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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40
2020.04.30 (12:58:56)


동자동의 빈 자리


<강준모 / 동자동사랑방 자원활동가>


▲  故유영기 사랑방 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님의 생전 모습 (사진 출처=동자동사랑방)

서울역 쪽방촌의 주민조직인 동자동 사랑방(이하 사랑방)과 사랑방 마을 주민협동회 (이하 협동회) 사무실의 문을 열면 접이식 의자가 하나 보인다. 그 의자는 지난 3월 16일 고인이 되신 협동회 故유영기 이사장님이 늘 앉아서 사무실에 찾아온 이웃들과 손님을 맞아주시던 자리였다.


故유영기 이사장님은 2009년 노숙인인권실천단의 소개로 동자동에 정착하여 2011년 동자동 주민들의 마을 은행인 협동회의 조합원이 되었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협동회 운영에 참여하였고 2019년에는 협동회 이사장직에 선출되어 항상 사무실을 지키며 주민조직을 위해 힘썼다. 주민들이 협동회에서 공동구매하는 부탄가스를 사러 올 때면 짧은 백발의 이사장님은 조용히 검은 봉지에 가스를 담아주며 “어디 아픈 곳은 없지?”, “커피라도 한 잔 먹고 가~” 무심한 척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시곤 했다.


지난 4월 8일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은 故유영기 이사장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추모하러 모인 마을 주민들과 외부 인사들로 북적거렸다. 추모식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고인을 솔선수범을 행동으로 보여주던 주민 리더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랑방 전 대표였던 엄병천님은 고인을 회상하며 ‘고인은 나서는걸 쑥스러워 했지만 우직하며 마을일을 할 때면 항상 먼저 나와 마지막까지 남아 뒷정리와 청소까지 말없이 묵묵히 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故유영기 이사장님과 협동회에서 함께 활동했었던 차재설님은 그를 ‘무심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만큼 말이 없었지만, 항상 본인이 맡은 일을 묵묵히 다 해내는 리더’로 기억했다. 한국주민운동교육원 정시영 전 대표 역시 ‘이사장님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과 행동으로 모든 걸 다 보여주셨던 그 누구보다 주민들과 협동회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분이었다’고 회상하며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고인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제는 텅 비어 있어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故유영기 이사장님이 늘 앉아 계셨던 사무실의 의자 위 벽에는 동자동 주민지도자 <공동의 약속> 10가지가 적힌 노란색 종이가 붙어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듯 항상 묵묵히 말보단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며 주민지도자 약속을 지켜온 동자동의 이웃이자 활동가이자 주민지도자였다. 실제 고인이 협동회의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앞장섰던 일은 아픈 주민들이 병원에 가도록 설득하고, 병원에 동행하고, 병문안을 하러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코로나 19로 병문안이 불가능해져 주민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셔 안타까움을 더했다. 추모제 때 많은 이들이  故 유영기 이사장님을 기억하며 남긴 메시지 중 하나를 공유하며 고인을 보내드린다.


소박한 미소, 꾸밈없으셨던 말씀, 묵묵함으로 자리를 지키신... 꽃처럼 바람처럼 가신 이사장님을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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