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 축소개편안 전면 철회

홈리스 당사자의 목소리가 일궈낸 변화앞으로 확대개편 여부 주목해야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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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노숙인 공공일자리의 축소개편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지난 630, 서울시는 오는 하반기(7)부터 시행 예정이던 노숙인 공공일자리 운용계획을 수정한다는 방침을 각 노숙인 기관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옛 노숙인 특별자활근로)의 근로시간 감축을 골자로 한 ‘2020년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이하 서울시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른바 쪼개기 고용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노숙인 공공일자리 축소개편안, 예고부터 철회까지

서울시의 공공일자리 축소개편 계획이 처음 전해진 시점은 지난 526일이다. 서울시는 각 노숙인 시설에 보낸 비공개 공문을 통해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의 근로시간을 감축하여(종전 15시간14시간) 평균임금을 하향 조정하고(종전 월 64~81만원48~62만원), 주휴수당 미지급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여러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과 홈리스 당사자들은 편법적인 쪼개기 고용관행을 공공일자리에 도입하려는 서울시를 비판하며 개편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은 서울시 개편안에 반대하는 노숙인 일자리 참여자들의 요구를 대의하여 서울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한편, 서울시의회를 대상으로 추경예산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홈리스 당사자들은 항의문과 육성·영상발언을 통해 노숙인 공공일자리의 문제점과 확대개편의 필요성을 전했다. 그 결과, 서울시의회는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서 노숙인 공공일자리 예산 증액을 결정했고(617),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서울시 개편안의 조속한 철회는 물론, ‘노숙인 등대상 공공일자리의 양적·질적 개선조치를 취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했다(623). 결국 서울시는 인권위의 권고가 나온 지 8일 만에 개편안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홈리스 당사자들과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행동으로 일궈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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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 있는 과제, 홈리스 공공일자리의 질적ㆍ양적 개선

홈리스 당사자의 목소리에 힘입어 서울시의 공공일자리를 축소개편 시도는 무산되었지만, 인권위 권고사항 가운데 하나인 “‘노숙인 등대상 공공일자리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개선을 위한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첫째, 하반기 공공일자리 운용에 필요한 추가적인 예산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630일 서울시의회에서 3차 서울시 추경예산안이 통과됨에 따라 노숙인 공공일자리 예산이 약 28천만원 증액되었지만, 올해 노숙인 공공일자리 예산이 전년대비 91천만원 감액된 점,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민간일자리 시장이 급격히 경색된 점, 공공일자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증액분만으로 공공일자리의 안정적인 운용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불용예산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나, 불용액의 규모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고용시장 상황과 공공일자리 수요를 반영하여 차기 추경 시 예산증액 편성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의 참여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서울시 개편안의 주요 조정대상이었던 반일제 일자리는 노동능력 미약, 채무불이행등재, 거주불명등록 등의 이유로 민간일자리 취업과 기초생활보장수급이 어려운 홈리스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적 일자리. 하지만 원칙적으로 1년에 3개월 동안만 참여가 가능한데다 월급여가 70만원이 채 되지 않아 그간 주거 및 일자리 상향의 주춧돌로 전연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서울시 인권위 역시 이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한 바, 연중 일자리사업 참여자의 소득이 중단되지 않도록 현행 반일제 일자리의 참여기간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셋째 노숙인 전일제 일자리’(옛 노숙인 일자리갖기사업)의 수를 확대해야 한다. 2018366명이던 전일제 일자리 참여자의 수는 2019230, 2020150명으로 지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반일제 일자리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그 반대급부로 전일제 일자리의 수가 줄어든 것이라면서, 그동안은 민간일자리 연계를 통해 전일제 일자리 수요를 분산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우선, 전일제 일자리와 반일제 일자리는 사업대상 자체가 다르다. 다시 말해, 전일제 일자리 문제는 대상이 다른 사업유형 간 조정이 아닌, 예산증액을 통해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민간일자리 연계를 통해 수요를 분산했다는 해명 역시 문제적이긴 매한가지다. 2019년 기준 서울시가 연계한 민간일자리 가운데 44%가 일용직이었으며, 1년 이상 근속자의 비율은 3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서울시가 전일제 일자리의 잠재적 수요자에게 불안정한 민간일자리 취업을 사실상 강요해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현재 서울시의 전일제 일자리의 운영방식은 노숙인 등이 ()실업 상태에 놓이거나 불안정저임금 민간일자리 취업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권위의 권고와 전연 양립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실수요를 반영한 전일제 일자리의 확대공급이 이뤄져야만 한다. 다시 한 번, 홈리스 당사자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편집위원의 시선] “공공일자리는 불평등이 반복되는 자리가 아니어야 한다

 

<이채윤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노동/일을 한다는 건 한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조건이 삶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지난 6월 발간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정책TF의 평등정책보고서는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일의 세계를 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일자리지원 정책은 사회적 소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일의 세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차별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모든 이가 안정적인 노동을 하며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홈리스 공공일자리 역시 민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홈리스가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즉 경제적 자립을 도모해 생존권을 보장하는 통로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홈리스 공공일자리를 평등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민간 노동시장에서 차별과 박탈을 겪은 이들은 공공일자리를 통해 다시 일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축소 개편 시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현재의 공공일자리는 민간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이들을 다시 불안정한 노동과 저임금 일자리로 내몬다. 공공일자리를 확대해 단순히 일의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홈리스의 노동권을, 그리고 생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홈리스가 일자리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노동할 권리가 (공공)예산절감이라는 편리한 변명에 가려지지 않기를, 공공일자리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에 고착되어 차별적인 노동시장의 구조로 다시금 내몰리지 않기를 함께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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