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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송파 세 모녀 5주기, 여전히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한국사회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안전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송파 세모녀의 죽음 이후 ‘송파 세 모녀 법’ 이라는 이름으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시행되었다. 이에 더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 또한 도입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한국사회는 어디쯤 와 있을까. 가난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선 세상과의 작별을 선택해야만 하는 비극에서 멀어지고는 있는 것일까.


실속없는 대책 속 강화되는 복지제도 이용자에 대한 낙인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알려진 당시 정부는 죽음의 원인을 ‘있는 제도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서’라며 가난한 사람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려 했다. 하지만 이후 송파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으나 구두거절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큰 딸(36세)은 고혈압과 당뇨 등의 지병이 있는 상태임에도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만화를 그리던 둘째 딸(31세)은 신용불량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비정기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세 모녀 가구의 주 소득자는 어머니(61세)였다. 식당 일을 통해서 얻는 수입 150만원이 가구 소득의 전부였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퇴근 길 빙판길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진 상황은 세 모녀 가구의 소득중단을 불러왔다. 가구소득이 중단된 위기 상황에서 세 모녀에게 국가는 없었다. 실업급여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건강보험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마지막 안전망이라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원칙상 구두거절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하지만 가난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나 구직활동이 가능해 보이는 사람에게 복지행정은 원칙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송파 세 모녀의 수급신청을 구두거절 했던 당시의 행정운영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  지난 2월 28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송파 세 모녀 5주기 추모제’ <사진 출처=빈곤사회연대>


1999년 법이 제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 ‘보호’차원의 복지급여를 ‘권리보장’ 차원으로 탈바꿈 하였지만 한편으로 소득·재산 기준선을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가족의 소득·재산을 조사하며 가짜소득을 만들어내고 실제 노동할 수 없는 사람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등 자격기준과 조사를 강화했다. 복잡하고 까다롭게 설계된 제도는 가난을 끊임없이 증명하게 만들며 경쟁시켰고 권리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차단시켰다. 해소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미비한 변화는 계속 있어 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실속 없는 대책은 복지제도 이용자에 대한 낙인만을 강화할 뿐 빈곤은 더 다양하게 확산되었다. 송파 세 모녀를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았던 행정 편의를 위한 ‘관행’은 이러한 흐름 속 하나의 톱니바퀴였던 것이다.


가난을 증명토록 만드는 현 상황, 복지제도에 대한 불신만 강화될 것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복지제도를 신청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찾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낮은 소득·재산 기준선과 부양의무자 기준 등 까다로운 선정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처음 대면하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내가 왜 가난해졌고 왜 빚을 졌는지, 가족과의 관계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단절되었는지, 얼마나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지를 전부 털어놓아야만 한다. 이러한 조사는 담당공무원의 태도가 친절하든 불친절하든 복지신청자에게 모욕적일 수밖에 없다. 모욕을 견디다 못해 수급신청을 포기하는 사태마저 발생시키는 조사는 복지제도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신청과정에서 모욕을 견뎌낸 이후에도 관리감독은 계속되며 낮은 선정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됐을 때 부정수급자로 내몰린다. 비현실적이고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는 제도가 제도의 목적인 빈곤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가난’으로 인한 죽음, 수급자 권리 구체화하고 낙인 없애야
지난 1월 중랑구 망우동 지하방에 살던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하며 세상을 등졌다. 이 외에도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소식은 멈추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5년, 한국사회는 여전히 가난과 죽음의 경계가 불명확한 지점에 있다. 복지제도의 권리를 추상화하고 낙인을 구체화하는 제도 자체의 근본적 문제들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그 경계는 앞으로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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