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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울시 노후고시원 종합대책의 의미와 한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마련돼야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지난 3월 30일, <홈리스주거팀>이 서울시청 앞에서 고시원 종합대책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서울시는 3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골자로 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의 ‘고시원’들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고시생의 공부방이 아닌 … 주거취약계층의 상징적 주거지”로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세웠다는 것이다. 대책의 배경으로는 어김없이 “작년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사고”가 인용되었다. 홈리스행동 등 주거관련 8개 단체로 구성된 <홈리스주거팀>은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이후, 인간 삶에 적절한 주거가 안전한 주거임을 주장하며, 화재 대책을 넘어 비주택 거처에 적용 가능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 왔다.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의 근본 원인은 ‘불’이 아니라, 한 평 남짓 창문도 없이 다닥다닥 붙은 방에 난로에 의지해 겨울을 나야하는 열악한 주거 현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프링클러 설치와 같은 화재대책은 온전한 대책이 되지 못하니, 안전과 주거 모두를 간추린 별도의 비주택 최저주거기준을 만들자고 주장한 것이다. 주택에 적용하는 현행 최저주거기준을 고시원과 같은 비주택에 바로 적용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작 1~2평에 불과한 고시원·쪽방 등에 1인 가구 최소면적기준인 14㎡(4평 남짓)를 바로 적용할 때 생길 부작용 말이다. 이런 차에 서울시의 종합대책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홈리스주거팀>은 3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대책이 “반쪽”에 불과하다며 개선을 요구해야 했다.



발 빠른 발표,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은


서울시는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올해 2월부터 8개월 간 고시원 대책 수립을 위한 전수조사를 하기로 하였다(이후, 표본조사로 수정). 이를 통해 “서울시 최소주거안전기준”과 “고시원 관리·운영을 위한 관련 법 제·개정안 및 서울시 조례안”을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해당 조사는 지난 3월 7일 최초 입찰 공고된 이후 현재까지 연구수행기관이 선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즉, 실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대책이 나와 버린 것인데, 서울시는 5개 고시원을 샘플로 조사한 다음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대규모 조사가 예정돼 있는데 왜 일부만 보고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종합대책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홈리스행동은 보도자료 발표와 동시에 서울시 담당부서(건축기획과 건축정책팀)에 대책 전문을 문의하였으나, '이번에는 언론에 보도부터 하고 나중에 정책을 수립하는 역순을 취했다'며 대책 수립 완료 시기는 알 수 없다는 희한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어서인지 종합대책은 결국,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4일 후인 3월 22일에서야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다.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
종합대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세운다. 여기에는 방의 실 전용면적을 7㎡(화장실 포함시 10㎡)로 하고, 채광창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이를 전국단위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국토부 고시) 개정을 건의한다. 둘째, 노후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외부피난계단 같은 피난시설도 함께 설치한다. 셋째, 현재 ‘주택’ 거주자로 제한된 ‘서울형 주택바우처’(저소득층에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제도로 기초수급자나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는 제외, 1인=월 5만원) 대상을 고시원 거주자까지 확대한다. 넷째, 고시원 밀집지역 내 빨래, 샤워 등을 할 수 있는 편의시설-가칭, 고시원 리빙라운지-을 설치한다. 다섯째, 노후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리모델링해서 1인 가구에게 공급하는 ‘리모델링 사회주택’을 활성화한다. 해당 사업비 올해 예산 72억 원 중 62억 원을 노후고시원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사회주택으로 제공하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여섯째, 법령 개정(건축법 시행령)을 건의하여 취사 공간 등 공용공간을 함께 쓰는 공유주택의 건축기준(최소 실면적=10㎡)을 마련, 민간에서 활발히 공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언론에게만 공개한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의 구조는 위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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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서울시의 고시원 주거기준은 설치 층(지하층에 설치 금지), 금지 및 허용 시설의 종류, 복도 폭, 소음방지 등 8개 항목을 규정한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국토부 고시)에 최소 실면적과 채광창 의무 설치를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곧바로 서울시의 ‘리모델링 사회주택’에 적용될 예정이다. 달리 얘기하면, 국토부 고시와 다중이용업소법이 함께 개정되지 않는 한 일반 노후고시원들에는 적용할 수 없다.



방치되고 있는 고시원 이외의 다양한 비주택 거처


▲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국일고시원(좌측 점선)과 화교사옥(우측 점선)이 마주하고 있다. 공구상가로 가려진 부분에 총 34명이 거주하던 쪽방이 있었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종합대책의 핵심인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은 당장 그 영향력이 미미하고, 보다 구체화 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비주택 거처에 대한 주거대책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러나 해당 대책은 표현 그대로 오로지 '고시원'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쪽방·여인숙과 같은 대표적인 비주택 거처들은 적용에서 제외된다. 물론 서울시 입장에서는 ‘고시원 대책을 세웠으니 고시원만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해당 대책이 국일고시원 참사를 계기로 시작되었음을 상기할 때, 건축법상 용도만 다를 뿐 가난한 이들의 주거지로 기능하고 있는 다른 비주택 거처에 대한 대책 역시 미뤄서는 안 된다. 그곳에서도 가난한 이들이 열악한 주거상태로 인해 병들고, 다치고, 죽어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일고시원 화재참사와 같은 해 같은 구에서 발생한 서울장 여관 화재(방화)는 7명이나 되는 투숙객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이처럼 주거지로 사용되는 숙박업소에 대한 대책은 마련된 바 없다. 국일고시원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화교사옥’이라 불리던 쪽방에도 2014년 불이 나 주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교사옥은 중구청에서 관리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던 쪽방이었으나 밀집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주민들은 그동안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해왔던 터에 화재를 만난 것이다.




이와 같이 여관·여인숙·쪽방 역시 심각한 안전과 주거의 문제를 겪고 있어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과 같이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서울시 차원의 사업과 제도, 중앙정부에 대한 제도개선 제안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서울시 대책은 비주택 거처의 일부만을 포함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와 같은 요구에 대해 기존 쪽방 대책을 재 언급할 뿐 아무런 응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간 서울시의 고시원 대책은 노후 고시원을 대상으로 연간 30~50개소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지원을 해 왔던 것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고시원에 대한 주거기준을 세우고, 이를 전국화 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을 제안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편, 국회에는 2009년 7월 8일 이전부터 영업 중인 고시원 등에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고시원 등 주거용 건축물의 건축기준을 마련할 근거를 법률에 명문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언제 통과되고 실행될 지 예상하기 어렵고, 실행된다 하더라도ㅇ- 여관 여인숙, 쪽방과 같은 다양한 비주택 거처들의 주거기준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와 국회에 다양한 비주택에 대한 주거·안전 기준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더 크게 하는 일이 언제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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