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0년째 멈춰있는 주택임대차 보호법,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홍수경 / 홈리스행동 회원, 인권지킴이 활동가


※편집자 주: 홈리스행동 회원이자 인권지킴이 활동가이기도 한 홍수경 활동가의 기고문이다. 본문에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문제가 주거취약계층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잘 드러나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날 전세임대주택 입주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일테면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한다거나 값은 싸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택을 구해야 하는―의 기저에는 부실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점에 유의한다면, 케케묵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 주거취약계층의 당면 과제이기도 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출범식에 참여한 홈리스행동 회원과 활동가들

지난 10월 7일,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출범식이 열렸다.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열린 이 날 출범식에서는, 시민단체와 종교계·노동계·학계 등 각계각층의 단체들이 모여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범사회적 운동으로 확대하고 20대 국회 임기 내 법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1981년 특별법으로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민법상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주택 임대차기간이 2년으로 지정된 것도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이때의 개정 이후 30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은 더 변하는 30년째, 세입자들은 인상되는 임대료 혹은 보증금을 부담하거나,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이사를 가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날 출범식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 ▲전·월세 거래 신고제 도입, ▲임차보증금 보호(주택 공시) 강화, ▲비교 기준 임대료 도입(공표) 등을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지적했다. 이 글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계속 거주권)’과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알아본다.


“나도 지역 주민이 되고 싶다”

약갱신 청구권(계속 주거권)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월세 세입자 가구의 평균 계속거주기간은 3.4년으로 자가 가구의 10.2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 그런 것일까? 현행법상 임대차의 존속보장에 관한 규정은 ▲임대차 기간 2년을 보장하는 규정(제4조), ▲묵시적 갱신 규정(제6조), ▲임대차 존속 중의 차임 등의 증감 청구와 관련하여 증액을 제한하는 규정(제7조)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규정이 없어 계약기간 중에만 제한 규정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은 임대인의 일방적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계약 갱신할 수 없다. 임차인들은 계약 기간 2년이 종료되면 임대인의 일방적인 보증금 혹은 월세 인상 요구에 응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입자들은 그야말로 집주인의 ‘방 빼!’ 한마디에 2년마다 쫓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절실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임대인의 갱신 거절을 허용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함으로써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과 주거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싸도 너무 비싼 집세”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급속한 도시화와 건설 산업의 발달로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진작 100%를 넘었지만 전체 가구의 42% 정도가 자기 집이 아닌 전월세 임차가구로 살아가는 것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 등으로 인한 전월세가격의 폭등은 국민 대다수에게 심각한 주거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월세 상승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 역시 시급하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각종 제한 규정(제7조, 제6조 등)을 통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으나 계약 갱신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 기간 2년이 지나면 제한 규정의 범위에서 벗어나 임차인은 언제든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동시에 도입되어야 임차인 주거 안정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대안은 아니다. 이미 유사한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핵심적인 세입자 보호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유엔 사회권 위원회 4차 심의 권고문과 유엔 주거권 특별 보고관의 한국 방문 보고서에서도 계약 갱신청구권과 임대료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현 20대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법안들이 40건 이상 발의되었다는 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발의 법안 중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은 실정이다.


보편적 주거권 실현을 위하여

주거는 삶에 필수적인 조건이며 누구든지 누려야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 되면서 1인 최저주거기준에 미달 가구는 111만 가구에 달하고, 쪽방 월세는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월세보다 네 배나 높다. 고시원, 고시텔, 숙박업소, 다중 이용 업소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40만명에 이른다.


멈출 줄 모르는 부동산 투기에 임대료와 보증금은 끝도 없이 올라가고 세입자를 내쫓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 임대 주택, 허술한 주거 복지의 틈에서 보통 사람들을 빈곤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삶을 뒤로 유예할 수 없다. 보편적인 주거권 실현을 위해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반드시 개정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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