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진짜로 ‘보장’해야 할 때


<윤애숙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4월 30일, 국회 앞에서 열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초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사진 출처=빈곤사회연대>

지난 4월 30일 오후 2시,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정부와 국회의 주최로 <기초생활보장 제도 발전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에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은 심포지엄 시작 전 국회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부나 전문가들의 평가가 아닌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기초법 제정 20년을 평가하고 개선과제를 알리며, 빈곤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본 글에서는 해당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소개하고, 기초법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999년 제정되어 2000년부터 시행된 기초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낮은 급여수준과 까다로운 선정기준,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가 제정 20주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이유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해결 과제로 제시한 기초법의 문제점은 ▲부양의무자기준,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낮은 기준 중위소득, ▲수급자의 인간다운 삶을 침해하는 낮은 보장수준, ▲주소지가 없는 홈리스, 이주민 등 기초법에서 배제되는 사람들, ▲일방적인 근로능력평가와 이의신청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고 기간제한마저 존재하는 자활급여였다.


가장 오랜 숙제, 부양의무자기준

▲  기초법 제정 20주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발전방안’ 심포지엄이 끝난 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현행 기초법의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 참여자의 모습 <사진 출처=빈곤사회연대>

부양의무자기준은 기초법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숙제이며, 가장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는 주범이었다. 때문에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대부분의 후보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현 문재인 대통령 또한 이를 공약한 바 있다. 또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2년이 지나도록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기만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제2차 기초생활보장제도 종합계획’에 포함하겠다는 복지부 장관의 발언이 전해졌다. 드디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의 수순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빈곤의 책임을 가족과 개인에게 전가해온 부끄러운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여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부양의무자기준의 조속한 폐지를 촉구했다.


수급자가 되기도, 수급자로 살기도 어려운 현실

낮은 기본재산액과 까다로운 선정기준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특히 주거용재산, 즉 집의 보증금마저 소득으로 환산하는 재산기준은 수급자에게 안정된 주거조차 허락할 수 없다는 의미로까지 보인다. 때문에 실제 소득이 전혀 없음에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거나 혹은 생계가 정말 어려운데도 낮은 선정기준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또한 낮은 선정기준은 낮은 보장수준으로 이어져 수급자로 선정되어도 살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이에 대해 기초생활수급자 A씨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비마이너, 4월 30일자.
“잔치국수 값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수급비만 제자리걸음” 中

“지금 생계급여가 1인 가구 기준으로 51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이 10%, 15% 쭉쭉 오르면서 물가가 상당히 올랐습니다. 생계급여는 그만큼 따라잡지 못하니, 우리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기존에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시장가면 2년 전엔 3500원 하던 잔치국수가 그다음 해엔 3900원, 올해는 4500원 합니다. 정부는 약간 올린다고 하면서 수급비를 오천원, 만원 올리는데 이걸로 어떻게 수급자가 생활할 수 있습니까. 금년에는 20% 정도는 올려서 수급자가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또한 선정기준의 문제와 별개로 상황 때문에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바로 주소지가 없는 홈리스와 이주민이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외국인 수급 대상자를 협소하게 규정한 조항과 홈리스를 배제한 조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기초법은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하여 임신하고 있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 배우자의 부모를 부양하는 외국인만을 수급권자로 하고 있어 노골적으로 이주민에 대해 도구적으로 보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주소지가 없으면 수급을 받지 못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 “너무나 가난해서 주거가 없는데, 바로 그 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법에서 배제되는, 기초법 정신을 왜곡하는 현재 조항은 바뀌어야한다”고 비판했다.


노동 강요하는 근로능력평가, ‘자활’할 수 없는 자활사업

▲  현행 자활사업의 맹점을 지적하고 있는 김태희씨. <사진 출처=빈곤사회연대>

노인이나 1~4급 등록 장애인이 아닌 수급권자는 기초법의 보장을 받기 위해 근로능력평가를 받는다. 이때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나올 경우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수급비를 받는 ‘조건부 수급자’가 된다. 문제는 실제로 일하기 어려움에도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조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8월 사망한 고(故) 최인기님은 기존에 일반 수급자였지만 근로능력 평가에 따라 조건부 수급자로 변경되었다. 이후 일을 하지 않으면 수급에서 탈락한다는 말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을 하던 중 쓰러져 입원 후 사망했다. 일을 시작한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몸이 급격히 나빠진 결과였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대해 그 누구도 사과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부인 곽혜숙씨는 기자회견에서 “공단도 시청도 여전히 내게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정도로 형편없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내가 그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라며 분노했다.


