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홈리스와 노동]은 노동을 중심으로 본 홈리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꼭지

‘짤짤이’도 노동이다?! 2편
그들이 사는 세상

<홈리스 노동팀>

지난 홈리스뉴스 42호에서는 Y씨와 함께 짤짤이를 동행하며 체험했던 것을 토대로 짤짤이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 호는 당사자인 ‘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짤짤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합니다. 이를 위해 짤짤이를 생계 주요수단으로 삼고 있는 Y씨와 생계 보조수단으로 삼고 있는 P씨를 모시고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왜 짤짤이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중심으로 글을 정리해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두 사람을 간단한 소개하겠습니다. 

P씨와 Y씨를 소개합니다
P씨는 40대 중반 남성입니다. 1인 가구이며 동자동 쪽방촌 부근에서 월세 20만원을 내고 살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기초생활보장 조건부수급을 받았고, 지금은 조건제시 유예자로 분류되어 일반수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10년 정도 짤짤이를 다니고 있는데, 짤짤이를 통해 월 평균 10만원 남짓을 벌고 있습니다. 식사는 주로 무료급식를 이용하지만 가끔 사먹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우지만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현재 특별히 아픈 곳은 없습니다. 

Y씨는 50대 중반 남성입니다. 발산동에 있는 친한 동생 집에 얹혀살고 있으며, 월세는 5만원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에 들어가는 횟수보다 노숙을 하는 횟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주거공간이라기보다 주소를 유지하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10년 정도 짤짤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다른 일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짤짤이로 월 평균 20만원 남짓을 벌고 있고 식사는 무료급식이나 간식으로 때우고, 짤짤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술은 가끔 마십니다. P씨와 마찬가지로 현재 특별히 아픈 곳은 없습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 신청 대상자 기준에 대한 오해(부양의무제, 형제의 재산, 장애, 나이 등)가 있어 신청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질문과 답변의 형태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사는 무료급식을 이용하지만 옷과 신발은 어떻게 마련하십니까?

Y씨: 시청 가면 옷 주잖아. 서울신문 지하. 신발도 주고 옷 주고 바지 주고. (그리고) 서울역 가면 주잖아. 컨테이너. 그 때 바지 흰 거 줘가지고 못 입었지. 시커먼 거 줘야되는데. 기장도 길어가지고. 잘라야 되는데. 딱 맞는 걸 줘야 되는데. 잘라도 몇 천원 줘야 되는데... 

P씨: 나도 똑같아.

Q 일요일은 약 8천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데 평일 수입은 어떻게 되십니까?

P씨: 평일날은 300원, 500원. 일요일만 좀 많이 나오고 평일날은 2, 3천원 밖에 안 돼. 

Y씨: 맨 200원, 300원. (많게는) 15번 이상 지하철 막 타고 다녀야 돼. (지하철 역무원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데 그거. 지하철 많이 타면은 걔네들이 잡는다니까. (여러 사람이) 한 군데를 자꾸 빠져나가면 걔네들이 잡는다니까. 

처음부터 짤짤이 코스를 알지 못하셨을 텐데 정보는 주로 어떻게 얻으세요?

Y씨: 같이 코스 도는 사람이 일러 줘요. 

P씨: 나도 똑같어. 옛날에 아는 사람하고 따라가는 거지. 교회 돌면 얼마씩 준다고 그래서 한 번 볼까 하고 따라다녔지. 


하루에도 여러 군데를 가는데 짤짤이를 다니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P씨: (코스를 아는 사람을) 쫓아다니니까 힘들고…. 그 사람들 놓치면 잃어버리니까. 잃어버리면 못 찾아. 막 뿔뿔이 흩어지니까. 

Y씨: (시간에 쫓겨) 뛰어다니니까 힘들고. 


지하철을 계속 이용하면 요금이 많이 들 텐데 어떻게 이용하고 있습니까?

