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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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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탐사’와 ‘조사’를 통해 본 쪽방의 현 주소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5월 초 한국일보의 서울지역 쪽방 탐사 보도는 가장 가난한 이들이 건물주들의 이윤을 어떻게 떠받치고 있는 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쪽방주민들에게야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지만, 기사로 드러난 숫자들과 구체 행태들 앞에 그들 역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서울시는 「노숙인복지법」이 시행된 2012년부터 매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공개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최근 5년간의 조사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확인해 보았다. 언론의 탐사,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쪽방의 현 주소를 짚어보자.   


<언론의 쪽방탐사>


서울 쪽방촌의 실소유주는 강남 건물주와 지방 부유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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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국일보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자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아래 쪽방’ 시리즈를 기획 연재하였다. 서울시 소재 전체 쪽방 현황 자료를 토대로 건물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해 쪽방의 실소유주들을 추적한 것이다. 그 내용을 간단히 간추려 보고자 한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서울시내 318채 쪽방 건물 가운데 등기가 되어 있는 243채 등기부 등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270명 소유주(법인 포함) 중 188명(69.6%)이 쪽방촌 밖 다른 지역에 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쪽방 건물주 중 강남의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주거단지에 거주하는 인물이 적지 않았는데, 강남 3구(서초구·송파구·강남구)에 현주소를 둔 소유주만 25명이었다. 쪽방을 한 채 이상 갖고 있는 경우도 18~22%에 이른다. 집주인들은 관리인을 두고 월세 중 일부를 떼어 주거나 공짜로 쪽방에 살 수 있게 하는 식으로 관리를 일임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 소식만 들리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쪽방을 사들이려는 큰손 투자자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건물이 쪽방이라는 것을 알고도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개발이 되면 거주자들을 거리로 내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극빈층 고혈 짜내 부의 첨탑 쌓아온 쪽방촌 ‘빈곤 비즈니스’

부촌의 건물주들이 쪽방촌 건물을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쪽방 건물은 주로 노후화된 서울 도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해 있다. 통상적으로 개발 투기는 많은 리스크를 갖는데, 사업 자체가 좌초하거나 무기한 유예된다면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의 쪽방촌 투기는 다르다. ‘여인숙’이나 ‘고시원’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쪽방은 무허가 숙박업인데, 임대료는 현금으로 받으면서 현금 공제가 되지 않아 수익을 드러내지 않고 집주인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당장의 개발로 인한 이익을 얻을 수 없더라도 집주인들은 쪽방 주민으로부터 끊임없이 세금도 내지 않는 현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배불리는 사이 쪽방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높은 월세로 고통 받고 있다. 주민들은 1평 내외의 좁은 면적에 밥을 해먹을 공간도, 샤워실이나 화장실도 갖춰져 있지 않은 쪽방에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평당 월세(39,400원)의 4배를 훌쩍 뛰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실체 불분명한 쪽방은 각종 법망의 사각지대

쪽방은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제대로 된 정의조차 없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쪽방을 정의하는 식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쪽방은 각종 법망의 사각지대다. 숙박업으로 영업하고 있지 않아,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과거 여관·여인숙으로 사용되다 쪽방이 된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허가 숙박업’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제재는 없다. 이렇게 합법과 불법을 판단할 기준조차 없이 애매한 쪽방의 거주자는 서울에만 공식적으로 3,296명(2018년 서울시 조사)이지만, 전문가들은 조사에 누락된 쪽방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의 주거비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판잣집, 비닐하우스, 달방(여관·여인숙의 월세방), 고시원, 쪽방 등 비(非)주택에 사는 인구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5년마다 이루어지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2005년 5만7,066가구에서 2015년 39만3,792가구로 7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가운데 무려 81.9%(32만2,591가구)가 거주 공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쪽방과 고시원에 사는 이들로 추정된다.


<서울시의 실태조사>


실태조사 개요

다음으로, 서울시가 진행한 최근 5년간(2014년~2018년)의 실태조사 결과를 되짚어 보자. 2014년(3월~5월)을 제외하고 서울시는 매해 겨울(11월~다음해 1월) 쪽방 건물과 주민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였다. 조사 방식은 일관되지 않은데, 주로 쪽방상담소 직원이 조사를 하고 리서치 업체가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쪽방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하였고 건물은 전수조사, 쪽방 주민에 대한 면접조사는 실무 상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한 것으로 판단되며 주민 전체의 약 60~70%가 조사되었다.


