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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당사자의 눈’으로 읽는 2020년 서울시 홈리스 예산 (上)
서울시 홈리스 정책, 올해는 다를까?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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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한눈에 보는 OO시리즈’가 성행 중이다. 정부, 지자체 할 것 없이 죄다 한 해 예산과 사업계획을 한눈에 보여주겠다며 난리다. 살기 바쁜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면 배려겠지만, 백 번 천 번을 들여다본들 ‘한눈’에 들어오는 온갖 숫자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홈리스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왼쪽 그림은 최근 확정된 2020년 서울시 ‘노숙인 등 보호 및 자활지원’ 예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도표다. 예산이 어느 분야에 얼마나 책정되었는지는 대번에 파악할 수 있지만, 이것이 홈리스 당사자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전연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눈에 보는 예산’이 아니라 ‘당사자의 눈으로 읽는 예산’이라 할 것이다. 홈리스 당사자의 삶과 직결되는 예산상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 말이다. 이하의 내용은 올해 서울시의 ‘노숙인 등’ 예산과 사업계획을 분석하여 홈리스 당사자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들을 짚고 정리한 것이다.



명백한 퇴보, ‘노숙인 등 일자리지원’
전년 대비 9억원 감액, 전일제 일자리 줄고 반일제 일자리 늘어

올해 ‘노숙인 등 일자리지원’ 예산액은 94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9억 1천만원 감소했다. 주된 요인은 ‘공공일자리 지원’의 축소 때문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전일제 일자리 예산은 54억원에서 36억원으로 약 18억원이 감액된 반면, 반일제 일자리(노숙인 특별자활근로) 예산은 45억원에서 54억원으로 약 9억원이 증액되는 데 그쳤다. 전일제와 반일제를 합한 전체 일자리의 수는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반일제(월 63만원)보다 급여가 높은 전일제 일자리(월 186만원)의 수가 크게 감소함(230개→140개)에 따라 전체 예산액이 줄어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이고 그 줄어든 양만큼 불안정 일자리의 수를 늘린 것인데, 사실 그간 서울시가 ‘예산 절감을 위한 민간취업 강화’를 공공연히 밝혀왔음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구조조정’이 마냥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서울시도 인정하듯 민간일자리의 안정성이 낮은데다 그간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올해부터 전일제 일자리에 앞서 민간취업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전일제 근로를 “민간취업 전 단계의 일자리”라고 밝혀왔던 서울시의 이해 못할 행정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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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물음표, ‘노숙인 등 급식지원’
시립 따스한채움터, 집단급식소 신고 위해 영양사 1명 증원 예정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이하 채움터)가 개소 10년 만에 합법적인 집단급식소로 전환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채움터 운영예산을 증액 편성(전년 대비 5천3백만원 증액)하고, 위생관리 강화 및 집단급식소 신고를 위해 영양사 1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하루 수백 명의 홈리스가 이용하는 채움터는 그간 ‘미신고’ 집단급식소 형태로 운영돼 왔다. 개소 당시부터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사회운동단체들이 급식의 질과 위생 문제를 제기하며 <노숙인복지법>과 <식품위생법>에 따른 합법적 급식시설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으나, 시는 해당시설이 집단급식소 내지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노숙인 급식시설이 아니라 강조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늦게나마 서울시가 기존 입장을 번복해 집단급식소 신고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다행스런 일이나, 앞으로의 채움터 운영과 관련해 유의해야 할 부분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예산서 상으로는 영양사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만 증액 편성되었을 뿐, 사업비(주말급식지원)에는 변화가 없다. 즉, 기존처럼 민간단체에 급식제공 장소를 내어주는 식의 운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집단급식소 전환 이후에도 이런 운영이 계속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급식의 질을 담보하는 문제, 식자재 구입 및 보관의 문제, 조리과정에서의 위생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를 앞으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무늬만 ‘합법’인 급식소는 홈리스 당사자의 권리 실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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