쪽방촌과 마찬가지로 열악하다. 취사장이 있는 주택 수는 33개의 건물 중 6개(18.2%)에 불과하며, 샤워실이 있는 주택 수도 11개(33.3%)에 불과하다. 세면장은 모든 주택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온수가 나오지 않는 건물이 무려 24개(72.7%)나 있어서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은 대다수가 한겨울에도 냉수를 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대문 쪽방촌의 평균 월세는 244,362원으로 서울 전체 쪽방의 평균인 231,025원을 웃돌며, 돈의동 쪽방촌 다음으로 높은 금액을 자랑한다.


남대문 쪽방촌에서 주목해볼 만한 사실은 거주민 수의 변동이 거의 없는 서울의 다른 쪽방촌과 다르게, 남대문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수가 2017년부터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947명(2017) → 756명(2018) → 704명(2019)).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대문의 쪽방촌은 1978년 최초로 재개발사업구역(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난 뒤, 약 40여 년 간 이렇다 할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10월 18일, 양동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지정 공람공고가 이뤄졌고 작년 10월 2일, 서울시에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한 후부터는 재개발의 전조가 새롭게 ‘남대문 쪽방촌’을 덮치고 있다. 현재, ‘남대문 쪽방촌’에는 하나의 건물을 여러 명이 소유하고 있기도 하고,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필지 중 여러 곳이 이미 부동산 업체나 부동산 개발 전문 신탁 업체에 소유권이 넘어가 있다. 이주대책에서 주민들을 배제하고 개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쪽방 관리인은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의 만료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퇴거를 종용하고, 이에 못 이긴 주민들이 하나둘씩 동네를 떠나고 있다.


이미 주민들은 작금의 개발 상황에 대하여 작년 12월 한차례 서울 중구청에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크지 않다. 열악한 환경의 공간일지언정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 뼘의 방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 적어도 내가 살고 있다는 권리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는 것을 바랄 뿐이다.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이 있고 집이 있다. 정든 곳을 떠나야 할 이들의 목소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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