P씨: 기어들어가거나 (앞 사람과) 같이 들어가는 거지. 같이 달라붙어서 들어가는 거야. 눈치껏 하는 거지. 다 그래. 다 마찬가지야. [역무원에게 걸린 적은 없으세요?] 걸렸어도 어떤 사람은 봐주고. 깐깐하면 안 봐주고. 

Y씨: (한 번 걸리면) 5만원이잖아. 나 세 번 걸렸잖아. 벌금 냈어. 16만원. 삥차를 타는 사람도 있고, 가짜표 끊는 사람도 있고. (걸리면) 벌금은 똑같아. 경찰도 부르더라고. 걸릴 수밖에 없어. (역무원이) 앉아 있으니까. 얄짤 없어. 시커먼 사람 많이 잡는데 가방 많이 메고 다니는 사람들 (많이 잡아). 양복 입고 깨끗한 사람은 안 잡는데. 장애인(휠체어) 들어가는 문에 빨간 거 (버튼) 누르면 한 80%는 열어줘. 딱 보면 알아요. 그 사람들이 노숙자인지. 가방 이렇게 메고. 그래서 보면 인사해야 돼. 


역무원 눈치보랴 앞 사람 쫓아 다니랴 그러다 걸리면 벌금도 내고 쉬운 일은 아닌데 혹시 다른 일을 찾아보신 적은 있나요? 

Y씨: (찾아봤지.) 그런데 나는 생각이 마음대로 안 되던데. 습관이 돼 가지고.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은 다 하고 있지. 그런데 잘 안 돼

P씨: 그거는 담뱃값하고 술값 만들라고 가는 거야. (짤짤이에) 물 들어버리면 다른 일 못한다니까.


노숙에 이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Y씨: 그 전에는 노가다 다니고 그랬지. 그 전에 오래됐지. 이게(짤짤이) 더 힘들지. 노가다보다. 

P씨: 나도 그냥 공장도 다니고. 악세사리 공장 시다바리. (IMF 때) 부도나서 그만 뒀지. 2개월치 (월급도) 떼이고. 


지금에 만족하세요? 그냥 하던 거니까 익숙해져서 하시는 거 아닌지?

Y씨: 그렇죠. 바꾸기 그러니까 하는 거죠. 폐지수집을 (해봤어요.) 그것도 힘들지. 비 오고 그러면. 

짤짤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Y씨는 짤짤이가 다른 일보다 더 힘들다고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짤짤이 밖에 대안이 없다고 습관이 되어 계속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들었던 생각은 짤짤이가 금액으로 보면 적고,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반면, 매우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겐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노가다를 나가기위해 이른 새벽 용역사무소를 찾았지만 왜소한 체격으로 대마찌(퇴짜)를 맞았던 상처, 일을 나가서도 왜소한 체격과 말 더듬는 습관으로 타박 받았던 상처는 그에게 다시 용역사무소 문을 두드리지 못하게 만드는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경험적으로 노가다보다 어렵다고 말은 하지만 짤짤이를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P씨는 조건부수급이어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 간병인 교육을 받았지만 잦은 실수와 일머리 없음을 지적받으면서 현장에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건제시 유예를 받아 일반수급자로 생계와 주거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보장한다는 ‘최저 생활’은 재작년 담배 값이 오른 후부터 ‘최악 생활’로 치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부족한 생계비를 매우기 위해 무료급식과 짤짤이를 다니고 있고, 거기다 더해 그나마 외부와 소통역할을 했던 핸드폰마저 스스로 끊어 버렸습니다. 지금의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버티는 것은 많은 것들과 단절된 채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식주의 여러 측면과 단절해야만 겨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최저생계비의 현실이자 한계입니다. 과연 법률에 쓰인 것처럼 최저생계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의 유지’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쏟아져 나오리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단절과 단절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그들이 사는 세상의 틀에 맞춰져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노하고 불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과 노동에 충실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방식대로 만들어 놓은 짤짤이를 감히 노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두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최악 생활’에 떨어져 있는 그들의 삶을 스스로 ‘최저 생활’로 끌어올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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