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홈리스인권-아우성]은 인권지킴이 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

 

여전히 횡행하는 홈리스 대상 불심검문

 

<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122-2.jpg

▲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들이 거리홈리스에게 불심검문을 하는 모습   <사진=최현숙, 1월 25일 촬영>

 

지난 최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홈리스를 표적 삼는 불심검문 사례를 수차례 접했다. 현장도 직접 목격했다. 관련 법률과 인권 원칙에 위배된 부당한 불심검문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역 인근에서 벌어지는 불심검문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관행이 되어버린 불심검문

 

작년 말, 필자는 서울역 광장에서 두 명의 경찰이 거리홈리스에게 신분증 검사를 요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경찰은 이동 중이던 또 다른 거리홈리스에게도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에 필자가 달려가 경찰에게 왜 불심검문을 하는지를 물었더니, 경찰은 “공개 수배된 범죄자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광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 유독 거리홈리스만 붙잡고 불심검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경찰은 “여기 다니는 사람들을 다 조사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행색으로 대상을 판별해 홈리스로 보이는 사람만을 특정해 불심검문을 하는 것은 특정 집단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며 이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찰은 구구절절 변명만 늘어놓다가 현장을 떠났다. 당시 불심검문을 당한 홈리스에게 물어보았더니, 불심검문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신분증 제시만을 막무가내로 요구하였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일이 관행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아니면 말고' 식의 불심검문

 

올해 1월, 홈리스야학 학생인 정모씨는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 한 명이 어느 여성홈리스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했다. 불심검문을 하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경찰은 정씨에게도 다짜고짜 신분증을 요구했다. 정씨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요구대로신분증을 꺼내려 했는데 경찰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된다며 단말기에 주민번호를 찍으라고 요구했다. 조회를 마친 경찰은 별다른 말도 없이 그만 가도 된다고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사과 한 마디 없이 그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불심검문을 한 경찰의 행동에 너무나 화가 났다.

 

 

훑기 식 불심검문

 

1월 25일, 서울역 광장을 지나던 홈리스 인권지킴이 활동가 최현숙씨는 경찰의 집단적인 불심검문 현장을 보게 되었다. 경찰은 2인 1조로 짝을 이뤄 서울역 광장 내 행색이 남루한 거리홈리스만을 택해 불심검문을 했다. 경찰들의 불심검문은 서울역 14번 출구 인근에서도 계속됐다. 최씨는 불심검문을 당한 당사자들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민증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줬다”, “요새 경찰이 서울역을 자주 돌아다니며 주민증을 보여 달라고 한다”,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신분증을 요구한다”, “가급적이면 경찰을 피해다니려 한다” 등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신분증을 안 보여줘도 된다는 점을 전했지만 당사자들은 “경찰이 막무가내로 요구하는데 어떻게 안 보여주냐?”고 반문했다. 

 

이상의 사례 말고도 많았다.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사람, 일주일에 2~3번은 불심검문에 걸린다는 사람, 서울역 광장에 갈 때마다 매번 같은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해서 “또 검사를 하냐?”고 경찰에게 하소연을 한 적도 있다는 사람, 밤 시간 남대문 지하도에서 불심검문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람 등 경찰의 차별적인 불심검문 사례는 말 그대로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 

 

지난 달 8일, 홈리스행동은 인권지킴이 활동가 최씨의 목격담을 사례로 들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홈리스를 표적 삼는 경찰의 불심검문은 신원 표시, 검문 의도를 누락했다는 점에서 부당하며 위법한 것이기에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 민원의 요지였다. 20여일이 지난 2월 27일, 민원에 대한 답변이 도착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적법한 직무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양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답변이었다. 소극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경찰 측의 답변을 보면서 단 한 번이라도 현장에 나가보기는 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부당하고 차별적인 불심검문은 거리홈리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불심검문을 당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관에게 꼭 신분증을 보여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불심검문은 강제절차가 아닌 임의절차이며, 법률에도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홈리스를 표적 삼아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불심검문에 다소 귀찮더라도 정당하게 거부를 하자. 정당한 거부가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힘도 커진다. 

 

홈리스행동은 향후 피해 사례를 모아 이 잘못된 현실을 바꾸려고 한다. 고단하고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이런 경험이야말로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중요한 한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1056 <홈리스뉴스 122호> 특집 Ⅰ - 2024년 서울시 ‘노숙인 등’ 정책과 예산 훑어보기 파일
홈리스행동
46 2024-03-25
Selected <홈리스뉴스 122호> 홈리스인권 아우성 - 여전히 횡행하는 홈리스 대상 불심검문 파일
홈리스행동
37 2024-03-25
1054 <홈리스뉴스 122호> 기고 - 송파세모녀10주기, 빈곤과 차별 철폐를 위한 추모 행동 파일
홈리스행동
29 2024-03-25
1053 no image <홈리스뉴스 122호> 인터뷰 - 6% 올랐다는 기초생활수급비,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홈리스행동
32 2024-03-25
1052 <홈리스뉴스 122호> 진단 - 홈리스에 대한 배제와 축출 제도화한 서울시 의회 파일
홈리스행동
22 2024-03-25
1051 <홈리스뉴스 122호> 특집 Ⅱ - ‘비행 청소년’ 낙인을 넘어, 주거권 주체로서 청소년을 말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7 2024-03-25
1050 <홈리스뉴스 122호> 세계의 홈리스 - 폐기될 위기에 처한 영국의 ‘홈리스 사망자 통계' 파일
홈리스행동
23 2024-03-25
1049 <홈리스뉴스 122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선거가 끝나고, 그가 만나는 ‘국민’은 누구? 파일
홈리스행동
19 2024-03-25
1048 <쪽방신문 19호> 동네소식 - 양동 쪽방 주민회의 바람 파일
홈리스행동
150 2024-03-13
1047 <쪽방신문 19호> 정보 -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변경 사항을 확인하세요! 파일
홈리스행동
144 2024-03-13
1046 <쪽방신문 19호> 정책비판 - 2024년 서울시 쪽방 주민 지원사업 내다보기 파일
홈리스행동
158 2024-03-13
1045 <쪽방신문 19호>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들이 모여 주거권을 외치다 파일
홈리스행동
150 2024-03-13
1044 <홈리스뉴스 121호> 특집 - 2024년, 홈리스를 둘러싼 현실과 전망 파일
홈리스행동
53 2024-02-24
1043 <홈리스뉴스 121호> 진단 Ⅰ - 여전히 ‘거리노숙 근절책’에 머무는 서울시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사업 파일
홈리스행동
40 2024-02-24
1042 <홈리스뉴스 121호> 세계의 홈리스 -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거리 아웃리치 이야기 (下) 파일
홈리스행동
38 2024-02-24
1041 <홈리스뉴스 121호> 진단 Ⅱ -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올해도 존치 파일
홈리스행동
34 2024-02-24
1040 <홈리스뉴스 120호> 특집 Ⅰ - “말해지지 않는 이들의 죽음, 홈리스의 목소리를 들어라!” 파일
홈리스행동
48 2024-02-06
1039 <홈리스뉴스 120호> 특집Ⅱ - 세상을 떠난 동료를 추모하며 파일
홈리스행동
43 2024-02-06
1038 <홈리스뉴스 120호> 진단 Ⅰ - 쪽방, 장애인이 살 수 없지만, 많은 장애인이 살고 있는 곳 파일
홈리스행동
52 2024-02-06
1037 <홈리스뉴스 120호> 세계의 홈리스 -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거리 아웃리치 이야기 (上) 파일
홈리스행동
40 2024-02-05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