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75
2019.09.23 (18:04:48)

[요세바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


산야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下
알루미늄캔 노동조합활동의 전개와 그 의미


<무카이 코이치로 / 산야쟁의단 활동위원회>


▲  알루미늄캔노동조합 플랜카드 <사진출처=디디>

일본에서는 지난 몇 년 간 주변 지역으로 알루미늄캔과 폐지를 반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가 속속 제정돼 왔다. 이는 홈리스를 쫓아내거나 습격하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우리(일본 산야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산야쟁의단)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고 반격하려 노력하고 있다.


알루미늄캔의 수집은 노숙 오두막들이 일본 각지에서 생기기 시작한 90년대부터 많은 홈리스와 일용직 노동자들이 종사해온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이를 조례를 통해 일방적으로 금지하려 하고 있다. 이 조례의 제정은 폐지 혹은 알루미늄캔 회수업자들의 입권과 깊이 얽혀 있는데,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바로 도시의 재개발과 하층민의 배제, 즉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이다.


현재 도쿄도 23구내에는 굉장한 기세로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타마(일본의 도시 명칭)뉴타운 같은 것들이 생겨나 교외에 살던 사람들이 도심 내 초고층 아파트로 이주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전사회적인 인구감소로 대부분의 지역이 과소화되는 가운데, 제한적인 몇몇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산야처럼 지금까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한때 건물을 짓는 일에 종사했으며 지금은 홈리스로 살고 있는 사람들,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쫓겨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를 위한 공개 행사와도 같은 올림픽 개최는 그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알루미늄캔 수집, 가난한 자들의 오래된 생업

▲  재활용 쓰레기의 수집이 역사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일거리였음을 알리며, 홈리스의 캔과 폐지 수집활동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만든 유인물 <사진출처=디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산야쟁의단은 알루미늄캔을 수집하는 일과 홈리스,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홈리스는 알루미늄캔을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정도의 인식이었으나, 한때 일용직 노동자였던 사람들이 오늘날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는 일로 살고 있는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현재 알루미늄캔 수집으로 먹고 사는 이들을 ‘넝마주이’와 겹쳐보자. 경제가 망가지고 실업자가 넘쳐나던 패전 직후의 일본에서 일용직 노동마저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종사했던 것이 바로 넝마주이였다.


넝마주이의 일은 시대가 만들어낸 실업자들에게 있어 가장 최후의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시 주변에 형성되었던 넝마주이 부락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전후하여 대부분 소멸되었다. 이런 넝마주이 부락의 형성과 소멸을 거품경제가 붕괴한 후 요세바 주변에 둥그렇게 형성된 홈리스의 오두막, 그리고 그들이 알루미늄캔 수집을 생업으로 매일의 양식을 구해왔던 사실과 유비해보자. 일용직 노동을 하던 이들이 오늘날 캔을 수집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역사적 필연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같은 현장,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들과 함께하는 산야의 ‘운동’

다시, “산야는 누구의 마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지금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은 역시 생활보호제도(일본의 공공부조제도의 명칭) 수급자들이다. 그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어떨까.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산야에서 살았고, 산야에서 일을 구했다. 마을 깊이 새겨진 지리적이고 계급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과 운동을 생각하고 싶다. 요세바의 일용직 노동자라는 집단적 계층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이라는 독특한 조건 하에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사회에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회계층인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사회 전체가 요세바화(化) 되었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은 요세바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 형태를 ‘비정규직’으로 파악하고, 이것이 일본 전체에 퍼졌음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이는 상당히 피상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사회 전체의 요세바화라는 주장은 일테면, 요세바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관료와 자본가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에 대해서는 사고하지 않는다. 물론 요세바 노동자들의 반(反)권력성은 교육을 통해 교화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힘든 밑바닥의 생활과 일의 경험 속에서 축적되어온 것이며, 또한 ‘우리들은, 가장 많이 빼앗겨온 사람’이라는 (공통된) 동료의식으로부터 형성된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보통의 사람들이 자기보다 윗사람을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으로 먹고 살아온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와, 그렇지 않은 상관을 절대적으로 구분한다. 때문에 일용직 노동의 현장에서 가장 무시당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현장감독이다. 이러한 경향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할 점이라 생각한다. 산야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힘, 이러한 경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지켜져 왔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이 힘에 의거해 계속 현장에 나가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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