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코로나 시대 영국에서 확인한 홈리스 주거 대책
코로나를 넘어 적정 주거로



<오규상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서울시는 9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했다. 이로써 PC방, 음식점 등의 업장에 대한 제한조치가 경감되었지만, 10인 이상 집회 금지 및 한강공원 밀집지역 통제 등은 유지되었고 8월 24일 부터는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되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소중한 일상 회복을 위한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도 뗄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해오신 대로 불요불급한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 준수와 개인 위생관리에 철저히 기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사회 구성원의 덕목은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안전한 집에 더 머무를수록 건강했던 코로나 이전의 사회로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집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위험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없다. 코로나 이전의 사회에서도 모두가 건강한 삶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서울의 홈리스 숫자는 2018년 기준 3,478명이다. 이 통계에는 쪽방상담소가 없는 지역의 여관, 여인숙, 찜질방, 만화방 그리고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인원이 누락되어있다. 자신의 집에서 10명 이상의 사람들과 화장실 및 조리실을 함께 쓰고, 방은 환기를 하기 어려우며, 방에 문만 열어도 타인과 2m의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워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집안에서도 24시간 마스크를 써야하는 사람이 적어도 삼천 명 이상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체 홈리스 중 1/5 이상은 다른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조심히 지나가는 거리에 살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 상황 하에서 홈리스와 관련하여 ‘시설 중심’, ‘방역 중심’으로 대응해왔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코로나’, ‘노숙’ 및 ‘쪽방’으로 검색되는 68건의 문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방관리 강화’와 ‘방역 유지’를 위해 택한 대응은 ‘샤워실 이용 중단’, ‘도시락으로 급식 대체’ 등이다. 코로나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기본 위생이 강조되지만, 홈리스가 씻을 곳은 적어졌고 식사는 부실해졌다.


거리 홈리스에 대한 대응은 더욱 찾기 힘들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홈리스 및 시설 종사자 6,449명에게 코로나검사와 결핵검사를 실시했고, 코로나검사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나, 이 역시 집단감염을 차단하기 위함이지 홈리스가 일상에서 갖는 감염의 위험에는 변함이 없다. 집이 없는 이들에게 집에 머물라는 공허한 지침을 내리는 대신 그들이 안전하게 자신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머물 곳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노숙인 이용시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방지 운영계획 中 ‘보건복지부 권고사항(2020. 2. 27)’


 가. 감염확산방지 최우선
    - 감염 예방 수칙 및 관리 등은 기 안내된 지침들을 활용
     * 시설(급식, 조리, 배식, 보관 위생관리), 환경(방역, 소독, 청소), 인원(개인위생, 소독, 마스크 착용 등) 등 예방관리 강화 협조
 
  나. 노숙인 이용서비스(상담, 생활지도, 취업연계 등) 등은 잠정 중단하고, 필수 돌봄서비스는 유지하되  최대한 방역원칙 등 강구 시행
     - (종합지원센터) 상담, 샤워실 이용 등 서비스를 중단, 일시보호와 응급콜 등의 기능은 유지 (예, 서울역 앞 다시서기센터 경우)
     - (무료급식) 가급적 도시락으로 대체
     - (노숙인진료시설)감염 예방 및 보호조치 준수하여 현행 기능 유지
     - (일시보호·쪽방상담소) 잠자리 제공기능은 유지, 입소자 간 커튼 등으로 차단 등 방역 유지
 
  다. 상호 전파 예방 및 최소화를 위해 기본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도·감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유행대비 노숙인복지시설 등 대응 지침(1판) 中 거리 노숙인 관련(2020. 2. 4)

 

○ (거점지역 환경관리) 노숙인 밀집지역 주변 소독 등 방역관리 철저
   - 노숙인 및 중국교민 등 중국인의 출입·왕래가 많은 지역 대상
 
 ○ (감염관리) 노숙인 밀집지역*(서울역, 영등포역 주변 등)를 중심으로 발열(37.5℃이상) 및 호흡기 증상(기침·
   인후통·숨참 등) 발생 여부 확인 *전국 6개 지역(서울 2, 부산·대구·대전·경기 각 1)
 
