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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Ⅱ]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 1년,

다시는 참사를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홈리스뉴스 편집부


▲  작년 11월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직후 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재 해당 건물의 외벽에는 ‘임대문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국일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거주 중이던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치는 참사가 있었다. 사고 직후 수많은 언론이 화재에 취약한 고시원의 문제를 보도했고,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은 없다. 피해 생존자들 대다수는 여전히 국일 고시원 인근의 또 다른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재로 입은 부상과 트라우마로 일주일에 몇 차례씩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도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사건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생존자와 유족들의 기다림과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국일 고시원이 있던 건물 역시 죽음의 흔적을 지우고 아무렇지 않게 ‘임대’를 홍보하며 또 다른 이윤을 부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공언했던 약속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내용보다 선전이 급했던 서울시

지난 3월 서울시가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9홈리스주거팀이 해당 발표 직후 서울시 건축기획과에 문의하자, 서울시는 “이번에는 언론에 보도부터 하고 나중에 정책을 수립하는 역순을 취했다”며 “대책 수립 완료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애초에 서울시는 고시원 전수조사 완료한 뒤 이를 바탕으로 종합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발표한 종합대책은 계획과 달리 5개 고시원을 샘플로 조사한 후 급조된 것이다.


종합대책은 방의 면적, 각 실별 창문 설치 의무화 등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를 고시원에 강제할 어떠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어, 올해 서울시에서 진행한 고시원 리모델링에서조차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 나머지 대책도 노후고시원 스프링클러 지원사업, 서울형 주택바우처 등과 같이 기존 방안을 확대하거나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급할 것 없는 정부와 국회

국회는 국일 고시원 참사로 드러난 기존 법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들을 제안하였다. 고시원 등 주거용 건축물의 건축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법률에 명문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영업 개시일과 무관하게 모든 고시원에 적용하고, 이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을 담은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4개나 발의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에 상정된 채 머물고 있을 뿐이어서, 이대로라면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모두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역시 참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생존자들에게 미임대 공공임대주택을 긴급 주거로 사용하도록 하고,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 중인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대책(2019.10.24, 관계부처 합동)을 통해 비(非)주택 거주가구 등 핵심대상에게 “맞춤 종합지원”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참사 당시 긴급주거로 제공된 임대주택은 피해생존자의 기존 생활권과 동떨어져 있어 적절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 최근 발표한 주거지원 강화대책 역시 공급 계획 물량의 부족과 그에 따른 ‘우선 지원 핵심대상’이라는 임의기준을 두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낙인에서 비롯된 입주자선정위원회, 입주신청서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담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고시원의 주거 수준을 직접 다루는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국토부고시)이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죽음과 상처에 응답해야

국일 고시원 참사는 ‘집이 없어 생긴 죽음’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더 많은 이들이 집 아닌 곳에 살아야 하는 병든 사회가 만든 죽음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곳의 건축법상 용도가 무엇이든 주거·안전 기준을 세우고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적정 주거로 이주를 원하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개발 이익과 이윤 앞에 사라지는 쪽방과 같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지를 재생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국일 고시원 참사에 대한 온전한 추모이자 다시는 그와 같은 참사를 재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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