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 이후 5년, 두 번째: 공공장소에서 떠나라?
 
<안형진 / 홈리스뉴스 편집인>
 
최근 수년 동안, 공공장소 내 거리홈리스를 감시・제재・단속의 대상으로 삼는 제도적인 실천들이 도처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의 무단 불심검문이나 개정된 경범죄처벌법 적용 등과 같은 전통적인(?) 문제들은 그간 홈리스뉴스에서 여러 번 다뤄왔으니, 이 글에서는 2011년 노숙인 퇴거조치 이후 새롭게 등장한 제도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역사 내 ‘노숙’ 행위, 단속의 집중 대상이 되다
코레일의 노숙인 퇴거조치가 발표된 직후, 서울시내 각 자치구들은 거리홈리스의 관내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는데, 이에 따라 지하철역 및 역사 인근지역에 대한 구청 차원의 개입이 본격화되었다. 예컨대, 당시 매우 발 빠르게 움직인 자치구 가운데 하나인 영등포구의 경우, 지역치안협의회를 개최하여 영등포역 일대에 거리홈리스가 유입되는 것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였고, 이듬해 3월부터는 구청 관계자들이 매일 같이 역사 내 순찰을 돌며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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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공공역사에서의 ‘노숙’ 행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단속은 서울시가 지하철보안관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전개되었다. 서울메트로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월 제도 도입 후 약 10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475건(1일 평균 15건)을 기록하였던 노숙 행위에 대한 단속 실적은 2013년 8,041건(1일 평균 22건), '14년 8,462건(1일 평균 23건), '15년 19,740건(1일 평균 5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2015년의 경우, 노숙 행위에 대한 단속 건수는 전체(47,357건)의 4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하철보안관의 단속 활동이 노숙 행위에 집중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실제로 벌어진 범죄행위’라 할 수 있는 성범죄에 대한 단속 건수는 13년 85건(전체 대비 0.002%), 14년 96건(0.003%), 15년 99건(0.002%)으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철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올해 9월 서울시의회(제270회 임시회)에서도 교통위원회 소속 시의원(장우윤, 은평3)이 이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성범죄와 같은 강력 범죄에 대응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지하철보안관의 단속 실적은 ‘이동상인’, ‘구걸’, ‘노숙’ 등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행위들에 집중되어 있다. 즉, 사법권의 부재를 성범죄 단속 저조의 원인으로 내세우기에 앞서, 사법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이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그리고 결코 범죄가 아닌 ‘노숙’과 같은 행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토록 많은 단속 실적을 올릴 수 있었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원의 ‘범죄 유발요인’이 되어버린 거리홈리스
또 다른 거리홈리스 밀집장소 가운데 하나인 공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내 전체 공원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공원을 선량한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곧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2013년부터 정기적으로 <서울시-서울경찰청 합동 공원안전 일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공원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그친 기존의 공원관리 조사방식과는 전연 다른 것으로, 일정한 안전 위험요인들을 점수화하여 합산한 뒤, 전체 공원의 안전 등급을 세 가지(레드, 옐로우, 그린)로 구분하고 각 등급별・(문제)유형 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것이 공원 내 거리홈리스의 존재 자체는 물론, 무료급식소나 노숙인복지시설의 인접 여부까지 공원 안전을 저해하는 불안요인 내지 배경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공원 인근에 무료급식소가 위치해 있고 공원 내에 거리홈리스가 존재할 경우 해당 공원의 위험 등급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순찰・감시체계가 강화되며 심할 경우에는 공원 폐쇄 조치까지 이루어지게 된다. 실제로 2015년 조사에서 안전(그린) 등급을 받은 1,421개 공원 중 홈리스가 발견된 공원은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중간(옐로우) 등급(659개)은 97개(14.7%)의 공원에서, 위험(레드) 등급(26개)은 15개(57.7%)의 공원에서 홈리스가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었다(서울시, 공원안전 현장점검 결과표). 
 
한편으로, 공원 내 물리적 환경을 개조함으로써 범죄 및 무질서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 또한 점차 체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노숙방지용 팔걸이’ 같은 단순 시설물 설치가 아닌, 조도(조명) 개선 및 차폐수목(시야를 가리는 나무) 전지, 투명 벽 설치 등 공원 내・외부의 가시성을 높여 더욱 조밀한 감시체계를 갖추도록 공원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것이 공원 내 노숙, 음주와 같은 행위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시적으로 감시에 시달리며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켜야만 하는 곳. 오늘날 공원은 바로 이러한 공간이 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떠나라? 그 이후는?
지금까지 살펴본 공공장소에서의 노숙 행위에 대한 단속 및 제재 강화, 거리홈리스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감시체계의 도입은 서울역 조치 이후 홈리스상태를 범죄화하는 조치들이 점점 더 다원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거리홈리스는 범죄를 유발하는 위험요인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노숙 행위는 점점 더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홈리스 당사자에게 말하고 있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공공장소에서 나가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대안’이 제시된다. “노숙자 쉼터로 가라”고 말이다. 
 
 ※47호(11월 발간 예정)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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