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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홈리스 권리보장 실현
<2018홈리스추모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2018년 12월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18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짓날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1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2018홈리스추모제’가 열렸다. 2001년 처음 시작돼 어느덧 열여덟 번째를 맞이한 홈리스추모제는, 추모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가난으로 인해 거리와 시설, 쪽방, 고시원 등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해야만 했던 홈리스를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자리다. 동시에 홈리스추모제는 인권의 영점 상태에 다름 아닌 홈리스상태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발함으로써 홈리스 대중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요구와 결의를 모으는 장(場)이기도 하다. 부적절한 거처에서 맞게 되는 ‘때 이른 죽음’의 기저에는, 근본적으로 반(反)인권적인 홈리스상태를 장기간 유지토록 만드는 열악한 복지체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홈리스추모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또한 실행에 옮기고 있는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당해 연도에 사망한 서울지역 홈리스를 추모ㆍ애도하기 위한 자리를 준비하는 한편, 추모제를 기점으로 하여 홈리스상태와 유관한 여러 현안들에 적극 개입하고자 준상설적인 의제사업팀을 꾸려 집중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2018년의 경우, 세 팀(추모팀, 주거팀, 여성팀)의 의제사업팀이 추모주간 동안 현안 대응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2018홈리스추모제 추모주간 동안 각 의제사업팀이 전개했던 여러 대응활동과 추모제 당일(2018년 12월 21일)에 펼쳐진 현장 활동의 내용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주거팀 이야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가 가장 안전한 주거다!”

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극단적인 주거빈곤 상태에 놓인 홈리스 대중의 처참한 현실에 개입하고자, 지난 2017년 구성된 이래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 추모제에선,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에 관한 조사’와 더불어 작년 11월 발생한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와 관련한 대응활동을 진행했다.

▲  12월 19일, 동자동 쪽방지역 인근에서 열린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설문결과 발표 및 홈리스 주거대책 개선 요구 기자회견’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주지하듯 종로 국일고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화재’이다. 그러나 해당 고시원의 거주민 대다수가 40~70대의 일용노동자와 기초생활수급자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가난한 이들이 최소한의 주거기준과 안전기준조차 없는 열악하고 위험한 거처에서 장기간 머물러야만 하는 현실이야말로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열악한 거처, 이른바 ‘비주택’(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거처를 말한다. 이런 거처들은 국가가 정해놓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 곧 “최저주거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오늘날 무려 37만여 가구에 이른다는 점이다. 비주택 거주자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제도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연평균(2015~2017) 1,000호 남짓한 물량만이 공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37만여 가구에 달하는 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빠르게 옮겨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그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겨냥해 왔던 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작년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를 기점으로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설정했다. 그 구체 활동으로, 고시원과 쪽방 등의 거주민 150명을 대상으로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뒤 추모주간 동안 해당 조사의 결과와 그 의미를 기자회견과 인포그래픽 자료, 각종 선전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지난 12월 27일, 주거팀은 유가족 및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국일고시원 참사 49재를 여는 것으로 추모주간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고시원 등 비주택에 대한 별도 최저주거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기에, 올해 역시 주거팀의 활동은 연중 지속될 예정이다.


[여성팀 이야기]  “여성홈리스 지원대책 마련하라!”

▲  홈리스추모제 여성팀에서 제작한 선전물. 모든 판넬은 여성홈리스 당사자의 증언을 담은 글귀로 채워졌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지난 몇 년간,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여성을 향한 억업과 폭력의 문제가 적극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성들은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연대하며,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성홈리스에게 있어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먼 얘기일 뿐이다. 이에 이번 2018홈리스추모제에선 다소 늦었지만 처음으로 ‘여성홈리스’ 의제를 별도로 다루게 되었다.


홈리스상태라는 삶의 조건이 같더라도 여성 홈리스의 경우 홈리스상태에 처하게 된 계기는 물론, 홈리스 상태에서 겪는 어려움, 필요한 서비스가 남성의 그것과는 상이하다. 그럼에도 불구,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체계는 현재 전무하다시피 하다. 전국적으로 여성홈리스 전용 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을 포함 6개의 광역 지자체뿐으로, 이외의 지역은 어떤 여성홈리스 지원체계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여성 거리홈리스를 위한 일시보호시설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설치되어 있으나 그마저도 홈리스 밀집지역에서 먼 곳에 있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2018년 홈리스추모제 여성팀은 여성홈리스가 처한 상황과 조건을 드러내고 여성홈리스 당사자의 목소리와 필요를 사회에 전하기 위해, 여성홈리스 영화특별전, 여성홈리스 문제를 다룬 기사 작성, 선전전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그녀들이 있다>는 거리, 쪽방, 시설 등에 거주하는 여성홈리스 12명을 인터뷰하면서 ‘보이지 않지만’ 이 사회에 존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다만,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여성홈리스 당사자를 비롯한 여러 이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추모제 당일 전시된 선전물에는 가정폭력, 미혼모 시설에서의 출산, 무료급식소 • 쪽방 이용기, 앞으로의 바람 등 여성홈리스의 삶의 궤적을 담았다.


여성팀은 <2018홈리스추모제>를 통해 현행 홈리스 정책의 성인지적 관점 부족,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체계 미비를 지적하고 여성홈리스 종합지원센터의 설치, 탈시설ㆍ주거지원 강화와 더불어 여성홈리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스스로를 보호해달라고 외치기조차 버거운 여성홈리스의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또한 그럼으로써 그들의 박탈당한 권리를 복원하기 위해 앞으로 여성홈리스 이슈를 둘러싼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추모팀 이야기]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 보장하라!”

▲  추모팀이 기획한 홈리스 기억의 계단. 2018년 서울지역에서 사망한 홈리스 293명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홈리스추모제 추모팀 역시 주거팀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7년 구성되어 상설적인 활동을 전개해왔던 의제사업팀이다. 2018년부터는 ‘무연고사망자의 사후 자기결정권 보장’, ‘차별없는 공영장례조례의 시행’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내걸고 활동을 전개해 왔다. 다만 이번 추모제에선 의제 중심의 활동보다는 올 한 해 동안 비적정 거처(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사망한 홈리스를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진력했다.


추모팀은 국일고시원 화재 희생자 7명을 포함하여 모두 290여 명에 이르는 2018년 서울지역 사망 홈리스의 기록을 모으고, 동료 시민들과 함께 이들의 죽음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추모주간 내내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리멤버(Re’member) 캠페인, 홈리스 기억의 계단 등의 기획 활동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앞으로도 추모팀은 홈리스가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홈리스 권리보장 실현하라!

▲  추모행진 모습 <사진출처=홈리스행동>

<2018홈리스추모제> 당일이던 지난 12월 21일 서울역 광장, 추모문화제와 추모행진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들은 올해 사망한 홈리스들의 ‘때 이른 죽음’, ‘예견된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다시는 이 같은 죽음이 용인되지 않도록, 말하건대 다시는 그 누구도 권리 박탈의 상태에 놓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앞서 말한 바 있듯, 홈리스추모제는 매년 동짓날을 즈음하여 열린다. 한 해 중 가장 밤이 길고 추운 날인 동짓날만큼이나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이어가고 또 마무리하는 홈리스 대중의 처지와 닮아있는 날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동짓날은 다시금 밤이 짧아지는 기준점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어쩌면 동짓날의 이런 측면이야말로, 홈리스추모제의 의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홈리스 대중이 마주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을 지양하는 것. 박탈당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복원하는 것. 그럼으로써 마침내 동짓날이 더는 홈리스 대중의 처지를 상징하는 날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2018홈리스추모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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