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급식대란’의 책임, 코로나19에 물을 수 없다
민간지원체계에 과잉 의존해왔던 ‘노숙인 급식지원’, 위기상황에서 민낯 드러내다



<안형진 / 홈리스행동 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사진출처=KBS 3월 6일자 보도 화면캡쳐>

코로나19 여파로 홈리스에게 식사를 제공하던 무료급식소들이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거리노숙 현장에서 만난 당사자 가운데 식사 문제를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가히 ‘급식대란’이라 부를 만하다. 언론의 관심 또한 뜨겁다. 평소 찾아보기 힘든 무료급식소 관련 기사들이 하루에 십 수 편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무료급식소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홈리스가 얼마나 큰 곤경에 처해 있는지를 조명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의 급식대란 사태를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따른 결과로 보는 건 지나치게 단선적인 분석일 따름이다. 급식대란이 그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재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어떤 급식소가 문을 닫는가?” 민간의 사적지원은 중단, 공적지원은 지속

상당수 무료급식소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운영을 멈추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태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선, 어떤 급식소가 문을 닫는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3월초 홈리스행동은 무료급식 운영중단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홈리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서울시내 기관을 대상으로 급식 중단 여부를 문의한 바 있다. 그 결과, 확인된 33개의 급식제공 기관 중 코로나19 여파로 급식을 중단한 기관은 13곳(39.4%)인 반면, 급식을 중단하지 않은 것을 확인된 기관은 모두 20곳(60.6%)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거나 시비로 운영되는 기관들은 급식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숙인복지법> 및 <식품위생법>의 규정에 따른 집단급식소는 물론, 서울시가 위탁운영중인 노숙인 지원기관(종합지원센터 3개소, 일시보호시설 4개소, 실내급식장 1개소) 역시 급식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비영리 단체를 중심으로 한 사적 급식지원체계는 멈추고 있는 반면, 공적 급식지원체계는 불충분하게나마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적 급식서비스 개선 및 확충 없이 ‘급식대란’ 막을 수 없어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민간의 사적 급식지원체계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홈리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서울시 내 민간급식소 가운데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 법이 정하는 기준조차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하여 평시에도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운데, 내부 방역 등 비용이 많이 들고 더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운영을 지속해 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공공이 관여하거나 운영하는 급식소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침에 따라 위기대처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일시보호시설 관계자는 홈리스행동과의 통화에서 “내부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면서 전과 다르지 않게 급식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건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적 급식서비스 제공기관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데 있다. 현재 서울시내 공적 급식서비스 제공기관은 8곳에 불과하며, <식품위생법>과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노숙인 급식시설 또한 2019년 기준 두 곳 뿐이다. 그마저도 3개 자치구에 몰려 있어 현재처럼 민간급식소 운영이 중단돼 무료급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적 급식제공 기관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절반에 달하는 기관들이 서울시 예산서상 <식품위생법>에 따른 집단급식소 신고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급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에서 유일하게 1일 3식을 제공 중인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가 그 대표적인 예다. 현재 시국과 맞물려 채움터 자체적으로 간편식 위주의 대체식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면서, 온전한 식사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비록 그 규모는 다르지만, 과거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에도 같은 양상의 ‘급식대란’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낸, 사태의 원인을 ‘위기상황’ 자체에서 찾는 순진하고 게으른 분석이 여전히 횡행 중이다. 그러나 현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주체는 따로 있다. 민간지원에 편승하여 공적 급식지원체계를 부실하게, 심지어는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유지해 온 정부와 지자체 말이다. 공적 급식지원체계의 개선 외, ‘급식대란’을 멈출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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