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형사제재 최소화한다는 통고처분, 홈리스는 예외다 
홈리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형사법체계,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 (下)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형사제재로부터의 해방? 홈리스는 해당되지 않는다
▲  <그림=이재임(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경범죄 통고처분이란 경범죄처벌법상 법규 위반자에게 일정한 금액(범칙금)을 납부토록 통고한 뒤, 기한 내 납부가 이뤄지면 형사절차에 따른 처벌을 면해주는 제도이다. 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형사절차가 개시되기 때문에, 즉시 기소에 따른 여러 불이익(심리적 위축과 불안, 시간과 비용 소모, 명예와 신용의 실추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그간 치안당국은 경범죄 통고처분을 확대할 때마다 그것이 국민의 편의를 위한 조처임을 늘 강조해 왔다. 당국의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법률 전문가’들도 적잖게 있어 왔는데, 지난 2012년 경범죄처벌법 개정과 더불어 경범죄 통고처분이 확대된 일을 두고 어느 법학 교수는 “국민을 형사제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며 상찬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범죄 통고처분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절차상의 편의’를 누리거나 ‘형사제재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주거 또는 신원이 확실하지 아니한 사람’은 경범죄 통고처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경범죄처벌법 제7조). 동일한 유형의 경범죄를 위반했을지라도, 주거가 불확실한 경우엔 ‘즉결심판’이라는 형사적 제재가 가해진다(경범죄처벌법 제9조). 즉, 아무리 경범죄 통고처분이 제도적으로 확대된다한들 주거부정 내지 주거불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형사제재로부터 해방”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외려 여기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형사적 제재가 집중되는 차별적 현실뿐이다.

블랙코미디는 이제 끝내야 한다
오늘날 주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삶에 우리네 시스템이 개입해 들어가는 방식은 과할 정도로 이중적이다. 행정상 등록 가능한 주소지를 갖지 못하면 기초생활수급조차 쉬이 신청할 수 없는 현실이 말해주듯, 보편적 사회보장체계 속에서 ‘주거가 없는 상황’은 과소 개입(배제)의 근거로 작용한다. 반면, 형사법체계 속에서 같은 상황은 과잉 개입(제재)의 동인으로만 작용한다. 경미한 범죄혐의에도 구속과 체포가 가능해지고, 혐의자에겐 일말의 절차상 편익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주거가 열악하면 할수록, 가난이 극심하면 할수록 ‘잔여적 복지’와 ‘잔여적 통제’의 교집합 속에 머물게 만드는 이 지독한 시스템을 우리가 더 감내해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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