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말해지지 않는 이들의 죽음, 홈리스의 목소리를 들어라!”

2023 홈리스추모제를 돌아보며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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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2023홈리스 추모행동’을 선포하였다. <사진=홈리스행동> 

 

 

작년 12월 22일 동짓날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는 ‘2023홈리스추모제’가 열렸습니다. 한 해 중 가장 밤이 긴 동짓날이 홈리스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죽음이란 삶의 단절이지만, 삶과 연결된 것이기도 하여 죽음의 모습은 삶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하여 홈리스 운동은 오랫동안 홈리스 사망실태를 파악하여 그 수뿐 아니라 죽음의 원인, 주요 질환 등 그 질을 분석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단 한 번도 홈리스 사망 통계를 작성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작년에 진행된 한 연구는 홈리스 사망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에 따르면, 전체인구집단 사망률이 10만명 당 322.6명인데 비해, 거리노숙인구의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1348.8명으로 약 4.18배나 많습니다(2018년 기준). 고령화와 건강상태의 악화로 거리노숙 경험자의 연간 사망률은 2013년 1천 명당 3.1명에서 매년 상승하여, 2021년에는 38명에 이르러 8년 간 10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죽음을 추모하는 홈리스추모제는 애도를 넘어, 극한의 빈곤과 열악한 사회보장이 강요하는 죽음을 더는 용인하지 말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3주간 진행된 '추모행동'

작년  2023 홈리스추모제는 47개 사회운동단체 및 진보 정당들이 함께 기획단을 꾸려 진행되었습니다. 홈리스에 대한 온전한 추모는 홈리스 상태를 만들고,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체제와 제도를 바꾸는 ‘행동’으로 가능합니다. 기획단은 ‘추모팀’을 두어 한 해 동안 돌아가신 이들을 파악하고, 지인들을 만나 기억을 모으는 ‘홈리스 사망자 기억 모으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열악한 주거는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주거팀’은 홈리스 주거대책을 요구하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12월 6일에는 ‘장애와 취약거처가 만났을 때’라는 좌담회를 열어 장애 홈리스의 고통을 이해하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홈리스 주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12월 13일에는 ‘사각지대 쪽방 실태 파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쪽방 및 주민 지원에서 배제된 주거와 주민의 실태를 드러내고, <노숙인복지법>에 쪽방의 정의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동자동 쪽방 주민들과 함께 국토교통부 면담을 진행하여 선언에만 머무는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런 거처도 없는 홈리스는 지하도, 기차역 대합실 등 공공장소에 머물 수밖에 없으나 공간 운영 주체들의 퇴거 행위로 홈리스가 머물 수 있는 장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서울역 앞 지하보도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서울스퀘어 보안직원들에 의해 홈리스에 대한 퇴거 행위가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공존할 권리팀’은 화요일과 목요일 밤 서울역 앞 지하도에 나가 부당한 퇴거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추모문화제와 추모행진

12월 22일 동짓날,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 사전마당이 열렸습니다. 2023년 돌아가신 홈리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장미꽃 위에 놓아 만든 ‘기억의 계단’과 ‘리멤버 캠페인’(추모의 글쓰기)으로 고인들을 추모하였습니다. 홈리스 10대 뉴스 전시, 참여 프로그램(거리사랑방, 소원트리, 홈리스 탈출 윷놀이 등), 증명 사진찍기 등을 통해 비록 하루지만 서울역 광장을 ‘홈리스’ 광장으로 만들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저녁 7시, 일주일 동안 기획단이 서울 곳곳을 다니며 거리 홈리스분들에게 모은 추모의 말들로 엮은 추모 영상을 시작으로 추모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거리와 쪽방 등지에서 돌아간 친구와 동료들을 기리는 추모사가 이어졌습니다. 쪽방 밖을 나오지 못해 친구가 찾아오는 날만 기다리던, 재개발로 쫓겨나지 않도록 쪽방 주민회 활동에 열성이던, 고립된 좁은 방보다 누구라도 들여다보는 텐트를 택했던, 안, 임, 장, 김... 별이 되었거나 사라져버린 여성들을 떠올리며 명복을 빌었습니다.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고단한 삶이였습니다”란 현수막을 앞세워 ‘추모행진’을 하였습니다. 추모행진은 홈리스의 삶터이자 차별과 배제의 장소이기도 한 역 광장, 지하도를 거쳐 남대문 쪽방촌을 지나 동자동 쪽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2024년도에는 반드시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이 시작되도록 연대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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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추모행진을 하며 서울역 앞 지하보도를 지나고 있다. <사진=홈리스행동>

 

추모에서 행동으로

2023홈리스추모제는 ‘2023 홈리스 권리선언문’을 통해 “모든 홈리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집”, “홈리스의 공공장소 머물 권리 보장”, “홈리스 추모와 애도의 권리 보장”을 선언하였습니다. 이제, ‘선언’한 권리들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때입니다. 죽어서가 아니라, 빈곤과 차별의 종식으로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도록 함께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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