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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1971
2002.08.10 (09:34:01)
제목 [국제 2002. 8. 9]오태규-경제대국 일본의 그림자, 홈리스


보낸날짜 2002년 08월 09일 금요일, 오후 4시 33분 18초 +090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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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경제대국 일본의 그림자, 홈리스 2002. 8. 9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광경의 하나가 노숙자(홈리스)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나고야 등 대도시일수록 노숙자가 많다.

한국 사람들 뿐 아니라 시골에 사는 일본 사람들도 도시의 길거리 공원 등에 사는 많은 노숙자를 보고 놀랄 정도이다. 내가 아는, 홋카이도에 사는 일본인도 3월에 도쿄에 와서 "몇년만에 도쿄에 와보니 같은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에 홈리스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가지 놀라움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노숙자에 대해 놀라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고, 청결하기로 유명한 나라인 일본에 왜 노숙자가 그리 많은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길거리, 공원, 역사, 하천 변을 점유한 채 살고 있는 노숙자를 왜 강제로 수용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느냐는 의문이다.

일본에 한국의 거지와 같은 존재인 노숙자가 많은 이유는 분분하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 같은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들이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고 노숙자 발생 원인을 게으름에 돌리고 있다. 반면, 노숙자 지원단체와 노숙자들은 경제 불황으로 길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도가 지난해 봄에 펴낸 `홈리스 백서'에 따르면, 7할이 해고, 도산, 병 등 본인이 원치 않는 이유로 실업을 한 사람이고 이들의 8할이 취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으름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노숙자 발생의 주원인임을 보여주는 조사이다.

또 이런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의 노동후생성의 집계에 의하면 2년 전보다 3500명 는 2만4090명이다. 노숙자의 전국적인 분포도 도쿄 오사카 나고야 요코하마 가와사키 등 도시에서 지방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노숙자의 증가와 전국 확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노숙자들이 전국적으로 2만4천여명, 도쿄에 5600여명이지만, 도쿄 시내에서 몸으로 느끼는 노수자 수는 도쿄만도 수만 명이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이 역사, 버스정류장, 공원, 강변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도 큰 역에 속하는 신주쿠 역 주변에서는 낮에도 역사 주변에 많은 노숙자들이 몰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신주쿠 역사 안에 종이 상자로 집을 짓고 집단적으로 살았는데, 역사 안에 상가를 지으면서 경찰이 이들을 몰아내는 바람에 최근에는 신주쿠 역에서 멀지 않은 중앙공원 등으로 아지트를 옮겼다.

역 앞의 버스 정류장 대기 의자에도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왠만한 공원에는 이들이 곳곳에 천막을 치고 살고 있고, 공원의 양지바른 벤치는 이들의 좋은 침대이다. 일부 공원에는 노숙자들이 아예 점거하고 있는 바람에 주민이나 어린이가 놀러 가기도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을 한국처럼 수용소에 강제로 몰아넣는 경우는 없다. 한국 같으면 경찰이 당장 달려와 끌고가서 조사한 뒤, 주거가 불명확한 것으로 드러나면 복지원 등 수용소에 강제 입소시킬 텐데 말이다. 나도 이런 방치 상황이 궁금해서 일본의 아는 기자에게 물어보니, 주민들로부터 진정은 많이 들어오지만, 경찰이 이들을 강제로 처리할 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노숙자도 인권이 있으니까 강제로 가라 말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인권에 관한 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한국의 경우, 한 때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복지원 사건은 공권력이 노숙자를 강제로 사설의 복지원에 수용시킨 데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이기도 하다.


노숙자의 생활 풍경

가난한 사람이 제일 싫은 것은 춥고 비오는 날씨이다. 하늘을 천장 삼아 사는 일본의 노숙자들도 이 때문인지 방한과 방우에 철저하다. 우선 그들은 한국의 커다란 종이 박스와 우산, 청색 천막을 필수품으로 가지고 있다. 종이 박스는 바람막이 집을 짓는 데 이용된다.

