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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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홈리스 향한 차별과 혐오 부추기는 인터넷 방송 중단해야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상임활동가>


▲  <출처=해당 아프리카TV 방송 캡쳐>

얼마 전 서울역 광장에 방송 장비를 든 남성 무리가 나타났다. 이들은 <아프리카TV>에 ‘서울역 노숙자’라는 이름의 방을 개설하고, 노숙을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들은 여장을 하고 머리에 스타킹을 뒤집어쓴 채 기괴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틀간 이들을 지켜봤다는 한 홈리스는 무척 기분이 나쁘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흉내 내고 판매하는 것은 바로 노숙하는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비단 이들뿐 아니라 서울역과 영등포 등지 곳곳에서 홈리스를 촬영하는 무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전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거부하는 홈리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괴롭힌다. 식사나 부식을 미끼로 촬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에 대한 이해가 낮은 사람들은 영상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촬영에 임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노숙자들의 살벌한 싸움 현장” 같은 자극적인 제목과 자막을 달고 인터넷 공간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표현할 권리

이들은 노숙 현장을 촬영하고 인터넷 공간에 전시한다. 거부하는 홈리스를 집요하게 촬영하는 악질적인 사람도 있다. 이들은 홈리스가 인터넷 공간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항하지 못할 거라 여긴다. 인터넷 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의 정보가 공유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거리에 사는 게 누구에게나 나를 노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자 동네나 전문직의 사무실에서 그들의 모습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겠는가? 불가능할 것이다. 무단으로 촬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정보의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러나 설령 정보가 적은 사람이더라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공간에 남는 나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다. 나를 표현하기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나의 모습이 남지 않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


인터넷 방송의 홈리스에 대한 낙인과 편견 조장

직접 홈리스의 얼굴을 촬영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가?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편견에 기초해 시청자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한다. 두 주 전 방문한 이들 역시 홈리스가 “술을 사주지 않아 자신들을 신고했다”는 억측을 방송에 쏟아냈다. (사실이 아니었다.) 이런 발언이 유포되는 것은 홈리스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강화한다.


다양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을 특정 집단으로 명명하고 유포하면 그게 곧 사실이 된다. 홈리스를 ‘구걸자’, ‘일하지 않는 사람’, ‘범죄자’로 호명하면 개인의 모든 상황과 개별적 특징은 휘발된다. 홈리스를 ‘노숙에서 탈출해 성공한 사업가’로 재현하는 것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홈리스 상태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든다. 선하고 노력하는 홈리스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잠재적 위험인물로 보는 단순한 잣대는 홈리스 역시 존엄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지워버린다.


홈리스에 대한 혐오표현, 어떻게 맞설 것인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홈리스의 삶을 흥밋거리로 삼고, 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언사를 내비친다는 점이다. 국제인권조약의 자유권규약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 행위’다. 혐오표현은 차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혐오표현은 차별받는 소수자에게 발생하며, 이들에게 멸시, 모욕을 가하는 것은 다시 소수자를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일이다.


<혐오표현의 유형>

유형

내용

차별적 괴롭힘

차별적 속성을 이유로 소수자(개인/집단)에게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차별표시

차별·혐오를 의도·암시하는 내용의 표현행위

공개적인 멸시·모욕·위협

공개적으로 소수자(개인/집단)를 멸시·모욕·위협하여 인간존엄성을 침해하는 표현행위

증오선동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조장·선동하는 증오 고취 행위



“노숙자 완전 병균 아니냐. 격리해라”

“공공장소에서 누워있는 사람들,
보기 싫어요. 정리해주세요”

“게으르니까 저렇게 되지”

“불쌍하죠.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도와야 해요” 


이런 표현들은 그 수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혐오표현이 점점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거나 오락거리가 되면 실제 차별이나 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 폭행으로 인한 홈리스의 사망, 공권력의 홈리스 차별이나 과도한 제재 등은 우리의 이러한 우려가 전혀 지나친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  유투브에서 ‘노숙’을 소재로 인기를 끈 영상들. “노숙자들의 살벌한 싸움현장”, “노숙 왜? 나라에서 돈 나와서” 등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조회수가 높다.





특히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을 조장해 차별받는 당사자에게 고통을 준다. 혐오의 대상을 지목함으로써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집단에 ‘정상성’을 부여하고, 소수자는 ‘비정상적이거나 무능력, 위험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한다. 소수자가 혐오표현에 항의하더라도 또다시 혐오표현이 되풀이되고(“노숙인을 차별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면 “너도 노숙자지? 쯧쯧”이라고 돌아오는 경우) 이는 소수자를 위축시킨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소수자들은 표현의 자유, 공론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더욱 박탈당한다.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것이 이를 금지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말과 모습이 온전히, 동등하게 받아들여지는 세계를 만드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한다.





홈리스 향한 차별ㆍ혐오표현 담긴 방송 무분별 송출하는 대기업

인터넷 방송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개인도 돈을 벌지만, 방송을 송출하는 유튜브, 아프리카 TV와 같은 대기업들은 더 큰 돈을 번다. 사람들의 삶을 흥밋거리로 소비하게 하고, 홈리스에 대한 폭력을 방임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방치하고 심지어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조 제2항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선언에서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홈리스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인권의 기본요소는 비차별과 평등이다. 인터넷 접근 능력과 관계없이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에 자신을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홈리스상태라는 이유로 촬영 당하거나 차별,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숙을 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한 명 한 명의 사람이다. 우리의 삶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거나 멋대로 동정하는 것, 거칠게 내쫓고 차별하는 것은 똑같이 홈리스의 존엄을 빼앗는 일이다.


홈리스행동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홈리스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고, 관련 기관에 적절한 규제를 요구해 나갈 것이다.



<인터넷 방송 제작자로 인한 인권침해 신고>

 02-2634-4331
(홈리스행동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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