또한 자활사업 참여자인 김태희 씨는 지난 5년간 영농사업단에 참가하여 하루 6시간씩 일을 했지만 지난달로 자활이 끝나 수급권이 박탈되어 현재는 아무런 수입이 없다며 “작년 같은 경우, 교통비를 포함하면 일반 수급자들과 한 달에 10~20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우리 월급 책정할 때 딱 한 달 살 만큼의 돈만 책정하지 돈 모아서 자립할 만큼의 돈은 주지 않는다. 우리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소한 10년, 20년은 일해야 돈 모아서 수급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국가는 5년 지나면 근로를 못 하게 한다”면서 “우리도 최저임금 받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자활사업 시작 당시에는 가장 낮은 급여 수준을 가진 일자리도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적용했으나, 현재는 가장 높은 급여 수준을 가진 일자리도 최저임금의 80%수준에 못 미치는 시급을 적용하고 있다. 김태희씨의 말처럼 일반 수급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급여를 지불하면서 자활을 하라는 말도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삶을 ‘진짜로’  보장하는 제도 돼야

 2001년 12월,
고(故) 최옥란의 명동성당 농성 돌입 기자회견 中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말로 저같이 가난한 사람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제도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벌써 두 명의 수급권자가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더 이상 수급자들이 자살하거나 저같이 자살을 생각하지 않도록 바뀌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 사회, 장애인 단체에 부탁드립니다. 비록 지금은 저 혼자 텐트 농성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하리라는 믿음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2001년 명동성당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최옥란을 기억한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운영되는 방식은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가 직접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제 20주년을 맞이하여 이 제도가 진짜 가난한 이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운영방식으로 변모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가난한 이들의 힘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다시 세워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가난한 이들의 삶을 ‘진짜로’ 보장하는 제도로 거듭나갈 바란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896 <쪽방신문 12호> 동자동 쪽방촌 선이주·선순환 공공주택지구지정 촉구 주민결의대회 지면 중계
홈리스행동
103 2022-05-19
895 <쪽방신문 12호>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파일
홈리스행동
79 2022-05-19
894 <쪽방신문 12호> 3월부터, 이혼신고 안 된 수급자들도 임대주택 신청할 수 있다
홈리스행동
83 2022-05-19
893 <쪽방신문 12호> 새 정부의 주거정책, 쪽방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홈리스행동
108 2022-05-19
892 <홈리스뉴스 99호> 특집 Ⅰ - 보건복지부의 '노숙인진료시설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파일
홈리스행동
171 2022-03-31
891 <홈리스뉴스 99호> 진단 Ⅰ - “시설 내 재택치료”가 웬 말? 홈리스도 “예외”일 수 없다는 복지부 파일
홈리스행동
118 2022-03-31
890 <홈리스뉴스 99호> 기고 - 빈곤과 불평등 해결, 정책 없이 선언만 난무했던 20대 대통령선거 파일
홈리스행동
93 2022-03-31
889 <홈리스뉴스 99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더 이상은 못 참아!" 파일
홈리스행동
139 2022-03-31
888 <홈리스뉴스 99호> 특집 Ⅱ - 2022년, 홈리스가 마주할 현실을 전망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39 2022-03-31
887 <홈리스뉴스 99호> 진단 Ⅱ - 방역패스 잠정 중단한 정부…홈리스는 또다시 “예외”다 파일
홈리스행동
85 2022-03-31
886 <홈리스뉴스 99호> 현장스케치 -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전면 폐지 촉구 결의대회’ 파일
홈리스행동
183 2022-03-31
885 <쪽방신문 11호> ▶◀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면 안 된다 - 갈매기를 기억하며 ▶◀
홈리스행동
85 2022-03-17
884 <쪽방신문 11호> 동사(凍死) 파일
홈리스행동
66 2022-03-17
883 <쪽방신문 11호> 같이 힘을 모읍시다! 참여합시다!
홈리스행동
72 2022-03-17
882 <쪽방신문 11호>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파일
홈리스행동
103 2022-03-17
881 <쪽방신문 11호> 완전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현실화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76 2022-03-17
880 <홈리스뉴스 98호> 특집 - 국가인권위, 복지부에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 권고 파일
홈리스행동
105 2022-02-28
879 <홈리스뉴스 98호> 진단 Ⅰ -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는 '입맛대로' 방역, 이제는 멈춰야 한다 파일
홈리스행동
93 2022-02-28
878 <홈리스뉴스 98호> 진단 Ⅱ - 애도조차 할 수 없는 죽음 파일
홈리스행동
80 2022-02-28
877 <홈리스뉴스 98호> 기고 - 모두에게 열린 공간, 연고 있는 우리 파일
홈리스행동
79 2022-02-26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