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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방역 이유로 '따스한채움터' 이용문턱 높인 서울시

시립 따스한채움터에 전자회원증 도입…서울시 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 접수된 상황
밀집도 낮추기 위해서라면 다른 대안 찾아야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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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 건물 외벽에 붙은 공지문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지난 달 서울시는 코로나19 예방을 이유로 시에서 위탁 운영 중인 실내급식장 따스한채움터(이하 채움터)에 전자회원증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전자태그(RFID) 방식의 회원증을 발급하도록 하여 방역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말의 논의나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추진됨에 따라 채움터 이용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발급과정에서 노숙이력 조회, 사진과 신분증 제출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이용 장벽을 높여 급식인원을 줄이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채움터 운영과 관련한 서울시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러한 비판에 무게를 더한다. 서울시는 지난 달 초 65세 이상인 사람의 채움터 이용을 막는 방침을 세웠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급히 철회하였고, 이달 13일부터는 조식 제공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홈리스행동은 따스한채움터의 전자회원증 도입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서울시 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과 신분증에 더해 노숙이력 조회까지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역 목적을 넘어서는 과도한 정보수집에 해당하며, 무엇보다 ‘노숙인 등’을 향한 낙인과 혐오가 만연한 현실에서 신분노출을 우려하는 당사자들의 접근성을 낮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홈리스행동은 ‘방역관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공급식소의 태부족과 부실한 운영에 있는 것이라며, 전자회원증 도입조치의 중단과 함께 공공급식소의 확충 및 운영 정상화 방안을 수립할 것을 주장했다.


전자회원증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미발급자에겐 불이익…현장 이야기는 달라

전자회원증을 발급받을 수 없거나 발급을 꺼려하는 이들의 경우 채움터 이용을 회피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에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아직 발생한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전자회원증 발급 여부와 무관하게 채움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서울역 인근에서 거리노숙을 하는 김모씨(가명‧54세)는 “노숙했던 기록이 남을까봐 노숙인등록도 하지 않았는데, 전자회원증을 만들지 않으면 밥을 안 준다고 해서 노숙인등록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어느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앞에서 만난 최모씨(가명‧80세)는 “65세가 넘으면 회원증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현재 다른 급식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전자회원증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채움터 이용을 중단하거나 본인 의사에 반해 정보제공이 이뤄진 사례가 보고되는 등 그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발급자와 발급자 간 채움터 이용에 차등을 두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채움터 이용자인 이모씨(가명‧58세)는 “회원증을 가진 사람은 (회원증을) 찍고 나서 곧장 식당에 입장하지만, 없는 사람은 수기로 방역명부를 작성한 뒤에도 한참을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미발급자에게 일종의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회원증 발급은 이용자들이 식사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나, 미발급자의 입장에서 서울시가 제공하는 편의란 결국 회원증 미발급에 따른 불이익으로 귀결되고 있는 셈이다.


이용자의 ‘연락처 부재’ 때문? 채움터를 편법 운영해 왔던 당국의 뻔뻔한 책임 회피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서울시 인권위원과 홈리스행동 활동가와의 면담 자리에서 “채움터의 밀집도를 낮추는 게 가장 급선무”라면서 확진자가 발생하여 채움터 운영이 멈춘다면 어떤 대안도 불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채움터 이용자 중에는 연락처가 없는 이들이 많아 일반적인 방역명부 작성으로는 추적이 어렵기에 전자회원증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 상황에서 방역관리를 강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공공기관의 과업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노숙인 등’ 가운데 연락처가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 역시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방역관리의 취약성을 ‘이용자의 상황’ 탓으로 돌리는 서울시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다뤄진 바대로, 현재 공적 급식기관의 방역 문제가 불거진 까닭은 민간급식소가 연달아 폐쇄됨에 따라 그 반대급부로 이용인원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지 이용자의 ‘연락처 부재’ 때문이 아니다. 현 상황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책임은 그간 민간의 시혜와 동정에 기대어 공적 급식지원체계의 구축을 소홀히 한 서울시 당국의 몫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간 서울시는 노숙인급식시설의 설치ㆍ운영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노숙인 등’이 식사를 위해 민간의 지원체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2020년 현재 <노숙인 등 복지법>상 ‘노숙인급식시설’로 지정된 곳은 서울시내 단 두 곳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3곳과 일시보호시설 4곳에서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1일 1식만 제공되는데다 그나마도 자치구 3곳에 몰려 있어 민간급식소 폐쇄에 따른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서울시 공적 노숙인 급식지원 기관 현황 (2020. 3.)

기관명

기관 유형

소재지

<식품위생법>

집단급식소 신고

1일 식사제공 횟수

(인당 예산액)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종합지원센터

용산구

11(2,500)

구세군브릿지종합지원센터

종합지원센터

서대문구

11(2,500)

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

종합지원센터

영등포구

11(2,500)

인정복지관 만나샘

일시보호시설

용산구

X

11(2,500)

햇살보금자리

일시보호시설

영등포구

X

11(2,500)

옹달샘드롭인센터

일시보호시설

영등포구

X

11(2,500)

디딤센터(여성전용)

일시보호시설

서대문구

신고대상 아님

13(2,500)

시립 따스한채움터

-

용산구

X

13( - )

자료: 2019 노숙인 등 지원사업 안내(보건복지부), 2020년 예산서(서울시), 서울시 자치구별 집단급식소ㆍ식품위생업소 현황(서울 열린테이터 광장, 2020. 2.)

: 시립 따스한채움터는 시가 종교ㆍ민간기관에 급식장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 자체급식을 시행하기도 하나, 예산서상 인당 예산액이 책정돼 있지 않음.


전자회원증 도입조치로 논란의 중심에 선 채움터는 어떤가. 채움터는 ‘노숙인 등’에 급식을 제공하는 것을 단독업무로 삼는 서비스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개소 후 10년이 넘도록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실내급식장’이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 서울시는 채움터를 법정 기준에 맞는 집단급식소로 운영하라는 요구에 “채움터는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시설이 아니기에 집단급식소 신고 대상이 아니다”, “채움터는 시에서 장소만 빌려주는 것이지 급식을 직접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해 왔다. 그 결과 채움터의 주 이용자인 ‘노숙인 등’은 누가, 언제, 어떤 재료로 조리했는지도 모를 식사를 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의사에 반한 예배 참석, 통제적이면서 동시에 수치심을 자아내는 실내 분위기를 감내해 가며 소위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지금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식품위생법>에서 집단급식소 신고기준을 두는 이유는 ‘식중독을 비롯한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 예방’을 위해서다, 이 같은 법적 규제에서 벗어나 ‘임의시설’ 형식으로 운영돼 왔던 채움터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방역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용자의 연락처 부재’ 운운하는 서울시의 작태가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서울시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밝히고 있는 ‘방역관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적 급식소의 태부족과 부실한 운영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공적 급식시설의 확충과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실수요 제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방역강화를 위해 서울시가 선결해야 할 과제는 전자회원증 발급이 아니라 비정상적이고 편법적인 채움터 운영방식을 법정 기준에 맞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2-2면].jpg

▲새벽 5시경 서울역 인근 종합지원센터 앞. 매일 200명의 '노숙인 등'이 새벽녘에 이곳을 찾는다.

<사진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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