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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91
2019.09.23 (21:10:05)

[요세바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


산야의 ‘2019 여름축제’ 이야기


<디디 / 산야쟁의단 활동가, 연구자>


여름축제 준비하기

▲  산야의 한 공원에서 열린 여름축제 <사진출처=디디>
8월 3일-4일, 산야 여름축제가 열렸습니다. 산야의 다마히메 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이 축제는, 일본의 도로와 건물을 만들어온, 그러나 경기침체로 일과 살 곳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일용직노동자들이 일 년에 한 번쯤은 마음 편히 즐겁게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날입니다.


축제 1개월 전부터 산야지역에서 일용직 노동자/노숙자 운동에 참여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준비합니다. 축제는 해가 슬슬 저무는 5시에 시작하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오전 11시에 산야 노동자복지회관에 모입니다.


축제 즈음은 도쿄의 여름 불볕더위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기 때문에 트럭 가득 자재를 싣는 사람들은 이미 땀투성이가 됩니다. 그늘 한 점 없는 정오의 공원에 음식을 판매할 좌판, 공연을 위한 무대 등 축제공간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기다란 책상들을 공원 한편에 죽 늘어놓고, 나무기둥을 세워 포장마차 노점좌판을 만듭니다.


준비를 돕기 위해 밤중에 알루미늄 수집을 미리하고 와 준 노숙동료(홈리스뉴스 69호 7면), 현장의 일을 쉬고 이리로 와준 일용직 노동동료, 90세에 가까운 나이에 매대 설치에 나서주고 있는 동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키운 야채를 가져다주고, 뜨거운 여름날 기꺼이 자신의 몸과 시간을 내어 공원을 축제의 공간으로 만드는데 참여합니다.


공원 한쪽에는 추도의 제단이 만들어집니다. 거리에서 죽어간 동료들, 운동에 헌신하다 죽어간 동료들의 사진을 늘어놓습니다.


축제가 시작되면

▲  공원에 마련된 추모 공간 <사진출처=디디>

3시가 되면 알루미늄캔 교환이 시작됩니다. 산야 여름축제에서는 알루미늄캔을 시가보다 조금 좋은 가격에 매입합니다. 굴욕적이고 모욕적인 국가의 복지제도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동료들을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캔을 음식교환권으로 바꿔가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텅 비어있던 공원이 점점 축제의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와중, 맛있는 냄새가 공기를 채웁니다. 다 같이 밥을 먹기 위한 공동취사가 한창입니다. 20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여름야채가 듬뿍 들어간 돼지고기 된장국밥을 먹고나면,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됩니다.


축제는 건배로 시작됩니다. 소세지구이, 볶음국수, 냉우동, 닭야채 볶음, 맛있는 음식들이 전부 한 그릇에 50엔 (500원). 가장 가난한 사람들도 맘 편히 사 먹을 수 있도록 정한 가격입니다. 부자들만 사 먹을 수 있는 포장마차 따위, 산야의 여름축제에는 필요 없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맥주와 츄하이 등 여러 가지 술을 편의점보다 싸게 팔고 있는 주류판매대입니다. 긴 줄이 늘어섭니다. 알루미늄캔과 바꾼 음식교환권을 들고 와 음식을 사가는 동료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면 트럭을 이용해 만든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됩니다. 무대 앞에는 오후에 교환한 알루미늄캔이 쌓여있고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노래합니다.


축제의 마무리는 모두가 함께 추는 춤입니다. 이 춤의 동작은 탄광의 노동 동작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추모하며

축제의 개막, 모두 함께 건배하는 자리에서 한 동료가 말했던 추모사를 여기 싣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몸을 내어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산야의 여름 축제를 이어온 마음입니다.



이 여름 축제에서 추모하는 것은 우리가 만나온 가난한 노동자들입니다. 일용직으로 함께 일한 동료들, 밤의 길거리 그리고 공동취사에서 만난 동료들입니다. 오랫동안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현장에서 부상을 당하고, 나이가 들고, 불경기로 일자리가 없어져 더이상 일할 수 없게 된 동료들. 하천부지나 공원에 블루시트의 오두막을 짓고 알루미늄 캔을 모아 살아온 동료들. 공공직업 소개소와 센터에서 윤번 일을 해온 동료들, 결국 생활보호를 받게 된 동료들. 그렇게 살다가 죽어간 가난한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


그들을 능력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 동안 토공 일을 하는 것은 너무 소극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단지 사회의 변두리, 단순노동력, 소모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살아온 요세바는 위험하고 더러운 장소로 보여 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저항, 요세바에서 수십 번이나 벌어진 폭동은 무모한 것이었고, 결국 그들은 사회의 피해자로 비참한 생활 끝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노골적인 자본과 국가의 폭력에 노출된 채로도,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스스로의 힘으로 그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가난한 노동자를 추모한다는 것은 그들이 직면했던 폭력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이 폭력 속에서 어떻게 살아냈고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조각조각 흩어진 것처럼 보이는 삶과 죽음 전부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깊은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채는 것입니다. 그 연결에 대해 우리 개개인이 각각의 마음속에서 생각을 모으는 것(寄せる- 모으는 장소라는 뜻의 요세바의 어원), 그것이 가난한 노동자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우리들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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