종이 박스 몇 개를 옆으로 연결해 놓으면 굴처럼 돼 한 사람이 충분히 잘 수 있다. 우산이나 천막은 비가 올 경우 박스를 덮는 데 사용한다. 종이 박스는 활동을 하는 낮에는 접어서 쉽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에는 제격이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화단이나 공원의 나무 숲 등에 잘 정리돼 묶여진 종이 박스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노숙자가 잠자리를 보관해 놓은 것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종이 박스만으로 주거 공간이 충분히 가능한 것은 일본의 기온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겨울에도 바람만 막고 옷만 두껍게 입으면 충분히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나 천막으로 종이박스를 가리는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사용하는 천막의 색은 모두 청색이다. 때문에 흔히 `청색 텐트'는 노숙자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몇 년 전에 오사카가 베이징 등의 도시와 2008년 올림픽 유치 경쟁을 하다가 초반에 탈락을 했는데, 그 이유가 `청색텐트'가 공원에 너무 많아 올림픽을 하기에 적당한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많은 노숙자들은 또 물건을 이동하기에 편리한 손수레를 가지고 있다. 그 속에는 입을 것, 읽을 것, 먹을 것 등을 넣고 다닌다. 놓고 다니면 잃어버릴 만한 물건들을 모두 정리해 끌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노숙자의 특징은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라디오 등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이 거리로 퇴출됐다는 증거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국회에서 일본의 높은 교육 수준을 강조하는 뜻에서 "우리나라는 거지도 책을 읽는다"고 발언을 했다가, 노숙자의 어려움은 이해하지 못한 망언이라고 지탄을 받을 바 있다.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이 의식주인데, 일본 노숙자의 경우 구걸을 하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한국에는 거지가 집집을 방문하거나 가게 등을 찾아가 돈이나 음식을 얻어 생활하는 것이 보통인데, 일본 노숙자는 식생활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게 가장 궁금한 대목이었다.

아침에 공원을 가보면 공원에는 노숙자와 도둑고양이만이 있는데, 고양이에게는 매일 먹이를 가져다주는 동네 할머니나 아줌마가 있다. 그러나, 옆에 있는 노숙자에게 눈을 돌리는 사람은 전혀 없다. 고양이에게는 매일 음식을 주면서, 같은 인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착찹한 생각과 함께 노숙자들은 어떻게 식생활을 할까 하는 의문이 더욱 강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 본 결과, 이들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나오는 생활보호자 자금이나, 유흥업소나 부동산 회사의 선전 전단지 배부 등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생활보호대상자도 아니고 노동도 주거불명 등의 이유로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슈퍼나 가게에서 기한이 지나 버리는 빵과 주먹밥 등을 얻어먹고 산다고 한다.

한 노숙자가 한 텔레비전의 노숙자 특집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위가 보통 사람과 달라 기한이 어느 정도 지난 것을 아무 탈 없이 소화해내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본 바 있다.


홈리스자립지원법안과 노숙자의 운명

일본의 노숙자는 한국의 거지보다 방해도 안 받고, 거주지에서 강제로 쫓겨날 위험도 없는 등 편한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학생들이 "더러운 쓰레기를 없앤다"면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공원에 사는 노숙자를 구타해 숨지게 하는 사건 등이 간간이 벌어지고 있다.

또 주민들도 직접 나서서 노숙자들에게 압력을 가하지는 않지만, 행정기관에게 공원을 정상화시켜 달라거나, 환경을 정비해 달라는 청원 등을 하면서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신주쿠의 한 공원은 노숙자들이 공원을 점거할 정도로 몰려들자, 공원에 철망을 치고 저녁에는 문을 잠가 놓는 식으로 공원 운영방식을 변경했다.

최근 들어 노숙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문제가 확대되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당들이 나서 노숙자의 자립 지원과 보건 의료 등을 위한 `홈리스지원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은 중의원 통과에 이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7월31일 참의원에서 통과됨으로써 성립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예산안은 중의원만 통과하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성립하지만, 법류안을 중의원과 참의원을 동시에 통과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문제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여야 각 당이 합의한 이 법안에 자치단체 등의 요구로 공원 등의 공공시설의 "적당한 이용이 방해받는 때" 관리자가 "필요한 조처를 취한다"는 규정이 들어간 점이다.

노숙자들과 인권적 관점에서 노숙자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법안이 노숙자를 공원이나 하천부지 등 현재의 주거장소에서 강제배제하기 위한 법률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관리자가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경우 무분별한 강제배제의 안전장치로 "인권에 관한 국제 약속의 취지를 충분히 배려한다"는 후생노동위원회의 결의를 붙여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이런 우려는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때문에 노숙자와 노숙자 지원 단체 등은 이 법이 진정으로 노숙자를 돕는 법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등 생존권과 인권 관점의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이법의 통과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노숙자들의 운명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태규 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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