 ○ 거리노숙인 현장보호활동(아웃리치)을 통한 위생관리 실천 방법 등을 교육 및 방역물품(마스크, 손소독제,
    비접촉식 체온계 등) 보급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노숙을 완전히 끝내고자 합니다.”
2020년 2월 2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지난 2월 26일, 영국 정부는 급증하는 홈리스에 대한 대책으로 약 3,600억원(£236m) 규모의 ‘적정 주거 장기 지원안’을 발표하며 관련 책임자로 홈리스 전문가 루이자 케이지 경(Dame Louise Casey)을 임명하였다. 이어 3월에는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거리 홈리스에게 적정 주거를 제공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약 49억원(£3.2m)이 투입된 해당 사업은 홈리스 활동 단체, 지방정부,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등이 협력하여 호텔, 비어있는 집 등의 머물 곳을 확보하고 이를 거리나 공동 숙소에 있어 격리가 불가능한 5,400명의 홈리스에게 식량 및 의료서비스와 함께 제공하였다.


이에 홈리스 활동 단체 크라이시스(Crisis)는 추가 예산 확보, 이주민에 대한 지원 기준 완화 등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모든 홈리스에게 적정 주거를 제공해야함을 선도한 것은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고 평했다.



“현 상황은 심각한 재난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 상황을 통해 모두가 안전하게 머무르는 아주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다시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노력해야합니다.”

2020년 5월 26일, 루이자 케이지 COVID-19 홈리스 비상대책위 위원장



그러나 영국 정부와 지자체는 추가 예산 부담의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고, 5월 중순 경 일부 홈리스는 호텔 등의 숙소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하며, ‘모두가 머무는’(Everyone in) 계획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5월 말에는 지역사회, 기업, 자선단체, 종교계 등이 모여 홈리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YMCA 및 대학들로부터 임시 숙소를 제공받아 약 15,000명의 홈리스의 숙소를 마련하였다. 홈리스 활동 단체 크라이시스는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영국의 홈리스 문제나 부동산 위기를 불러온 것은 코로나가 아니라 치솟는 임대료와 적정가격 주택의 부족이라고 전제하며, 정부 통계에 따른 거리 홈리스의 숫자(약 5천 여명)는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약 28만 여명)의 극히 일부만을 반영했기 때문에 ‘모두가 머무는’ 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고 하여도, 해당 사업이 현재까지 이룬 것조차 얼마 전 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평했다. 크라이시스는 이에 덧붙여 현재 호텔과 호스텔 등에 머물고 있는 모든 홈리스의 거주를 1년 연장하려면 약 4,300억원(£282m)이 필요하며, 이 비용이 터무니없이 크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소상공인에게 제공될 약 30조원(£20bn)의 감세 혜택을 고려하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한발만 더 나아가면 홈리스의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2020년 6월 24일, 루이자 케이지 COVID- 19 홈리스 비상대책위 위원장



▲  “영국 정부는 8월 26일, 청년 홈리스 활동기관 성바실리(St. Basils)에 주거지원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약 1억 3천만원(£90,000)을 지원하기로 했다.”

6월 24일, 영국 정부는 약 15,000명의 주거불안 해소(임대보증금 지원, 기숙사 리모델링 등)를 위해 약 1,600억원(£105m)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예산은 지역사회, 지방 의회, 자선기관 등이 함께 모았다.


코로나 시기 영국에서 진행된 일련의 과정이 홈리스에게 우호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8월 중순에는 잉글랜드 남부 지역의 일부 우파 의원들이 지역 상권 보호를 이유로 거리나 문간에서 잠을 자는 이에게 벌금형을 부과하자는 법안을 제안했다가 좌초된 바 있으며, 코로나 상황 하의 홈리스 주거 대책을 주도했던 루이자 케이지 COVID-19 홈리스 비대위원장은 8월 말 갑작스럽게 직책을 사임했다. 그러나 9월 이후에도 홈리스 2천여 명이 장기거주가 가능한 집을 구한 런던을 비롯하여 학교 기숙사를 활용한 포츠머스 시 등 각 지자체는 장기 적정주거지 마련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영국에서 모든 사람에게 적정주거를 보장하자는 주장은 코로나 상황을 지렛대 삼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자본이나 성장보다 생명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겨주었다. 적절한 주거가 생존에 필수 요건임을 알려주었다. 동시에, 안전한 집을 가정한 방역수칙이 누군가에게는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는 것과 대다수가 바라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의 회복이 누군가에게는 건강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삶의 반복임을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당면한 코로나 감염의 위험 앞에서 홈리스에게 필요한 것은 위생시설이 구비되고, 격리가 가능한, 마스크를 벗고 지낼 수 있는 집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홈리스 지원 대책은 적정 주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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