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Ⅲ-거주불명등록제도의 적용 현실

<홈리스뉴스 편집부>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 말소’ 제도를 폐지하고 2010년 10월 4일 주민등록 말소자들을 ‘거주불명등록자’로 일괄 전환한 바 있다. 2012년 3월 현재 거주불명등록자의 수는 512,090명으로 총 인구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말소제도 폐지 및 거주불명제도 도입의 취지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 국민건강보험 등 대부분의 사회복지제도와 대통령 선거 등 참정권 부여 및 초등학교 배정 등이 주민등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은 이로부터 배제”되었기에 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한다. 이런 취지는 과연 현실화되고 있을까? 4ㆍ11총선을 며칠 앞둔 4월 6일, 이에 대한 고민을 던진 인권단체 ‘새사회연대’와 함께 거주불명등록자인 4명의 거리홈리스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보았다.

거주불명으로 등록되게 된 계기는?
▪ 이: 채무관계가 좀 있어가지고 집에서도 나오게 되고 바깥에서 생활하게 되다보니까 쉼터 같은데도 다니고….
▪ 황: 사업 좀 하다가 어떻게 돼 가지고….
▪ 홍: 저는 2002년도에 카드업자에게 속아 카드깡 한다고 해 갖고, 당시에 주소는 집으로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카드깡 때문에 가압류 날아오고 그러니 우리 아버지가 말소시켰어요. 그 이후에 살리려고 했는데 사정이 안 좋아서 아직까지 못 살리고 있어요. 언젠가 살려야죠.
▪ 고: 저도 채무 문제에요. 그리고 건강보험료가 많이 밀렸어요. 3년 정도 됐나? 그것 땜에 말소된 거 아닌가 싶어요. 처음에는 지역보험으로 돼 있었는데 주소지를 고향에서 서울 아는 형님 집으로 옮기면서 그냥 어머니 통장에서 나가는 줄 알고 못 챙겨서 연체가 된 거죠. 제가 전입한 주소가 따지고 보면 위장전입이잖아요. 살지는 않으니까. 그 형이 계속 거기서 살았으면 말소가 안 됐을 텐데 그 형이 이사 가니까 말소가 된 거죠.

거주불명등록의 원인으로는 채무문제가 압도적이었다. 2010년 개인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한국사회에서 만성화된 채무의 문제는 거주불명등록, 노숙의 원인으로까지 작용함을 알 수 있다.

거주불명등록자로서 제일 어려운 점은?
▪ 고: 요즘 같은 경우는 어느 직장을 가더라도 고용보험은 둘째 치고 등본이 있어야 하잖아요.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등본 떼는 그것 때문에… 쉽게 말해서 말소는 주민등록증만 갖고 있는 것뿐이지 쓸 수가 없는 거죠. 등본 자체를 못 떼면 경제활동 자체를 못하는 거죠. 따지고 보면 기본인데… 요즘은 어느 직장을 가더라도 등본은 기본인데 그거를 못 떼는 거죠.
▪ 이: 일을 해야지 생활도 하고 하는데 공장이나 그런데 들어가려고 해도 등본하고 신분증 카피해 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대부분 4대 보험이 들어가니까 조그만 직장을 들어가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개인 일을 나가려고 하면 일용직이나 이삿짐센터 같은 하루하루 나가는 거 밖에 없으니까 그게 많이 힘들죠. 월급 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요. 전에도 직장에서 며칠 다니다가 잘리게 됐어요. 범죄자 아니냐, 그런데 왜 등본도 못 떼 오냐 그런 거죠.
▪ 고: 일용직도 신분증이랑 다 있어야 해요. 옛날에는 없어도 막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현장 자체를 출입하면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들어가는 현장이 많아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현장은 신분증을 제출하면서 들어가요. 대부분 용역회사 통해서 들어가잖아요? 걔네들이 올릴 때 말소된 사람들 것은 못 올리고 대리로 올리는 경우가 있어요.

“주민등본을 뗄 수 없다”, 인터뷰 도중 제일 많이 나온 말이다. 구직을 통해 노숙을 벗어나려고 하는 이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서류인 주민등록등본의 발급 불가는 취업에 있어 가장 막막한 경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에 참여하실 의향은 있나요?
▪ 고: 말소됐는데 선거가 되나요? 이런 생활하는 사람들 70~80%는 안 한다고 보면 되요. 왜냐면 당장에 선거해서 누가 됐던 그게 저희들한테 피부로 와 닿지가 않기 때문에….
▪ 이: 이 생활하다보니까 자연적으로 관심이 안 가게 되더라고요. 마음에 여유도 없는 상태에서 선거철 돼서 선거할 여유까지는 아직….

예상대로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고, 이번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한 이는 한 명에 불과했다. 거주불명등록제도가 선거권 보장을 취지로 삼았으나 이들 중 누구도 선거를 할 수 있다는 설명도, 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도 들은 이는 없었다. 최근에도 주민센터에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빨리 재등록하라는 것 외 다른 설명은 없었다 한다.

“말소되면 대한민국 땅에만 살고 있는 거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에요. 쉽게 말해서 지구상에 없는 사람이랄까? 있는 사람들이야 세금 탈루한다고 위장전입하고 그러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솔직히 기본적인 생활을 하려고 하면 거주지가 있어야 되잖아요.”

거주불명등록제도로의 전환 취지와 달리, 당사자들에게 있어 ‘말소’와 ‘거주불명등록’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게 공통의 의견이었다. 거주불명등록자에 대한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제도자체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거주불명등록’제도 자체의 변화만으로는 당사자, 특히 거주불명 거리홈리스들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납부 능력이 없는 건강보험 장기 연체자에 대한 결손처분의 제도화, 거처가 없는 이들에 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 방안, 거리에서 주거로 진입할 수 있는 주거복지제도의 마련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거주불명등록제도’의 폐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주거지를 점유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신분적 구별이 존재하는 한, 그 구별은 다양한 방식의 차별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몇몇 조사에 따르면 거리홈리스의 30~40%정도가 거주불명등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홈리스의 현실에 기초한 거주불명등록제도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보다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