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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시설로 빛나는 서울역. 주요 역사가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면서 역사 내 상업공간은 90%에 이르고 있다. 철도의 공공성은 이윤이 남긴 부스러기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공공역사 중심의 위기계층 지원대책,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법원의 이례적 판결
지난 3일 서울 영등포 S 백화점 경비업체 직원(29세)의 폭행으로 거리노숙인 황 모씨(60세)가 사망하는 사건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경비업체 직원은 비교적 인적이 한산한 곳인 백화점 주차 타워 앞에서 노숙을 하던 황 씨를 발로 차고 밀어뜨린 후 백화점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긴 후 방치하였다. 그 후 시민의 신고로 구급대에 실려가던 황 씨는 이송도중 사망하고 말았다. 노숙을 한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런 저항력이 없는 노구의 황 씨는 그렇게 어이없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철도공사 직원과 공익요원들은 역사 내에서 뼈가 부러진 채 노숙하던 장 모씨를 역사 밖으로 내몬 후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고, 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법원의 이례적 판결’이 언론에 보도되며 뒤늦게 사건이 알려진 바 있다. 두 명의 망인 모두 수많은 인파가 흐르는 공공역사 인근에서 건강의 문제로 쓰러져 있었으나 백화점과 철도역사의 청결을 목숨보다 아끼는 경비원과 역무원에 의해 먼저 발견되었고, 그들의 처분에 따라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사망사고는 근래의 일만은 아니다. 거리노숙인구가 상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사례는 수도 없이 쌓여왔다. 2005년 1월에는 서울역 안에서 응급상황에 처한 거리 노숙인을 역무원의 지시로 공익요원들이 손수레에 싣고 이리저리 옮기다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2006년 9월에는 영등포역에서 오작동한 방화셔터에 2명의 노숙인이 짓눌렸으나, 역사측은 아무런 위기개입 기능을 갖추지 못해 결국 두 명의 생명이 압사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공공역사는 승객 수송 뿐 아니라 응급상황, 노숙인 등 사회위기계층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대책이 구비되어야 함이 제기되었고, 철도공사 역시 관련 단체와 실무협의도 진행한 바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채 노숙생활자들의 비인간적 죽음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거리 노숙인들의 절반은 ‘마땅히 가 있을 곳이 없어서’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노숙 동료들과의 관계나 인근 인력시장과 같은 이유로, 생존의 방편으로 공공역사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거리 노숙인들을 역사 밖으로 내모는 데만 집중할 뿐 최소한의 인도적 조처마저 외면하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할 기능을 갖추거나 최소한의 업무지침마저 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공공역사가 민자화되면서,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나 빌딩이 들어서 사설 경비원들과 노숙인들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다. 물론 이들은 노숙인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전무한 채 업무에 배치된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사고는 늘 예정될 수밖에 없고, 그러하기에 사건 발생 시 단순히 역무원이나 철도특사경, 경비원 같은 가해자의 인격만을 비난하거나, ‘재수 혹은 어쩌다 운 없게’ 식의 사인(私人)과 사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는 것이다.  

프랑스, 미국 등지의 사례를 보면 공공역사는 위기에 처한 이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인지하고 국철, 교통공사, 기타 공기업들이 홈리스지원 전문조직과 연계하여 대책수립과 지원활동을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공공역사가 철도 이용자들과 이윤창출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지원과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는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우리 역시 그동안 노숙 생활자들의 생명까지 빼앗는 수많은 단속의 병폐를 경험하며, 인식 변화의 계기를 너무도 충분히 경험해 왔다. 철도공사는 “공공기관 최초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서비스헌장의 전문으로 채택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333개의 봉사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봉사단을 구성해 겨울철에 유니폼 차려입고 역 광장을 훑고 지나다니는 식의 ‘사회적 책임’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 응급상황에 대한 의료적 개입, 사회복지, 행정상의 도움 연계 등을 할 수 있는 SOS 위기개입센터와 같은 기능이, 최소한 유동인구가 많은 광역 단위 공공역사에는 마련되어야 한다. 그간 홈리스 복지 역사를 볼 때 공공역사 밖으로 노숙인들을 내모는 대책은 문제를 더 곪게 할 뿐, 공공역사와 노숙인 모두에게 있어 손실임을 교훈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 역시 느긋할 때가 아니다. 서울시는 노숙인 보호 주체로서 열악한 중독성 질환에 대한 치료, 재활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만취자들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하나 마련되지 못한 현실에서, 그래서 길바닥을 의지하고 있어야만 하는 현실에서, 정신보건인력에게 거리상담을 독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전문 인력이 연계할 수 있는 치료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만취자에 대한 현장보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찰 역시 노숙인들을 특정한 검문, 검색을 중단하고 노숙인에 대한 신변의 안전을 보장하고, 범죄폭력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치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범죄 피해에는 눈 감은 채 검거에만 열 올리는 약삭빠른 처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의 힘’을 가진 이들의 눈에 거리 노숙인들이 공공역사의 훼방꾼으로, 범죄 예비군(경찰은 노숙인 지원기관의 코 앞에서 검문을 하거나, 심지어 지난 달 말 모 쉼터에 입소인 명부를 요구하기도 하였다)으로, 치료‧재활이 무용한 구제불능으로 비치는 한 처참한 거리 생활과 그 극단으로서의 죽음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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