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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쪽방 공공주택사업 주민을 포용하는 쪽방 개발의 모델되어야


<정제형 /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바라건대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대일 땅이 있었더면” 


김소월의 시 구절이 생각나도록 서울 하늘 아래 몸 하나 누일 공간이 절실한 이들이 존재한다. 영등포 쪽방촌의 이야기이다. 1970년대 집창촌,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도시의 높이와 속도에 밀려난 이들, 약 360여 명이 고가도로 아래 미로 같은 골목 속 단칸방에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최저주거기준 면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6.6㎡(2평) 이하의 작은 방에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며 살아간다. 방에는 당연히 부엌이나 개인 화장실도 없다. 월 평균 임대료는 22만원으로 3.3㎡(1평) 단위 임대료는 서울의 강남 주택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싼 임대료와 노후된 시설 등 쪽방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논의는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나 실효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없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3년 간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2015년에는 토지주를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쪽방 주민 이주대책이 미비하여 무산되기도 하였다. 

지난 2020년 1월 24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는 다시 한 번 영등포 쪽방의 재개발을 약속했다. 영등포 쪽방촌을 철거하고 1만㎡에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아파트 총 1,200호를 짓겠다는 것이다. 1,200호의 주택은 쪽방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600호 등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1년까지 지구 계획 수립과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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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토지 이용 구상 안 <사진 출처: “50년된 영등포 쪽방촌” 주거·상업·복지타운으로 탈바꿈(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영등포구 보도자료)>


개발 구역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 구역에는 쪽방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를, 두 번째 구역에는 분양주택 등 600호를 공급한다. 영구임대주택 단지에는 쪽방 주민의 자활·취업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와 무료급식·진료를 해 온 교회·급식소·의원 같은 돌봄시설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쪽방 주민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임시 거주지에 머무를 수도 있다. 

우리가 이번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발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쪽방촌 주민들을 배제해 왔던 기존의 개발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공간(16㎡)을 약 3만 2천 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쪽방 주민들의 공공임대주택 진입을 가로막았던 보증금(161만 원 수준)은 공공주택사업의 세입자 이주대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기존의 쪽방 주민 100%가 재정착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되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장관의 말처럼 이번 재개발 사업을 따뜻하고 효과적인 쪽방 개발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 예상되는 어려움들에 미리 대비하여 과거의 실패들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개발 지구가 확정된 후 이뤄질 주민들의 의견 수렴의 과정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쪽방 주민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쪽방은 임시주거지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기에 쪽방의 역할을 공공임대주택 제공과 함께 어떻게 살릴 것인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3배 넓게 계획되었다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도 실제로는 최저주거기준을 겨우 충족시키는 수준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아울러, 수정 보완한 영등포 쪽방 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넘어, 서울시 다른 지역의 쪽방들에도 쪽방주민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개발 정책으로서의 ‘영등포 모델’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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