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당사자의 눈’으로 읽는 2020년 서울시 홈리스 예산 (中)
여성홈리스에게 필요한 게, ‘노숙인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응팡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편집자 주: 홈리스뉴스 편집부는 <‘당사자의 눈’으로 읽는 2020년 서울시 ‘노숙인 등’ 복지예산> 시리즈를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이번 호에선 여성홈리스 대상 ‘성인지예산’이 어떻게 배정됐는지, 이 예산이 여성홈리스의 삶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서울시에는 ‘성인지예산제도’가 있다. 성인지? 이름도 낯선 이 제도는 성(gender)에 따라 예산이 다르게 분배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노숙인 정책’을 예로 들면 이렇다. 서울역 인근에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제도 상담 및 기초생활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있지만, 남성이 대부분인 이 공간에 출입하기 어려워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때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여성홈리스를 위한 적절한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여성홈리스에게 향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렇게 ‘노숙인 정책’ 예산이 성별로 다르게 분배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2020년 성인지예산서 371p,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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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운동은 ‘보이지 않는’ 여성홈리스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거리에서 쉽게 위험에 노출되는 여성홈리스의 거처는 거리나 쪽방 외에도 찜질방, PC방 등 다양하기 때문에 ‘노숙인’을 협소하게 규정하는 제도에 의해 포착되거나 지원 안에 포섭되기 어렵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드러나지 않는 여성홈리스를 제도에 닿게 하기 위해 서울시가 7억 3천만원 가량의 ‘성인지예산’을 배정한 사업은 무엇일까. 어이없게도 ‘노숙인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홈리스의 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사회복귀를 확대하겠다는 주장이다(2020년 성인지예산서 371p,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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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성홈리스의 숫자를 ‘실적’으로 취급하는 서울시에게, 그들이 파악한 여성홈리스의 삶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설에서 프로그램 수업을 받으면 여성홈리스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였든 간에, 그의 능력이 뚝딱 향상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건가? 게다가 ‘노숙인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에 배정된 예산 대상자 중 여성은 20.5%(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성인지예산에 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몇 달 전 서울역에서 만난 여성홈리스에게 여성홈리스를 위한 예산이 가장 먼저 어디에 배정되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일언지하에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생리대요. 노숙인들은 돈이 없어서 생리대를 못 사잖아요.”


그의 말처럼 지난해 6월 개정된 <노숙인복지법 시행령>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노숙인 등에게 생리대(보건위생물품)를 직접 전달하거나 노숙인복지시설에 교부해 전달”(제4조의2)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그러나 2020년 서울시 예산서에선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또 다른 여성홈리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먹는 데를 따로 하면 좋죠. (무료급식소는) 남자들 거쳐서 지나가니까 바로 쳐다보고 한 마디씩 뭐라고 하는 게 상당히 불편하더라고요. 그 여자들 화장실에서 밥 먹어요. 냄새나는 데서. 급식소나 지하도에서 먹기가 거북하니까 그런 거지.”


이런 경우, 여성홈리스에게 남성이 다수인 급식소에 가게 하는 것은 결식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무료급식소를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고 생리대가 시급한 이들을 위한 대안이 노숙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자활’하는 것이라니. “남성홈리스보다 훨씬 더 물리적 위험 등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서 숨는 경향이 큰” 여성홈리스가 적극적으로 구호요청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시설에서, 남성홈리스와 함께 듣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울시에서 노숙인들을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왜 예산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치면서 후원을 안 해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라는 한 여성홈리스의 말이 정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예산을 배정할 때 상정하는 대상자에 그는, 여성홈리스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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