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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18
2019.12.02 (21:27:23)

[여성, 홈리스]는 여성이자 홈리스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우리는 여성홈리스를 모른다 下
“여성노숙인 등에게 생리대 지급”, 시행령 개정됐지만 지원 미비해


응팡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할 권리’에 대해 보도했던 KBS 뉴스 중 일부 <6 월 9일자 방송화면 캡쳐>

마법, 빨간 날, 그날이라고 바꿔 불리는 ‘생리’는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슈퍼에선 생리대를 까만 봉지에 담아준다. 화장실에 갈 땐 생리대를 주머니에 조심스레 감춰 다녀야 한다. 많은 여성이 매달 3~7일씩 수십 년에 걸쳐서 하는 경험인데도 그렇다. 한국 여성이 생리기간 동안 사용하는 생리대가 1만 5천여 개라는데, 생리대를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여성들은 식사를 포기하고 생리대를 산다. 그도 아니면 수건, 화장지, 비닐봉지, 신발 깔창, 신문지 등으로 생리대를 대체한다. 불편하고, 냄새나고, 피부가 따갑지만 ‘그날’이라고, 그래서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말을 꺼내기 어렵다. 마땅히 이야기할 곳도 없으니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생리는 여성홈리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 개정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노숙인 등에게 생리대(보건위생물품)를 직접 전달하거나 노숙인복지시설에 교부해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껏 ‘생리하는 몸’을 전제하지 않던 시행령에 위 내용이 새롭게 추가된 건, 생리가 여성홈리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았기 때문일 거다.


일전에 거리 여성홈리스가 생리와 관련해 털어놓은 경험은 이렇다.


“방에 들어왔는데 썩은 내가 나더라고, (다른 여성이) 분홍 바지에 생리가 묻어도 신경도 안 쓰고 돌아다니는데 시설 직원한테 말했어. 한 번은 어떤 여자가 희망지원센터 2번 출구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서 돈을 남자들한테 꿔달라고 하더라고, 물어보니까 생리대 살 거라고 하고, 결국 남자가 5천 원 꿔줘서 샀더라고 하더라고.”


생리대를 살 수 없는 여성홈리스가 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로 해결하거나 그도 아닐 때는 그대로 묻히고 다니거나 직접 생리대를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다. 생리는 여성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그 때문에 개정된 시행령처럼, 여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수 있도록 생리대에 접근하게 하는 일은 중요하다.


문제는 시행령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집행하고 있느냐다. 시행령의 내용대로 여성홈리스에게 생리대를 제공하는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과는 “여성노숙인에 대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자 관련 조문을 개정하였으나, 그에 따른 관련물품 등의 제공실적은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실태가 없어 자료를 제공할 순 없지만, 시행령 개정 전에도 노숙인종합지원센터나, 일시보호시설, 여성노숙인시설에서 생리대 지급을 하고 있었다”며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희망지원센터 내 여자 화장실에 비치해두거나 노숙인시설 직원이나 거리상담 봉사자에게 요청 시 제공한다”고 말했다.


생리대만 있다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행령은 개정됐지만, 생리대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시행령 이전부터 생리대 지급을 해왔지만, 그마저도 지급방식이 매우 소극적이다. 희망지원센터가 여성홈리스들이 머물기에 적합한 공간이 맞는가? 여성홈리스가 처음 보는 거리상담 봉사자에게 생리대를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가? 희망지원센터에 출입하기 어려워하고, 시설에 살지 않는 여성들에게 서울시의 생리대 지급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리대에 접근할 수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생리할 땐 피를 닦아내고, 씻을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리통이 심한 날엔 생리통약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따뜻한 걸 배에 올려두곤 쉬어야 한다. 그러나 자꾸만 이동해달라는 서울역이나 여성홈리스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희망지원센터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겨우 시행령에 여성홈리스의 삶이 일부 기입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리대 지급’에 그치지 않고 여성홈리스의 몸을 전제로 하고 이들의 경험을 반영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홈리스가 제도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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