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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사후 자기결정권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열려
혈연가족이 아닌 ‘삶의 동반자’가 장례 치를 수 있어야


김인손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지난 9월 19일, 강남구 삼성동에서 ‘사후 자기결정권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법무법인 화우와 화우공익재단의 주최로 열린 이 날 심포지엄에는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변호사, 마츠시마 뇨카이 일본 LISS 대표, 히가쉬타니 유키마사 정신의료 국가배상청구소송 연구회 대표, 왕안기 국립대만대학교 박사과정생 등, 무연고사망과 공영장례에 대해 고민하는 한국·일본·대만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 공영장례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에서는 ▲한국의 무연고사망자 및 공영장례 실태 및 정책제언 ▲한국의 무연고사망자 사후자기결정권 법제 검토 및 인법 제안 ▲일본의 ‘계약가족’ 만들기 활동 사례 ▲일본의 임종 및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지원 사례 ▲대만의 무연고사망자 문제 및 관련 규제 등의 주제가 다루어졌고, 뒤이어 간단한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혈연가족만이 치를 수 있는 장례

이날 발제에서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무연고사망자의 문제점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은 죽음 이후 발생하는 장례 등 사후사무”라고 지적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가 여전히 혈연중심의 가족제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박 상임이사는 현행법상 친구·이웃·사실혼 배우자 등 혈연가족이 아닌 연고자의 경우, 망자의 장례를 치르고 싶다 하더라도 사후사무 행위를 처리할 수 있는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오랜 기간동안 연락이 단절된 가족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장례와 사망신고의 의무를 준다.


이는 무연고사망자 뿐 아니라 예비 무연고사망자들에게도 문제가 된다. 직계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오랜 시간 단절된 이들은 자신이 사망한 후 제대로 된 사후사무가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생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장례가 진행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본인의 이러한 의사를 받아들여 사후사무를 치를 수 있는 공적인 근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사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무연고사망자가 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일본의 ‘계약가족’ 만들기 사례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비영리단체 ‘리스(LISS: Living, Support, Service System)’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리스는 혈연가족이 아닌 법인의 지위를 갖지만, 가입자와의 ‘생전계약’을 통해 사후결정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장례나 상속 등 사후 모든 행위를 대신 진행한다. 2019년 7월을 기준으로 계약자는 총 6175명이며 그 중 현재 생존하여 계약이 유효한 유효계약자는 3815명이다.


작년 8월, 리스를 포함해 무연고사망자 장례와 관련된 일본의 여러 단체들을 탐방하고 돌아온 박진옥 상임이사는 “돌아보니 우리가 잘 만나고 왔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리스와 같은 단체들이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리스의 생전계약과 같은 시스템을 어떻게 한국에서 마련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동시에 “돈이 없어도 공공에서 어떻게 사후 결정권을 보장해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연가족이 아닌 ‘삶의 동반자’가 장례 치를 수 있어야

‘연고(緣故)’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의미한다. 즉, 누군가와 인연(因緣)이 닿아 관계를 맺고 삶의 일부를 함께 했던 이들을 ‘연고자’라 한다. 분명 고인과 깊은 ‘연고’가 있는 이들이 망자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고자 함에도, 오히려 현행 제도는 단지 혈연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완전히 배제한다. 게다가, 여전히 전통적인 의미의 혈연가족을 강조하는 현행 장례제도는 1인 혹은 2인 가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의 가족 형태와도 맞지 않는다.


일본의 리스와 같은 사례는 사후 절차에 대한 결정권이 다름 아닌 본인에게 있으며, 누구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삶의 일부를 함께 했던 이들과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한국 무연고 장례의 제도적·법적 개선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무연고사망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


[사례 1] 같은 고아원 출신 친구들이 장례를 못 치른 사례

2018년 9월 말, 김OO님의 무연고사망자 장례가 있었다. 그는 서울시 관악구에 사시다 관악구 신림동 소재 체육공원에서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외인사로 고인 스스로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고아 출신으로 가족이 아무도 없어 무연고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고아원 출신의 친구들이 있었다.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장례식에 참여한 고아원 출신의 친구들은 개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를 하겠다고 구청 직원과 경찰과 싸웠다고 했다. 부모가 없다고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항의했지만, 친구를 무연고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례 2] 함께 동고동락했던 시장 상인들이 장례를 못 치른 사례

2018년 3월, 최OO님의 무연고사망자 장례가 있었다. 그의 지인들은 장례식 한 번 해보겠다고 경찰서에도 가보고 구청에도 가 보았지만 가족을 찾아야 한다는 답만을 들었다. 사실상 법적 혈연가족이 아니면 그의 시신을 위임받아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구청 측은 주민등록상에 남아있는 그의 연고자들에게 연락했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최OO님은 무연고사망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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