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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23
2020.09.28 (20:41:42)



동자동의 큰 느티나무
동자동 쪽방주민들이 만들고 키워가는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에 대한 이야기




[ 이야기, 하나 ]

<윤용주 / 주민, 동자동사랑방 운영위원·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


▲  어버이날 행사를 마치고 함께 <사진출처=동자동사랑방>

서울역 맞은편 큰 빌딩들 뒤쪽엔 50년 이상 된 낡은 벽돌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 동자동쪽방촌이 있다. 이곳 주민은 젊은 시절에 정착하여 50년 반평생을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 IMF 경제 위기 때 사업하다 부도가 나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 노숙에서 쪽방으로 오게 되어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 사기를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어 방황하던 삶을 살고 쪽방까지 오게 된 분들을 포함해 각자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천 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겨우겨우 살고 있다.


절망과 희망이 없는 삶 속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자신 없는 생활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다 보니 나중에는 질병으로 세상을 뜨거나 병원 생활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보자고 몇몇 주민들이 고민하고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뜻을 모아 <동자동사랑방(이하, 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이하, 협동회)>를 만들어 십여년 넘게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랑방과 협동회의 처음 시작은 어려움이 많았으나 주민들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워 더욱더 열심히 활동했다. 사랑방에서는 무료법률상담과 좁은 방을 넓게 쓸 수 있는 선반작업을 해드리고 있으며 천원에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식도락을 운영하고 있다. 협동회는 300여명의 주민들이 조합원이 되어 소액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출자금이 2억 8천만원이라는 큰 성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일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랑방은 말 그대로 주민들이 언제나 편안하게 들려 커피 한잔을 나누고 고민상담을 하며 주민들 곁에 있다. 누구보다 주민들의 처지를 잘 아는 주민활동가들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지원이나 이사, 병원동행과 같은 일을 도와 드리고 있고 무연고로 돌아가신 주민들을 추모하기 위한 마을장례로 마지막 가는 길까지 정성을 다하고 있다, 어버이날과 추석에는 마을 잔치를 열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혼심을 다한다. 이밖에도 한 달에 두 번 모여 마을 청소를 하며, 방에서 취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공동으로 부탄가스를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쪽방 주민들의 권리와 인권을 위한 연대 활동에 함께 하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사랑방의 이런 노력으로 주민들의 삶도 많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주민들도 사랑방과 협동회를 믿어 주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생활이지만 우리도 무언가 해보자라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주민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주민공동체가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랑방과 협동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주민들은 모든 쪽방주민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언제나 주민 곁에 있을 것이다.




[ 이야기, 둘 ]

<강준모 / 동자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윤용주 조합원의 마지막 글귀처럼 사랑방은 2008년 주민들의 친교를 위해 설립되어 지금까지 동자동 주민들 곁에 있다. 협동회는 2011년 ①.저축성 함양 ②.경제적, 사회적 지위와 삶의 질 향상 ③.협동하며 스스로를 돕는 공동체 정신 실천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위해 설립되었다. 사랑방과 협동회는 개별적인 단체이지만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활동하는 주민들도 겹치며, 다양한 사업을 함께하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단체에 가깝다. 실제 대부분의 동자동 주민들은 이 둘을 같은 단체로 생각한다.


차재설 조합원은 “(이런) 공동체가 없었다면 (우리 동네는) 참혹했을 거”라며 우리는 딴 곳에서는 “버림받은 자식”이지만 “우리 조합, 사랑방만이 아플 때, 어려울 때, 병원가서 입원절차 퇴원절차를 같이 밟아주는 곳”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한 조합원이 이야기한 “주민들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단체가 동자동에 자리를 잡은지 어언 10년이 지났지만 그 과정이 순탄지만은 않았다. 초기 설립부터 함께하고 현재 협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정애 조합원은 “처음에 박스도 줍고 병도 줍고 했어. 그걸 팔아서 살림에 보태고... 주민들이 봉사하고.” 또한 처음에는 동네에서 욕도 많이 먹었다며 “우리 동네에서 안하던 짓을 하니까 (웃음) ... 근데 1년, 2년이 지나니까 기반이 되었다”고 했다. 사랑방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관계”와 “시간의 힘”이라고 이야기한 박승민 활동가의 말처럼 주민들과의 끈끈한 관계와 주민들의 노력과 인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방과 협동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랑방과 협동회를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필자의 부탁에 주민들은 사랑방과 협동회는 “안전처”, “주민들의 긍지”, “발판을 마련해준 곳”, “내 마음이 편안한 곳”, “사람대우를 해주는 곳”, “큰 느티나무”라고 했다. 사랑방과 협동회를 “큰 느티나무”라고 표현한 윤용주 조합원은 “느티나무는 대답을 기다려주고... 눈이 오면 눈을 막아주고 ... 힘들 때 내가 껴안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수많은 단체들이 동정과 시혜의 시선을 갖고 주민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이곳 동자동으로 찾아온다. 그들과 다르게 사랑방과 협동회는 주민들이 힘들고 기대고 싶을 때 언제든지 스스로 와서 껴안을 수 있도록 묵묵히 주민들 곁에 있는 곳이다.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협동회의 선동수 간사는 협동회의 전 이사장의 말로 대신했다.


“동자동도 했으니까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보고 자신감을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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