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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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인권-아우성]은 인권지킴이 등 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

종로타워는 왜 노숙인을 쫓아내는 것인가?

<황성철 / 홈리스행동·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활동가>

친구의 소개로 2008년 1월부터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이하 실천단) 활동을 시작했다. 10년 동안 종각역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고, 활동을 하면서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작년 12월에 겪었던 일은 아직 잊히지 않는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매주 목요일 저녁 9시가 되면 보온물통과 믹스커피를 들고 종각역 주변과 역 내부를 돌아다니며 거리 홈리스를 만났다. 활동은 단순했다. 커피를 타 드리면서 인사하고 안부를 여쭙고 필요한 복지 정보를 제공하거나 인권침해 사항 등을 듣고 대응할 것은 대응하면서 그렇게 10년 동안 활동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의 격려를 받거나 물품 후원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나가면서 보기에도 우리가 잘하고 있기에 힘을 보태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종각역 내부엔 종로타워에 속한 종로서적(옛 반디엔루니스)이 있고, 종로서적 입구 좌우편엔 앉아서 음료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쉬어갈 수 있는 벤치 형태의 계단이 있다. 이 계단 형태의 공간은 지하연결통로의 역할도 하고 있다. 7년 전 쯤 종각역에 자동셔터가 설치되면서 계단 우측의 공간에서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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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시작은 작년 12월 22일(목) 활동을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그날따라 좌우측 계단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거리 홈리스가 없었는데, 활동을 시작한 저녁 9시 20분 쯤 종로타워 보안주임이 내려와 커피를 나눠주는 것을 제지했다. 제지의 이유는 이랬다. 누구 허락을 받고 커피를 나눠 주냐는 것과 여기서 커피를 나눠주니까 노숙인이 모여서 술 마시고 담배 피워서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그에 맞서 우리는 “노숙인만 여기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노숙인 차별하는 것이냐? 우리는 계속 활동할 것이다”고 하면서 그렇게 3주 동안 싸웠다. 보안팀에서도 물러날 기색은 없었고 우리 또한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커피를 마시러 온 거리 홈리스들이 싸울 때마다 우리 쪽에 서서 보안팀과 맞서줘서 큰 힘이 되었다.


종로타워 보안팀은 왜 노숙인을 쫓아내는 것일까?

그런데 왜 갑자기 노숙인을 쫓아내는 것인가? 이래저래 정보를 수집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그 배경은 종로타워의 건물주가 바뀐 것이다. 종로타워는 두 회사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는데 그렇다보니 재투자나 시설 개선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가 2016년 3월 외국계 기업이 종로타워를 약 3,700억원에 사들이면서 재투자와 시설 개선이 다시 활발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로서적 개장이다. 2016년 12월 23일 종로서적 개장에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고 자연스럽게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개장 준비를 하면서 주변의 거리 홈리스도 깨끗하게 치운 것이다. 

그럼 전에 반디엔루니스가 영업을 할 때는 거리 홈리스가 방해되지 않았던 것일까? 거기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종로서적 매장의 절반은 책으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을 푸드 앤 베버리지(F&B: 간단한 음식・음료 가게) 매장으로 채웠다. 그리고 내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위층에는 외식 프랜차이즈·유통 매장들이 들어섰다. 그렇다보니 이들의 영업 이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했을 것이고 주변의 노숙인은 눈엣 가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로타워의 소유주가 자기 건물에 입점한 상가의 영업 이익을 높이기 위해 거리 홈리스를 쫓아내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을 뿐더러 어떠한 근거도 없는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종로서적 좌우측 계단은 종로타워의 소유가 아니다. 그 곳은 지하철역과 지하상가, 그리고 인접한 건물의 지하층을 서로 연결한 지하연결통로이다. 

「서울시 지하연결통로 개요 및 업무처리절차」를 보면 지하연결통로는 건물의 사용가치나 편익을 증대시키고, 시민통행 편의를 제고하기 위하여 건물주가 그 공간을 서울시로 기부한 곳이다. 그래서 지하철 및 지하상가는 운영시간 동안 시민에게 상시 개방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거리 홈리스란 이유로 계단에 앉아 쉬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을 막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지금은 보안팀에서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하지 않지만 여차하면 우리를 쫓아내기 위해 한 쪽에 서서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활동 방해와 거리 홈리스 강제 퇴거는 앞으로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종각역에서 삶을 이어가는 거리 홈리스가 있는 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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