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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이 홈리스와 무슨 상관이냐고?

<홈리스뉴스 편집부>

지난 5월 19일, 기존 정신보건법을 전면개정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내년 이맘때가 되면 시행될 예정이다. 법 전면개정이 홈리스와 무슨 상관이겠냐 싶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상관있다.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은 
▲  강남역 10번 출입구에 피해 여성을 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다. <출처=비마이너>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
지난 5월 17일 새벽, 강남역 부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김모씨(34세, 남성)가 불특정한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이 사건을 두고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문제가 사건의 본질이라는 입장과 피의자 김모씨가 진술한 살해 동기와 과거 조현병※력을 기초로 판단할 때 여성혐오 문제에 의한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서로 대립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신중해야 할 경찰과 주류 언론은 이 사건의 원인이 여성 혐오가 아니라 ‘정신 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조현병: 사고 체계와 감정 반응의 전반적인 장애로 인해 통합적인 정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일종의 만성 사고 장애로, 옛날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이 언어 순화 차원에서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출처=위키백과> 

곧이어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5월 23일,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여성 범죄 및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등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아직 한국에는 일정한 경향을 보이는 혐오 범죄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하면서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몰아갔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조치를 앞으로의 대책으로 내세웠다. 즉,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장애인을 정신병원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 강제적으로 ‘행정입원’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강 청장은 범죄 위험 소지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판단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11월 중에 만들어 일선에 배포하고 심지어 본인이 퇴원을 원해도 거부하는 조치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강 청장에 뒤질세라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정부는 5월 2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었다. 협의에서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행정입원명령이 실효성을 거두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사회 복귀 시설 대폭 확장 △치료 명령 제도 적극 실시 △정신질환 관리 인력 확대 △인신 보호관 제도 도입 △교도소 출소한 성인 조현병 환자의 보호관찰 기간 연장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대책들 중 상당수는 정신질환자들의 인권 문제가 예상되는데다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경찰의 권한 강화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정협의에 참가했던 손 아무개씨(의료부장)는 "조현병은 비록 재발률은 높으나 약물치료 등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병"이라며,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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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 전면개정은 개악이다

위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을 계기로 경찰조직은 정신질환자단속 강화를 공언했다. 이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에 발맞추어 정치권에서는 행정입원, 강제입원의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 중이다. 일련의 상황들은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7조(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에 위배되는 것이며, 정신보건법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발적 입원’ 조항도 위반하는 것으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 했던 법 전면개정이 홈리스와 어떤 상관이 있을지 짚어보자. 그러려면 우선 시설·거리홈리스의 정신질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전면개정된 법의 내용도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년 12월 24일, 세계일보는 <노숙인 10명중 3명 중증 정신질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노숙인시설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 3,252명 중 28.5%(928명)가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는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거리노숙인들도 이 같은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시설노숙인보다 20%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이상의 보도 내용을 참조할 때, 현재 시설에서 거주하거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의 3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정신질환과 같은 홈리스의 질병 이력은 ‘서울시 노숙인 종합관리시스템’ 상에 기재되어 관리되고 있다. 즉, 현재 시설을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했던 경험이 있는 홈리스가 상시적으로 행정적 관리 내지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에서 건강에 대한 정보를 위급상황 시 경찰공무원이 볼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급상황이라는 제약을 달고는 있지만 노숙인 보호라는 명목 하에 당사자의 정보인권 문제가 쉽사리 제기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제약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면개정된 정신보건법을 근거로 경찰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강제입원 조치 등을 강구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신질환을 겪는 홈리스들이 강제입원의 가장 큰 피해자 집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또 있다. 아래 두 법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의심’에서 시작하는 경찰관의 임의적·자의적인 판단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법에서 경찰의 ‘임의적 판단’을 우선시 하게 되면 그 ‘임의적 판단’은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은 약자(거리홈리스)들을 불쾌하게하고 우롱하는데 쓰이는 것을 많이도 듣고 목도했다. 예를 들자면 거리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무단 불심검문이다. 거리홈리스의 불심검문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서울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거리홈리스는 경찰의 불심검문 주요 타깃이 된지 오래다. 최근 거리상담을 나가면 하루에도 수차례씩 이뤄지는 불심검문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는다. 종각역에서 만난 거리홈리스는 다시는 서울역 근처로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가 서울역에 가기만 하면 불심검문에 시달리는데다, 너무 자주 불심검문을 하여 아예 “내 신분증을 복사해서 들고 다녀라”며 경찰에게 언성을 높였더니 경찰서 임의동행을 요구당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경찰 조직은 거리홈리스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 그렇게 자주 불심검문을 할 이유가 없다. 사실 노숙 상황에 놓이면 묻지마 폭행을 당하거나 명의도용 범죄에 이용되거나 요양병원의 브로커들의 불법 유인 및 감금을 당하는 등 오히려 범죄 피해에 노출되어있다. 그러나 경찰 조직은 이에 대한 안전 및 예방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거리홈리스를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일삼아 실적만 쌓으려고 하니 전면개정된 정신보건법에 명시된 ‘경찰의 판단’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경찰관 직무수행법 상의 불심검문 항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의 임의적・자의적 판단의 범위를 더욱 넓히는 이번 법 개정의 결과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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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부유하는 정신질환 홈리스
마지막으로 일선 경찰관이 정신질환 여부에 대해 의학적 판단 능력이 있는가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찰에서는 체크리스트를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리스트가 있다하더라도 현장 경찰관에게 의학적 지식을 요구할 수 없는 이상 항목에 대한 임의적, 자의적 판단으로 귀결될 것이며, 이렇게 될 때 가장 가시적인 집단이자 약소자 집단인  거리홈리스가 임의적 판단의 표적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정신보건법 2조 1항은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숙생활로 인해 정신질환을 얻게 된 홈리스가 많지만,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여 어떤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거리를 부유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제 정신질환자를 단속과 격리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이들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위해 알코올, 정신질환 전문치료기관을 확대하고, 퇴원 후 거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가능한 자원을 연계하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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