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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3 (21:29:43)

[여성, 홈리스]는 여성이자 홈리스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우리는 여성 홈리스를 모른다


<응팡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최근 나온 여성 홈리스 문제를 다룬 기사나 다큐멘터리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 여성 홈리스 당사자의 입을 빌려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당사자의 직접적인 말을 빌려 당사자의 필요나 어려움을 언급하는 건 중요하다. 당사자의 경험을 듣지 않고는 알 수 없거나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당사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그때 당사자가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말이다. 또 하나는 여성 홈리스의 삶 자체가 이들을 향한 억압과 권리 침해에 대한 중요한 폭로와 증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 홈리스 당사자를 통해 이야기되지 않는 문제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당사자를 포착할 수 없거나, 당사자의 언어로 그들의 경험과 삶이 온전히 대변되지 않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 홈리스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노숙인 등 실태조사’를 하는 이유

▲  서울시는 2013년부터 매년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를 시행하지만 조사 대상을 거리와 시설에 머무는 사람으로 한정해 그밖에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을 포착하지 못한다.

2016년 복지부는 ‘노숙인 등’ 복지법에 따라 노숙인 등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고 노숙인 등을 위한 복지정책의 성과 및 한계를 분석한다며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시행계획』에 반영하고 단기간 내 추진 가능한 사항부터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서울시도 2013년도부터 매년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노숙인 규모와 현황을 파악해 필요한 지원을 적정하게 지급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숙인 정책을 집행한다는 목적에서다.


실태조사가 ‘노숙인 등’을 잘 포괄하고 있는지, 실태조사 결과가 정책에 적절하게 반영되고 있는지의 문제는 우선 차치하고서, 정부가 노숙인 등 실태조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홈리스 현황 파악이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홈리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실재하는 문제와 필요에 더 좋은 해결책을 고민해보겠다는 말이다.


지금의 여성 홈리스 대상 실태조사는?

노숙인 등 복지법에서 정의하는 ‘노숙인 등’은 거리나 노숙인 시설뿐만 아니라 “다.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서 이 ‘다’목은 쪽방 주민으로만 한정된다.


그러나 여성 홈리스들은 거리, 노숙인 시설, 쪽방 외에도 다양한 공간을 거처로 마련한다. 홈리스행동 인권지킴이 활동에서 만난 여성 홈리스들 중 몇몇은 거리에 있더라도 안전을 이유로 노숙상태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청결을 유지하고 밤에 깨어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거리를 피해 24시 패스트푸드점이나 만화방 등에서 주로 머문다고도 일러주었다. 『서울시 노숙인 지원정책 성별영향평가』도 거리노숙 상태에 있는 여성 홈리스라 하더라도 돈을 내고 생활하는 곳(찜질방, PC방, 만화방, 패스트푸드점 등)에 주로 생활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노숙인 등 실태조사로는 거리와 시설이 아닌 다양한 거처에서 생활하는 여성 홈리스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 2019년 서울시는 ‘노숙인 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추진과제 중 하나로 ‘체계적인 노숙인 실태조사, 정책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사 대상을 거리 노숙인과 시설입소자로 한정 지으면서 또다시 거리와 시설 밖 여성 홈리스를 외면했다.


여성 홈리스를 알기 위해서는

2016년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서 파악한 여성 홈리스의 규모는 전국 2,929명(전체의 25.8%), 2018년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에 나타난 여성 홈리스의 수는 732명(전체의 21.1%)으로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 누군가 여성 홈리스의 수가 적어 잘 보이지 않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홈리스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오히려 여성 홈리스의 다양한 거처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성 홈리스가 이용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실태조사가 소극적인 지원체계라는 결과를 낳는다. 2019년 서울시 기준 여성 홈리스 일시보호시설은 1개, 여성 홈리스가 입소 가능한 여타의 시설 역시 총 7개로 매우 부족하고, 여성 홈리스의 노숙 유입 원인과 노숙 과정에서의 경험은 정책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실한 지원체계가 또다시 여성 홈리스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우리는 여성 홈리스를 모른다. 정책은 적극적으로 여성홈리스를 찾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 ‘보이지 않는’ 여성 홈리스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여성 홈리스를 숨게 하는 조건을 삭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여성 홈리스의 실태를 온전히 파악해야 한다. 여성 홈리스가 거처로 삼는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 역시 실태조사 범위에 포괄하여야 한다. 정확한 정책 대상 규모와 특성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가 여성 홈리스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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