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117
2019.12.01 (21:36:52)

[특집]


남대문 쪽방, 임박한 개발에 대응하자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9월 25일자 데일리한국 기사 헤드라인

10월 2일, 서울시는 제15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하였다. 약 2만 7천 여 평에 이르는 이 개발구역엔 서울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쪽방 밀집지역인 남대문 쪽방촌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1978년도에 최초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남대문 쪽방촌이 앞으로 개발이라는 큰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9월 말, 한 언론에 “'쪽방민' 180여명, 용산구 고시원으로 가게 된 사연”이라는 단독 보도가 실렸다. 남대문 쪽방 개발을 추진하는 ○○건축이라는 업체가 6개 건물의 쪽방 주민들을 용산구 소재의 건물로 이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건물들에 방문한 결과 일부 건물들은 이미 고시원과 유사한 형태로 내부 개조를 마친 상황이었다. 개발계획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왜 이들은 이토록 서둘러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키려고 한 것일까?


‘소단위 정비형’이라는 방식

남대문 지역 개발사업의 토대가 될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은 기존 사업과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소단위 정비형’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소단위 정비형’은 “2025년 목표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 새로 정한 개발방식이다.


서울시는 “전면 철거방식으로 인한 역사성 및 장소성 훼손”이란 기존 개발방식의 문제를 해소하고 “기존 도심의 산업, 형태, 기능 등을 유지·보존”할 필요성에 따라 이 방식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슬럼화 된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의 특성 및 기능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이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바른 취지다. 기본계획이 밝히듯 기존 개발은 전면 철거와 대형 필지 위주의 방식으로 인해 교통 혼잡과 경관 훼손 등의 문제를 유발했다. 무엇보다 매끈해진 새 건물들은 외지인들의 축재(蓄財)를 위해 봉사할 뿐, 쫓겨난 대다수의 원주민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소단위 정비형 방식의 도입은 기존의 폭력적인 개발의 중단과 그 지역에 원래 살던 주민을 위한 개발을 기대하게 한다. 이를테면 가난한 이들의 주거지를 소단위 정비형으로 개발할 경우, 결과물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소단위 정비지구’와 ‘소단위 관리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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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단위 정비형’ 개발은 다시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 진행된다. ‘소단위 정비지구’로 지정되거나 ‘소단위 관리지구’로 지정되는 것 중 하나다. 그러나 위의 표를 보듯, 두 가지의 방식은 판이하다. 소단위 정비지구는 말 그대로 ‘정비사업’의 절차를 따른다. 토지 등 소유자는 자치구에 정비계획을 제출한 후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와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비계획에는 세입자 주거대책이, 사업시행계획에는 임시거주시설을 비롯한 주민이주대책, 세입자의 주거 및 이주대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거이전비(정비구역지정 공람공고일 당시 주거용건축물 거주자를 대상으로 함. 무허가건축물 세입자의 경우는 공람공고일 1년 전 거주자)와 이사비(보상계획공고일 현재 거주자) 같은 세입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달리 소단위 관리지구는 단순한 건축행위로 간주함으로 정비사업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각 개별 건물주들이 건축허가를 받고 건물을 지으면 그만이다. 이처럼, 상이한 방식의 개발이 똑같은 남대문 쪽방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무엇을 짓는가?

▲   길 하나를 사이로 왼쪽은 소단위 정비지구, 오른쪽은 소단위 관리지구로 나뉜다. 사실상 재개발이냐(왼쪽 사진), 존치냐(오른쪽 사진)가 결정되는 것이다. <자료=서울시보도자료 2019년 10월 4일자>

남대문 쪽방이 위치한 지역은 애초 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정비계획을 통해 ‘소단위 정비지구’(11지구, 남대문로5가 618번지 일대)와 ‘소단위 관리지구’(12지구, 남대문로5가 622번지 일대)로 변경됐다. 그런데 이렇게 정비지구로 변경된 사유는 다름 아닌 “쪽방 입지”(11지구), “저층주거 다수밀집”(12지구)이라는 점이다. 즉, 이 지역이 쪽방 밀집지역이기에 ‘기본계획’에 따라 ‘공원’이 아니라 정비사업이든 개별 재건축이든 ‘건축물’을 짓도록 계획을 바꾼 것이다. 향후 토지 등 소유자가 구체 정비계획을 낼 것이기에, 이곳에 무엇을 건설할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비계획은 ‘일반상업지역내 건축 가능한 용도’의 건축물을 주 용도로 정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주택은 지을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공동주택과 주거용 외의 용도가 복합된 건축물”만 건축 가능할 뿐이다. 더욱, 정비계획안은 “공연장, 전시장 등, 도심 내 업무종사자를 위한 아동관련 시설, 도심관광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소규모호텔 등”을 권장용도로 정하고 있다. 물론, 권장용도가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비사업의 방향을 예상하기에는 충분하다. 이처럼, 쪽방이 있고, 저층 주거가 다수 밀집하다는 이유로 정비계획은 변경되었건만 주거를 공급할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기존 계획처럼 공원을 만들든, 변경 계획처럼 관광시설이나 문화시설 등을 만들든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가 사라지는 것은 매일반이다. 소단위 정비형의 도입 취지와 정면 상충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 곳을 건설하라

소단위 정비구역에 포함된 6개의 민간 소유 필지 중 4개는 불과 몇 년 새 부동산·건축업체에 매매되었거나 가압류 된 상태다. 앞서 언급한 남대문 쪽방 주민들을 용산구로 이주시키고 있다는 ○○건축은 필지 하나를 가압류하고 2018년 4월, 건물 한 동을 매입하였다. 이 회사가 앞장서 기존 쪽방주민들을 이주시키는 이유는, 다시 말해 정비계획이 이제 막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을 뿐 지정고시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을 이주시키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 도시정비 관련 법률들이 정한 세입자들에 대한 주거대책을 이행하지 않기 위해서 일 것이다. 오로지 ‘돈’을 아껴 ‘돈’을 더 벌기 위한 목적에서다. 하지만 주민 이주에 열을 올리는 정비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길 오른편 소단위 관리지구 역시 토지 등 소유자들이 합의만 된다면 정비계획을 제안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건물주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거나 개별 건축을 한다면 쪽방은 또 사라지게 된다. 정비지구나 관리지구나 쪽방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해법은 공공의 개입에서 나와야 한다. 일례로 영등포 쪽방이 위치한 ‘영등포동4가 도시환경정비계획’은 2015년, 기존 계획을 변경하여 “쪽방거주자 등에 대한 거주시설 확보”를 위해 사회복지시설 부지 내 원룸형 임대주택 324세대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비록 이 정비사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으나, 기존 정비계획에 서울시가 적극 개입하여 쪽방주민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계획이 남대문쪽방 지역에 수립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영등포와 마찬가지로 양동 정비구역 내에도 사회복지시설 부지가 있고, 더군다나 시유지도 있다. 이를 활용해 기존 쪽방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주거복합건축물을 건립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공공 소유의 저렴 주거를 확보하여 ‘노숙인 등’을 위한 임시주거 등 주거자원으로 활용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의지다.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살피는 서울시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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