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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18:17:51)

[세계의 홈리스]는 홈리스상태로 인해 겪게 되는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글을 담은 꼭지


죽음이 기록될 권리
정확한 홈리스 사망자 수 확인을 위해 추정치까지 발표하는 영국 통계청


이봉조 / 英 브리스톨 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홈리스행동 회원


숫자로 세상을 표현하는 통계는 사실 단순히 개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수많은 통계 데이터에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숫자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나타내는데 통계만큼 강력한 도구는 없죠. 지난 홈리스뉴스 68호(2019년 7월 발간)에서 ‘공항홈리스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언급했듯이 기록된 숫자는 어떤 사회적 ‧ 정치적 행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숫자로 표현된 통계 속에서 사회적으로 또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통계조사의 시작, 공표는 선택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 없는 생활을 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십 수년째 많은 관심을 부르는 주제입니다. 2000년 이후 많은 사람들이 홈리스의 수에 관심을 갖고, 그 수를 조사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데이터는 조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은 열람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홈리스 관련 데이터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통계로 승인 받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정식통계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1800년대부터 이미 거리홈리스 수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시작했고, 많은 국가들이 ‘정확하지 않음’을 한계로 밝히면서도 홈리스 수를 데이터로 만들어 공표하고 있습니다.

▲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 홈리스 사망자 수(2013~2018, 실제 사례수 및 추정치) <자료=영국 통계청(ons.gov.uk)>


2019년 10월 1일, 영국의 통계청(Official for National Statistics)은 2018년 한 해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홈리스들이 사망했는지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거리(텐트, 자동차, 임시피난처 등을 포함)와 긴급 거주지(홈리스 쉼터, 호스텔 등을 포함)에서 사망한 홈리스는 726명으로 2017년 보다 129(22%)명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처참한 숫자 자체에서 잠시 벗어나 영국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위 도표에서 영국은 추정치(Estimated number: 오른쪽 막대)를 사용합니다. 심지어 2018년의 경우 실제로 확인된 사례(Identified cases: 왼쪽 막대)보다 더 큰 증가폭을 보여주는 추정치를 ‘홈리스 사망자 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1일 영국 가디언지는 관련 통계기사(기사명: 홈리스 사망이 작년 대비 22% 증가하다)를 온라인판에 송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말이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이 통계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이 부끄러운 숫자를 공개한 그들의 당연한 행동이 우리를 더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 수치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의 근거로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거리홈리스들이 거리에서 벗어나 적절한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홈리스 관련 통계 데이터를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홈리스를 위한 과학적인 통계 수집의 방법을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홈리스 사망자 수

한국의 홈리스 사망에 대한 다소 오래된 기사(한국일보 2015년 12월 14일: 매년 300명, 거리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노숙인)에서 매년 홈리스 사망자 수가 증가(2009년 기준 357명 이상 추정)하고 있으며, 무연고 사망자를 더하면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이후의 추정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사망하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매년 (최소한) 수백 혹은 천여 명 이상이 안정적인 주거가 없어 사망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재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 재난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못하고’ 있고, 정책적 대응에도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죽음이 기록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죽음은 더욱 무거운 의미를 가집니다. 통계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국가가 이처럼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을 애써 무시한다면, 사회구성원이 이 문제를 숙고하고 반성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립니다. 아마도 추모제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그곳을 지나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올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홈리스들이 그들의 마지막 시간을 거리에서 보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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