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공항 홈리스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

<이봉조 / 英 브리스톨 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홈리스행동 회원>

▲  영국 히드로 공항의 벤치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사람의 모습 <사진 출처=영국 데일리메일>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홈리스들의 이야기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멀리 영국과 미국에서는 1980년대도 공항에서 지내는 홈리스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공항을 찾을까요?

정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부담가능한 주거나 숙소의 부족 혹은 (어쩌면 공항처럼 쾌적한 환경의) 노숙인시설의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을 꼽을 수 있지만, 사실 공항을 찾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 쾌적한 온도 그리고 안전이죠.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항에서는 비교적 편하게 생존에 필요한 물을 사용할 수 있고, 청결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고, 여성 홈리스의 경우 범죄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사실 위기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오늘날 도시공간은 지내는데 녹록지 않습니다. 도시 곳곳은 상품화되었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공공간 조차도 홈리스들을 환영하는 장소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청결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물을 구할 수 없으니 샤워는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간단한 세안조차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24시간 여행객들에게 개방된 공항에서는 누구나 기본적인 서비스인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더위나 추위를 버틸 수 있습니다.

홈리스에 대한 편견과 입증되지 않은 정보

만약 공항 홈리스 이슈가 점차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그 미래를 다른 나라의 과거 사실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2015년 12월 27일 기사(공항 내 엄격한 규칙으로 인해 홈리스들이 환영받지 못하다)에서는 뉴욕시의 국제공항인 라 과디어(La Guardia) 공항의 조치를 소개하였습니다.

해당 공항에서는 늦은 밤 시간 동안에는 티켓을 소지한 승객들을 제외하고 모든 터미널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호놀룰루(Honolulu) 공항 역시 로비와 짐 찾는 곳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공항 내 홈리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입증되지 않은 기사들로 인해 공항 당국이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감시와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홈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에 있습니다. 공항 홈리스 이슈를 다룬 국내의 언론들이 “공항 노숙인들을 한 눈에 찾기는 쉽지 않았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여행객들과 거의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부정적인 시선으로 덧씌워진 그들은 언제든 너무도 간단히 축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소수의 잘못된 행위가 부정적 시선을 더 큰 파장을 일으키며 재생산되기도 합니다.

공항 홈리스 이슈보다 중요한 것

국내의 한 언론에서는 지역 홈리스센터와 협업하여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홈리스를 도시 내의 홈리스 시설로 연계하도록 한 애틀랜타 공항의 사례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서 홈리스를 사회로 건강하게 복귀시키기 위한 애틀랜타 내 노숙인 지원센터들의 꾸준하고 장기적인 노력들은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예컨대 일자리 훈련 프로그램, 정신건강관리, 주거서비스 같은 것들 말입니다).

또한 공항에서의 홈리스 이슈에서 애틀랜타는 우리나라와 그 맥락이 다릅니다. 애틀랜타 공항에서는 적게는 40명, 겨울철에는 150명이 공항에서 지냈다고 애틀랜타 지역 뉴스에서 보도했습니다(11Alive, 2018년 3월 19일). 이러한 수치는 홈리스센터가 적극적인 아웃리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공항 홈리스 이슈보다 중요한 것은 홈리스의 기본적인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 한 가디언지의 기사에서 홈리스가 쉼터를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하와이의 홈리스 쉼터는 ‘폭행, 절도, 통금, 빈대(bed bugs) 문제들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어떠한 홈리스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거리 홈리스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로를 따라가면서 바람직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