쪽방이란 곳

취사장이 있는 곳은 24.8%(2018년)에 불과했다. 방 안에서 휴대용 버너로 취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건물 내 화장실이 아예 없는 곳도 20% 가까이 되었고 샤워실이 있는 곳은 20%대에 머물렀다. 세면장은 90% 가까이 갖춰진 상태나 온수가 나오는 곳은 34.2%(2018년)에 불과했다. 인간 생활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행동들마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기본 편의시설의 연도별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 쪽방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서울시의 영등포쪽방촌 리모델링 지원사업, 저렴 쪽방 임대지원 사업은 이와 같은 설비, 구조 차원에 손을 댈 수 있는 차원이 못 된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익히 우려되고 있던 안전 역시 취약함이 드러났다. 목조 건축물은 화재에 취약한데, 특히 쪽방처럼 과밀하거나 맞벽으로 건축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작년 1월에도 종로구의 목조 쪽방에서 불이 나 주민 한 분 사망하는 비극도 있었다. 그런데 2018년 현재 서울지역 쪽방 건물의 39.2%가 목조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2015~2017년의 경우 20% 수준이던 것이 2018년에 갑자기 두 배 가깝게 늘어난 수치로 조사나 분석 과정에서의 오류가 의심되나, 평년의 비율인 20% 수준으로 본다 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화재나 소방 장비도 부족한 편이다.


그나마 소방 장비는 95%가량(2018년) 보유된 상태나, 화재를 알릴 수 있는 경보시스템을 갖춘 건물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불이 날 때 피난을 돕는 긴급피난장비를 보유한 건물은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대다수가 조명등, 손전등에 불과하다. 탈출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완강기가 설치된 곳은 서울지역 전체 317개 건물 중 18곳에 불과했다. 이렇게 열악하고 불안전한 주거공간이지만 임대료는 역진적이라 할 만큼 불합리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이들을 상대로 한 운영으로 99%가 무보증 형태로 운영되는 것은 연도별 차이가 없었지만, 임대료는 2014년부터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다. 5년 간 평균 천원 꼴로 인상폭은 완만했지만, 쪽방의 평당 월세가 이미 타워팰리스보다 2배가량 높은 상태라는 것을 고려할 때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보증금을 안 받는 대신 쪽방 운영자들이 체납 회피 수단으로 징벌적인 월세를 부과하는 관행이 고착된 것이다.


쪽방 사람들

▲  영등포 쪽방지역의 한 주민이 쪽방 탐사 기사를 모아 만든 유인물을 읽고 있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주민들의 대다수는 남성이 약 85%, 여성이 약 15%로 연도별 큰 차이가 없었다. 장애인 비율은 평균 31% 정도로 나타났는데, 그 중 지체장애인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쪽방의 설비와 운영에 이런 특성이 반영되지는 않는다. 위에 언급되었듯 쪽방 건물주의 대다수가 부재  지주인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화장실이나 샤워실의 성별 분리설치 현황은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생계급여)의 비율은 2014년 48.1%에서 차츰 증가 추세로 근년 들어서는 60%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비수급자 비율 역시 30% 내외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일을 통해 쪽방 살림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 일자리는 “일당 잡부”가 압도적이었다. 자활근로, 노숙인일자리 등 공공일자리의 비중은 미미했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6~70대 고령인데다 70% 가까이가 중졸이하의 학력임을 고려할 때, 공공일자리의 적극적인 확충 노력이 없다면 이들의 생활은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쪽방 살이는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평균 거주기간은 11~12년에 이르렀다.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이주를 원하고 있었지만, 지속 거주 의사를 밝힌 이들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48.6%) 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임대주택 신청 경험이 없는 이들이 65%(2018년)에 달했고, 그들 중 절반 가량은 보증금과 같은 비용 문제로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정한 보증금(100만원으로 50만원인 LH공사보다 높다)이 왜 문제인지 절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야가 넓어지면 마음이 넓어지잖아요.”


며칠 전, 창 없는 쪽방에서 빛이 들어오는 쪽방으로 이사한 한 주민이 웃으며 얘기하셨다. 탐사와 실태조사로 드러난 쪽방의 현실은 하루 속히 적절하고 안전한 주거지로 쪽방이 변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서울시가 공공주택 정책 차원에서 개입을 해야 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쪽방에 갇힌 우리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건물주도, 관리인도, 쪽방상담소도 아니다. 방문을 열면 마주하는 얼굴들과 함께 우리의 주거권을 넓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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